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의 법률이야기] 기업회생제도, 알아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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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훈 변호사(법무법인 명경)
입력 2017-12-0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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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경기가 하락세를 타면서 일반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회생, 파산이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기업의 회생과 관련해 재기를 모색하는 기업들의 상담요청이 많아지고 있어 경영자들이 알아야하는 상식의 수준에서 기업회생제도를 소개하고자 한다.

언론에서는 법정관리라는 표현을 아직도 선호하는 듯하나 ‘채무자회생및파산에관한법률’이 시행된 지 어언 10여년이 지나면서 법적용어인 ‘기업회생’이라는 표현이 일반화돼 가고 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사업가로서도 이름이 높지만 사업이 순탄하게만 운영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뉴스에서 언급되는 트럼프는 미국의 ‘파산보호제도’를 세 차례나 이용했다고 한다.

미국의 ‘파산보호제도’는 그 명칭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채무자회생및파산에관한법률’상 기업회생제도와 유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사업이 현재도 굳건한 것으로 봤을 때 트럼프는 미국의 파산제도를 유효적절하게 활용해 살아남은 사업가로 추정할 수 있다.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가 어려움에 처해 문을 닫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 경영자 입장에서 어떤 선택을 고민하게 될까?

회사의 매출은 줄고 거래대금 회수도 어려워지고 금융이자는 연체되고 공과금 세금을 납부하지 못하면서 직원들의 임금마저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이 같이 회사 운영이 어려울 때 기업주와 경영진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 무엇일까?

기업회생제도는 일반인이 이해하기는 아직까지도 생소한 제도임은 사실이나 회사의 경영자나 관리자들은 필히 알아야 하는 필수불가결의 생존지식이 되고 있다.

기업회생제도를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면 말 그대로 회사의 ‘회생’을 위한 제도다. 우선 회사재산에 대한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차단하고, 채무변제 및 이자지출을 금지시키며 회사의 제반 지출도 엄격하게 관리되는 등의 조치만으로도 기업은 숨통이 트일 것이다.

국내 법에서는 기업회생 신청 후 한 달 내 법원에서 위와 같은 내용의 결정문을 내주게 된다.

그리고 채권의 변제기가 연장되고 채권금의 일부 감액까지도 시켜주는 조건에서 기업이 족히 당장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정상화가 가능하다면 경영자는 선택의 여지없이 이 기업회생제도를 이용해야 할 것이다.

이를 ‘회생계획안 인가’라고 하며, 담보채권자나 일반채권자들의 일정한 동의수를 전제로 회생신청 후 1년 내로 결정이 나오게 된다.

기업회생제도를 좀 더 살펴보면, 기업회생신청을 할 수 있는 경우는 사업의 계속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함이 없이 변제기의 채무를 변제할 수 없거나 채무자(기업)에게 파산의 원인인 사실이 생길 염려가 있는 경우다.

한마디로 회사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도 이해하면 된다.

회생신청을 할 수 있는 자는 기본적으로 채무자(기업)이고, 기업의 채권자와 주주도 각기 회사채권 및 자본의 10분지 1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면 가능하다.

일반회사 뿐만 아니라 재단법인이나 사단법인도 이용가능하고 부채가 10억원이 넘어가는 전문직업인들도 신청할 수 있다.

회생신청을 접수한 법원은 채무자회사의 재무구조나 운영상태를 조사하게 되고 채무자회사에게 채무변제금지, 재산처분금지, 차재금지, 직원채용금지 등의 명령을 내린다.

회사의 채권자들에 대해서도 회사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금지시키고 진행 중이던 집행절차까지 정지시키게 된다. 이로서 회사는 현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일단 영업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

법원은 회생절차개시결정과 동시에 관리인을 선임하고, 조사위원으로 하여금 회사의 청산가치와 영업을 계속하는 경우 수익성이라고 표현되는 계속가치를 평가토록 한다.

관리인은 회생절차 내에서의 회사의 경영자임과 동시에 채권자, 주주등의 이해관계인 전체에 대한 공적수탁자의 지위를 자진 자로서 기존의 대표이사를 대체로 관리인으로 선임한다.

아무래도 회사사정에 밝고 기업을 회생시키기가 용이하다는 측면에서 회사의 재산유용, 은닉 또는 중대한 책임이 있는 부실경영을 했다든가, 채권자 협의회가 반대하는 등의 사유가 없다는 전제에서다.

이후의 회생절차는 회생계획안에 대한 채권자동의가 있는 경우 계획안에 따른 변제를 하면서 영업을 계속하게 되고, 기업인수나 합병이 이뤄질 수 있다.

회생계획에 따라 변제가 시작되면 원칙적으로 회생절차는 종결되고 관리인의 권한도 소멸하나, 예외적으로 회생계획의 수행에 지장이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종결되지 않고 지속적인 법원의 감독 하에 있게 된다.

물론 기업회생을 신청한 모든 기업이 위와 같은 회생계획안 인가의 단계까지 가지는 못한다.

10년 동안 영업을 지속한다는 전제 하에 현재 가지고 있는 재산보다 적은 수익을 낸다고 판명되면 회생절차는 폐지된다. 또한 담보채권자나 일반채권자들 중 3분 2 이상이 회생계획안에 부동의 하면 마찬가지로 절차가 폐지된다.

그러나 절차가 폐지된다 하더라도 기업회생을 신청한 회사에게 무조건 불리하다고 할 수는 없다. 회사 입장에서는 폐지결정시까지 시간을 벌고 자금의 축적이 이뤄지므로 후일을 기약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쌍용자동차가 기업회생을 신청한 뒤 약 2년여 만에 회생절차가 종결되고 어렵지만 재성장의 발판에 들어섰다.

채권자만의 희생이 아니라 근로자와 주주들도 모두 손해와 희생을 감내했었다. 다시 살아난 쌍용차는 채권자와 근로자, 주주 뿐 만아니라 국민들에게도 빚을 진 셈이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대부분은 경영자가 대주주인 주식회사가 많고 경영상 자금난이 발생하면 가산을 정리하고 대표자 개인이 보증까지 서면서 대출을 끌어오기 때문에 회사가 망하면 일가가 모두 재기불능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은 대표자 개인과 그 가족, 실직하는 근로자와 그 가족의 범위를 벗어나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어떻게 보면 회생과 파산 제도는 법이 마련해놓은 사회적 안전망이자 개인이 활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혜택이며 재기의 발판이라고 볼 수 있다. 모두가 망하는 파국보다 회생의 마지막 동아줄인 기업회생제도의 이용을 검토해봐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상훈 변호사(법무법인 명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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