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농업 기술수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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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철 기자
입력 2017-11-2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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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갑희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이사장

류갑희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이사장.[사진 =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제공]


‘합격사과’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1991년 일본 아오모리현에는 큰 태풍이 불었다. 아오모리현은 우리나라 대구처럼 사과로 유명한 지역이다. 태풍으로 인해 그해 사과 생산량이 예년의 3분의1 정도에 그치자, 농부들은 하늘을 원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 농부는 떨어진 사과가 아니라, 태풍에도 불구하고 떨어지지 않은 사과에 주목했다. 모든 농부들이 땅에 떨어진 사과를 보며 눈물을 흘릴 때 나무에 붙어 있는 사과에 눈을 돌린 것이다.

이 농부는 태풍을 견디고 나무에 붙어 있던 사과를 수확했다. 사과에 '합격사과'라는 이름을 붙이고, 평년에 비해 10배나 높은 가격을 붙여 팔기 시작했다.

높은 가격임에도 ‘합격사과’는 불티나게 팔렸다. 농부는 태풍으로 농사를 망쳤지만 오히려 평년 대비 3배나 많은 소득을 올렸다.

그간 수많은 노력에도 우리나라 농식품분야의 수출은 많이 증가하지 않았다. 나름대로 이유를 분석해 보니 지금까지의 농산업분야 수출이 △농식품 위주의 완제품 △종자 △농자재 △농기계 등 단일품목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단일품목 또는 완제품 중심의 관행적인 수출전략에서 벗어나 △종자 △농자재 △농기계 등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농자재와 ‘스마트 팜(Smart-Farm)’과 같은 신기술을 융복합해 수출하면 어떨까. ‘합격사과’와 같은 발상의 전환을 해보자는 것이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해외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품종·농기자재·영농기술을 한데 묶어 수출중심 산업으로 육성하는 ‘한국형 기술수출’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종자를 비롯해 △농기자재 및 플랜트 △스마트 팜 △바이오소재 △ICT 융복합 기술을 패키지로 묶어 수출하자는 전략이다.

즉, 농산물의 생산에서 가공은 물론 제품화까지 전 과정에 필요한 기술 및 제품·설비 등을 패키지로 수출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해외 수출대상국에서 품종과 농기자재 및 영농기술이 적합한지 실증하기 위한 ‘테스트베드(Test-Bed)’가 필수적이다.

이는 국가마다 기후와 토양·기상조건이 상이하고, 농작물에 따라 재배기술과 병해충이 달라 품종·농기자재 등의 패키지 수출을 위해 현지 적응성 시험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재단의 해외 테스트베드 사업은 2015년 중국(흑룡강성) 1개소를 시작으로, 2016년에는 중국에 이어 베트남·캄보디아 등 3개국으로 확대됐다. 2017년에는 5개소로 규모를 넓혔다.

이에 따라 '측조시비기' 32억원을 비롯해 ‘아미노산 비료’ 200억원의 수출계약은 물론 ‘마늘파종기’ ‘심경 로터베이터’ 등도 뜨거운 반응을 받아 조만간 수출성과가 기대된다.

재단은 테스트베드를 기반으로, 기술·제품·품종의 패키지 수출을 통한 '한국형 농업기술 수출확대'를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내년에는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인도 등 농업기술이 필요한 미개척 국가를 중심으로 수출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초기 투자비가 많이 필요해 정부가 테스트베드와 관련된 인프라를 지원하고, 수출희망업체가 입주해 성능검증 및 수출을 추진해야 한다.

패키지 수출은 지속가능한 수출산업이 될 것이고, 테스트베드 운영 및 교육을 위한 전문인력도 필요해 해외 일자리 창출효과도 있다.

한국형 기술수출 프로젝트는 우리나라 농업수출의 패러다임을 바꿀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미래 신성장 동력산업으로서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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