'조두순 여론'에 총대메고 나온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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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17-12-06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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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와대, 출소 반대ㆍ주취 감형 폐지 청원에 공식입장 밝혀

  • 국민 분노엔 공감하지만 재심 불가…음주 '심신장애' 제외는 검토

청와대 제공

 


2008년 12월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일명 ‘나영이 사건’의 가해자 조두순의 출소 반대 및 주취감형(술을 먹으면 형벌 감형) 폐지를 건의하는 국민들의 청원에 청와대가 6일 공식 입장을 밝혔다.

조국 민정수석은 이날 청와대 페이스북 등을 통한 공식 영상 답변을 통해 “조두순에 대한 처벌을 무기징역으로 강화해달라는 재심청구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주취감형에 대해서는 “조두순 사건 이후 성폭력 특례법이 강화돼 이미 음주 성범죄에서는 ‘주취감형’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며 “다른 범죄에도 주취감경을 적용하지 않도록 아예 음주를 심신장애 범주에서 제외하는 입법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답변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조두순 출소반대(지난 9월)’ 및 ‘주취감형 폐지(11월)’에 대한 찬성 의견이 각각 61만5354명, 21만6774명을 넘어서면서 이뤄졌다. 청와대가 ‘청소년 보호법 폐지(9월 25일)’, ‘낙태죄 폐지 및 미프진(자연유산 유도약) 합법화(11월 26일)’ 청원과 관련해 답변한 이후 세 번째다. 청와대는 “국민청원에 대한 의견이 20만건을 넘으면 담당 수석 등이 답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조두순은 2008년 경기 안산시 단원구의 한 교회 화장실에서 등교하는 8세 여아를 유인해 강간, 영구상해를 입힌 가해자다. 사건의 피해자인 나영이(가명)는 이로 인해 항문과 대장, 생식기의 80% 이상이 영구적으로 훼손돼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다.

검찰은 조두순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조두순이 범행 당시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점을 반영해 징역 12년, 전자발찌 7년, 신상공개 5년을 선고했다. 조두순의 엽기적인 범행수법이 알려지면서 전국민적인 공분이 일었고, 해당 청원에는 3개월 만에 약 83만명이 몰렸다. 

조 수석은 이날 “‘조두순 사건’에서 범죄에 비해 형량이 가볍다는 청원 참여자들의 깊은 분노에 공감하고 있다”며 “당시 수사 담당 검사가 성폭력특별법이 아니라 형법을 적용하는 바람에 법원이 12년형의 유기징역형을 선고하게 됐고, 검사는 항소를 포기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성폭력특별법을 적용하고 항소를 했더라도 상한이 15년이고, 성폭력 사건에서 무기징역 선고가 거의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판결이 국민들의 법감정에 부합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했다.

조 수석은 ‘조두순을 재심해 무기징역으로 처벌하자’는 청원에 대해서는 “재심은 처벌받은 사람의 이익을 위해서만 청구하는 게 원칙”이라며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분노가 크다고 해서 법치주의의 원칙을 위반할 수는 없다"며 "조두순 같이 주요범죄자의 경우 반드시 법무부의 보호관찰을 받아야 하고, 특정지역 출입금지, 외출 제한, 주거지역 제한 등의 조치와 필요시 전자발찌 부착 기간 연장 등을 행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의 적절한 관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아동성범죄에 대한 처벌은 더욱 강화됐다. 2010년 개정된 형법은 유기징역형 상한선을 15년에서 30년으로 바꾸고, 13세 미만 미성년자 성폭력상해범죄도 하한선을 7년에서 10년으로 올렸다. 대법원 양형기준도 청소년 대상 성범죄에 대해서는 감경요소는 제한하고 가중처벌을 늘리는 방향으로 진전되고 있다.

그럼에도 아동 대상 성범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검찰정 ‘범죄분석 통계’에 따르면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발생한 성폭력범죄는 2010년 1180건에서 2015년 1272건으로 증가했다. 하루평균 3.5건으로 발생하는 셈이다.

적지 않은 범죄의 가해자가 음주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만큼 '주취감형'에 대한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에 대해 조 수석은 “현행법상 ‘주취감형’ 규정은 없지만 경우에 따라 심신미약 등으로 인한 감경규정(형법 제10조)이나 작량감경 규정(형법 제53조) 등을 적용해 음주를 형 감경사유로 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조항은 일반적인 감경사항에 관한 규정이라 이를 삭제하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다만 성범죄에 관해서는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가 인정되지 않으며, 의도적으로 만취상태에서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는 오히려 형의 가중 요인이 된다”고 밝혔다.

음주를 아예 심신장애 범주에서 제외하는 입법논의도 시작된다. 지난 4일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의로 음주 등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범죄행위에 대해 감형할 수 없도록 한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조 수석은 “관련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국민 여러분의 염려를 충분히 고려하여 정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 공식 답변에 여론의 반응도 뜨거웠다. 페이스북 방송에는 한 때 동시접속자가 1100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조 수석의 설명에 대해 사람들은 '이영학처럼 조두순도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 '심신장애에서 주취를 빼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조두순을 가택연금해야 한다', '술취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자는 가중처벌해야 한다'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현재 5만8284건의 청원이 올라와 있다. 청원에는 종교인 과세, 결혼 후 시댁에 대한 호칭 개선, 배용준·박수진법(중환자실 특혜금지법), 다주택자 과세 등 사회적으로 논란이 큰 사안이 많다.

이날 3호 답변이 마무리되면서 청와대는 4호 답변으로 최근 월남한 북한군 치료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권역외상센터 지원 방안’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해당청원에는 이날까지 25만5317명이 참여했다.

앞서 청와대는 국민청원 1~2호 답변으로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으로 불거진 ‘청소년 보호법(만 14세 미만 형사처분 면제 조항)폐지’와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 청원에 대해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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