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인사이트, 김두영칼럼] 가문보다 능력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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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영 에델만코리아부사장
입력 2017-11-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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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인사이트]

 

[사진=김두영 에델만코리아 부사장]



가문보다 능력이 우선이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기업들이 인사 시즌을 맞고 있다. 올해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뉴스는 오너 가문 자녀들의 임원, 대표이사 승진 소식이다. 대학 졸업과 해외 유학을 마치고 입사해 평균 5년이면 임원으로 승진하고, 그룹 계열사의 대표를 맡으며 본격적인 경영권 수업에 들어간다.
한국보다 가업승계 전통이 강한 일본의 도요타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아키오 도요타(Akio Toyota) 대표는 입사 25년 만인 2009년 CEO에 취임했다.
인사권은 기업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승진 인사에 대해 왈가왈부할 법적 근거는 아무것도 없다. 다만, 이를 국민적 시각에서 바라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고, 어렵게 취업한 직장인도 평균 수명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퇴직을 종용받는다. 사원으로 입사해, 가정과 건강보다 직장을 우선시하며 일을 해도 임원으로 승진하는 데 20년이 넘게 걸린다. 그나마 임원으로 승진하면 다행이고, 대부분 40대 후반과 50대 초반에 고참 부장으로 퇴직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오너 가문’ 이라는 이유만으로 초고속 승진을 이어가는 것을 바라보는 국민적 시각은 곱지 않다. 기업은 사회를 떠나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경영 자율성의 경제적 논리로만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무엇보다 기업 성장의 핵심인 내부 임직원의 지지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 빠르게 승진하고, 핵심적 위치에서 책임과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오너 가문도 집안 배경이 아니라 창의성과 리더십, 문제해결 능력을 인정받아 초고속 승진한다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경영권 승계는 매우 중요하면서도 뜨거운 이슈다.
장기적 관점에서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위해 오너 경영이 필요하다는 점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100년 넘게 유지되는 미국과 유럽의 가족기업처럼 충분한 훈련과 철저한 검증을 거친 자손만이 경영에 참여한다는 원칙은 되새겨볼 만하다.
경영권 방어를 위한 매직 넘버는 지분율 25%다.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보다는 이사회에서 이뤄진다. 이사 선임 요건은 주식 수 기준으로 전체 주주의 과반수 출석에 출석 주주의 과반수 찬성이기 때문에, 적대적 상황에서 이사회 장악을 위해서는 최소 25% 이상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대기업의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오너 가문은 이 숫자를 맞추기 위해 부단히 많은 노력을 해야 했다.
도요타 가문의 지분율은 2%에 불과하다. 증자를 통해 막대한 설비투자 자금을 유치하면서 지분율이 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1937년 창업자의 이름을 달고 설립된 이후 오너 가문에서 6명, 전문경영인 5명이 번갈아 CEO를 맡으며 상호 협력 하에 가족 기업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기업지배구조는 정답이 없지만, 누가 기업을 이끌어야 할지는 어느 정도 정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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