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종린칼럼] 골목 기반 라이프스타일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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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종린 초빙논설위원·연세대 국제대학원장
입력 2017-12-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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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종린칼럼]

 

                       [사진=모종린 초빙논설위원·연세대 국제대학원장]



골목 기반 라이프스타일 도시

기술과 가치 변화 대응력이 도시의 미래를 좌우할 양대 요인이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한국 도시들은 스마트 도시, U-City 등을 주요 과제로 삼고 첨단기술 도입에 열중하고 있다. 하지만 자유, 개성, 자아실현, 삶의 질 등 가치 지향적 시대 흐름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탈물질주의 가치를 추구하는 미래 세대가 원하는 도시는 어떤 도시일까? 개성 있고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 가득한 도시,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자유롭게 실현하는 개방적인 도시, 매력적인 라이프스타일로 인재와 기업을 유치해 새로운 도시산업을 창출하는 도시, 바로 라이프스타일 도시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시사하듯이 서울은 이미 역동적인 청년문화와 연예산업을 자랑하는 문화도시다. 그 잠재력을 발휘한다면 머지않아 아시아에서 도쿄, 홍콩, 싱가포르와 경쟁하는 라이프스타일 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

글로벌 문화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라이프스타일 도시>가 제시한 개방성, 차별성, 유연성, 세계화를 추구하는 '강소도시' 모델, 즉 '작은 도시 패러다임'을 실천해야 한다. 기존 산업을 고도화하고 새로운 산업을 창조하는 '작은 도시 패러다임'의 핵심 성공 조건은 고유의 라이프스타일이다. 다른 도시의 라이프스타일을 추종하는 기존 방식을 고수해서는 결코 달성하 수 없다. 서울이 잘할 수 있는 산업에 집중하고, 서울만의 매력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발산해야 한다.

미래 도시 경쟁력에 있어 라이프스타일의 차별성이 전부는 아니다. 환경·생활·문화 인프라 등 세계화 추세에 걸맞은 보편적 인프라, 즉 ‘도시 어메니티(amenity)’ 구축도 필요하다.

현재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골목길 상권은 탈물질주의 경제가 중시하는 개성, 스타일, 다양성의 상징이자 동시에 세계의 젊은 층이 보편적으로 선호하는 도시 어메니티의 하나다.

창조인재와 창조산업을 유치하려면 신도시 건설, 대기업 생산시설 유치 등 고전적인 도시 발전 방식을 버려야 한다. 원도심 재생, 골목길 문화 활성화, 예술과 문화 교육 기관 유치 등 개성 있으면서도 보편적 편의성을 증진하는 도시 어메니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로벌 파워 도시 런던과 도쿄는 도시 재생을 통해 살기 좋은 도시로 발전한 대표적인 사례다. 산업과 마찬가지로 도시도 하드웨어 경쟁력보다는 소프트파워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작은 도시 패러다임에 입각한 ‘라이프스타일 도시 서울’은 각 단위 지역이 가진 고유한 비교우위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업과 산업을 유치하고 개발하는 도시로의 경제 시스템 전환을 의미한다. 지리적·환경적 요인에 의해 자연적으로 형성된 서울 내 각 지역 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면서 성장해 나간다면, 서울 전 지역이 활기 넘치는 도시 문화와 산업 중심지가 될 수 있다. 지역경제의 자생력과 관련해 유념할 개념은 산업생태계다. 지역 산업생태계란 기업, 정부, 연구소, 대학 등 다양한 경제주체가 유기적인 협업을 통해 기존 산업을 혁신하고 새로운 기업과 산업을 창조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서울이 문화적 특색을 살린 기업을 유치하고 개발하려면 지역 고유의 특색을 찾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다행히 최근 들어 단위 지역들 내 골목길 상권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1990년대 중반 홍대에서 시작된 골목길 상권은 2000년대 중반 급성장했다. 현재는 연남동, 연희동, 부암동, 성수동 등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골목길이 20~30개에 이른다.

골목은 젊은이들이 획일적인 소비문화를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만의 취향을 즐길 수 있는 장소다. 명품·대량 소비·가성비가 물질주의 소비문화를 대표한다면, 작은 사치·감성 소비·문화 체험은 골목길이 제공하는 탈물질주의적 가치다.

서울시도 도시 발전을 위한 골목의 중요성에 주목한다. 2016년 서울시가 발표한 ‘걷는 도시 서울’ 프로젝트는 도심을 연결하는 주요 5개 보행길을 정비함으로써 골목길 접근성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역부터 광화문, 인사동, 명동을 거쳐 도심을 촘촘히 연결하는 격자형 보행도로가 건설됨으로써 숨겨진 골목들의 문화적 가치를 발견하고, 골목 산업 생태계 구축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각 지역 골목 상권에서 독특한 골목 문화를 토대로 골목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이들이 거주하면서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는 ‘라이프스타일 도시 서울’은 곧 골목 산업 생태계의 조성을 의미한다. <골목길 자본론>은 골목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다양한 인재가 골목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소상공인 중심의 라이프스타일 기반 창업을 활성화하는 과정을 골목길 자본화로 설명한다.

서울의 대표적인 골목 기반 산업 생태계는 홍대 미디어 산업과 성수동 소셜벤처 산업이다. 특히, 홍대는 예술과 문화 인프라를 기반으로 다운타운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지면서 스타트업 생태계가 구축됐다. 많은 젊은이들이 인근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골목길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하고자 한다.

선진국 도시들은 이미 각양각색의 라이프스타일을 기반으로 창조산업, 문화산업, 환경산업을 발전시켜 높은 소득과 풍요로운 삶의 질을 향유하고 있다. 앞으로 도시문화를 즐기며 일하고 생활할 수 있는 도시가 창의적이고 유능한 인재를 흡입하는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가치 변화의 중요성을 인식한 문재인 정부는 ‘기업 중심 경제’가 아닌 ‘사람 중심 경제’를 경제 비전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사람 중심 경제는 소득 재분배로 사회적 약자의 소득이 높아지는 경제가 아니다. 개인의 삶의 질과 자아실현이 새로운 산업과 고용을 창출하는 경제다.

사람 중심 경제의 1차적인 실험장은 단연 다양한 계층과 업종의 사람들이 모이는 도시다. 도시재생과 지역 분권 사업을 통해 정부는 한국의 도시를 개인의 창의력과 사회적 책임성을 높이는 골목 기반 라이프스타일 도시로 재탄생시켜야 한다.

서울시가 창의적인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추진하는 세운상가 도시 제조업과 창신동 봉제업 생태계 복원도 골목길 라이프스타일에 기반한 지역 산업 육성 정책이다. 복합 문화공간 조성, 보행로 개선 등과 더불어 주민공동체가 주도하는 관광명소화 사업을 진행함으로써 골목 정체성에 맞는 산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역 주민, 청년 사업가, 골목 장인들의 협력으로 골목 문화자원을 활용해 지역 산업을 활성화하는 도시재생은 서울 전 골목으로 확대될 것이다.

서울이 개척하는 골목 기반 라이프스타일 도시가 궁극적으로 ‘전국이 골고루 잘사는 나라’, ‘지역이 성장을 주도하는 나라’를 실현하는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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