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헤이룽장성의 한·중 역사 교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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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입력 2017-11-3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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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시작된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한·중 관계가 조금씩 해빙기를 맞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지난 11월 11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열린 베트남 다낭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사드 문제와 관련해 현 상태의 동결을 공개적으로 선언함으로써 ‘한·중 관계를 정상화하는 공식 신호탄’을 쏴 올렸다. 12월 중에는 문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해 양국관계는 사드 갈등 이전으로 상당히 복원될 것으로 기대된다.

양국은 앞으로 보다 나은 환경에서 교류의 폭을 다시 넓혀갈 것이다. 그동안은 경제교류와 문화관광교류를 통해 상호 친선의 폭을 넓혀왔는데, 앞으로는 항일유적지·중국군 묘지 등 역사교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11월 16일부터 나흘간 21세기한중교류협회와 함께 한국대표단으로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일대를 방문했다. 헤이룽장성은 중국 북동단에 있는 성으로 성도(省都)는 우리 국민들에겐 특별한 의미가 있는 하얼빈(哈爾濱)에 위치해 있다.

하얼빈,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도마(多默) 안중근 의사를 떠올릴 것이다. 1909년 안중근 의사가 일제의 조선통감부 초대 통감인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던 하얼빈역에는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있다.

지금은 하얼빈역 신축공사로 인해 잠시 운영을 중단하고 조선민족예술관으로 임시 이전한 상황이다. 중국 측 관계자에 따르면 하얼빈역은 중국 정부의 각별한 관심으로 여타 고속철도 역과는 다르게 원형에 가깝게 보존될 것이라고 한다.

헤이룽장성 제2도시인 치치하얼(齊齊哈爾)의 타이라이(泰来)현에는 또 한 명의 독립운동가인 철기(鐵驥) 이범석 장군의 숨결이 남아 있다. 이범석 장군은 1919년 10월 청산리대첩에서 백야(白冶) 김좌진 장군을 도와 크게 활약했고, 강교전투에서 중국의 항일명장 마점산(馬占山) 장군과 함께 일본군을 물리치는 공을 세우기도 했다.

특히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의 항일전쟁은 강교전투부터 출발한 것"이라 말했을 정도로 헤이룽장성은 항일운동의 본거지라 할 수 있다.

헤이룽장성에는 이 밖에도 58개소의 독립운동 사적지가 산재해 있고, 대한민국 독립운동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곳에 살고 있는 중국인들도 독립운동 사적지를 소중히 여긴다.

이번 방중에서는 정협주석 등 많은 중국 고위관계자들을 만났다. 그들은 지금까지 항일운동가 안중근 의사와 이범석 장군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져왔고, 관련 유적을 찾는 데도 많은 역할을 해왔다. 이들은 “앞으로도 안중근 의사, 이범석 장군의 항일유적지 발굴과 함께 잘 보존해 달라”는 필자의 부탁에 “걱정하지 말라”며 흔쾌히 화답하기도 했다.

현지 중국인들은 많은 한국 관광객들이 항일운동유적지를 찾아주기를 소망했다. 그동안 안중근 의사, 이범석 장군 두 분의 기념관을 방문하는 우리 관광객의 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대한민국에서 두 분이 갖는 위상에 비해 그들의 업적, 역사가 남아있는 곳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당시 만남에서는 경기도 파주시에 남아 있는 중국군 묘역에 대한 대화도 이어졌다. 6·25 전쟁 중 남한 지역에서 숨진 중국군의 유해는 파주에 매장돼 있다가 2014년 중국으로 송환됐다.

중국 측 관계자는 송환 이후에도 묘비가 잘 보존되고 있다는 것에 고마움을 표했다. 양국의 우호증진을 위해 헤이룽장성의 항일유적지 순례관광과 더불어 중국군 묘지답사관광 역시 더 가꿔나갈 필요가 있다는 대화를 진지하게 나눴다.

파주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의 도시로 한 해 100만명 이상의 중국 관광객이 찾아오는 관광명소다. 헤이룽장성과 파주의 관광산업을 서로 잘 연계해 많은 사람이 찾게 되면 역사교류가 한·중 교류의 새로운 한 축이 될 것이다.

뜻 깊은 헤이룽장성 방문에 한 가지 아쉬움이 남았다. 앞으로 한국정부가 양국의 관광산업 연계방안과 특히 항일유적지 방문 활성화에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이범석 장군의 ‘조국, 이 말처럼 온 인류, 각 민족에게 강력한 감동과 영향을 주는 말은 없다’는 명언처럼 항일유적지 방문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다시 찾을 수 있는 큰 감동을 선사해줄 것이다.

이번 방중을 계기로 중앙은 물론이고 지방정부 간 역사 교류의 필요성에 양국 관계자들이 공감한 만큼 관련 논의가 더 활발하게 진행되길 기대하며,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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