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카드사들의 이유있는 반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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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 기자
입력 2017-11-2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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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엔 7000억원 축소, 올해는 3500억원이 축소된다. 카드업계의 순이익 얘기다. 정부의 관치금융이 강화되면서 카드업계는 온갖 고통을 스스로 극복해야 할 상황이다. 마케팅 비용 절감, 부가서비스 축소, 밴 수수료 인하 등을 통해 그나마 순이익 감소를 최소화하긴 했지만 타격은 만만치 않다.

실제로 카드업계의 3분기 순이익은 수직 하락했다. 신한·삼성·KB국민·현대·비씨·하나·우리·롯데 등 8개 카드사의 3분기 순익은 4196억원으로 전년 동기(5246억원) 대비 20.0% 감소했다. 하나카드를 제외한 7곳의 실적이 지난해보다 나빠졌다. 특히 롯데카드의 수익 감소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156억원의 순익을 냈던 롯데카드는 올해 3분기에 267억원의 손실을 냈다.

다른 업체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업계 1위 신한카드는 3분기 순익이 1495억원으로 전년 대비 15.7% 감소했다. 삼성카드와 국민카드의 순익도 각각 6.3%, 2.1% 줄었다. 이 외에 우리카드(-38.1%)와 비씨카드(-22.1%), 현대카드(-12.9%) 모두 실적이 나빠졌다.

이 같은 현상은 이미 예견됐다. 지난해 가맹점수수료율 인하에 이어, 정권 교체 후 우대 가맹점 확대로 또다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가 이뤄지자 수익 하락을 피해가기는 역부족이었다.

대출 규제도 카드사들의 발목을 잡기는 마찬가지다. 가계부채 대책의 일환으로 금융당국이 카드사들에 카드론 확대 자제를 요구하면서 올 1분기부터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다. 매 분기 4000억원대 이상의 증가세를 보였던 카드론의 증가세가 급격히 꺾이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지난해 초 법정 최고금리가 27.9%로 낮아진 데 이어 내년에 24%까지 한 차례 더 내려갈 것으로 예고되면서 카드사들의 수익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수익을 제대로 거둬들이지 못한 카드사들이 대출 사업을 통해 이자 수익 확대에 나섰지만 최고금리 인하로 전체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내년엔 가맹점수수료율 인하가 한 차례 더 예고돼 있다. 5~6년 후면 문을 닫는 업체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인데도 금융당국은 새 정권과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카드업계의 고혈을 짜고 있는 셈이다.

참다 못한 카드업계는 다음 달 22일 국회 대강당에서 정부의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책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카드 업계가 작정하고 정부에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0년간 정부에 끌려다녔던 카드업계가 오죽했으면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고 나섰을까.

특히 이번 간담회는 노조 측에서 주도적으로 기획했다니, 업계 전체가 느끼는 위기감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만하다.

경기 침체에다 과당경쟁으로 신음하는 중소 상공인을 지원하고, 투명한 지급결제 문화를 정착시키자는 명분에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정말로 소상공인이 힘들어하는 부분은 제대로 짚지 못하고 '정치적 쇼'를 위해 카드사들의 희생만 강요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사회적 약자를 지원한다는 이유로 번번이 카드업계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사실상 금융시장의 경쟁 원리는 무시한 채 문제를 '관치 금융'으로 해결하려는 오래된 병폐만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그동안 한번도 반기를 들지 않던 카드업계가 발끈하는 이유를 다시 짚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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