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존재감 없는 한국판 ‘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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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생활경제부 부장
입력 2017-11-29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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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생활경제부장]

미국 최대 쇼핑축제인 블랙프라이데이의 ‘광풍’이 지나갔다. 매년 추수감사절(11월 넷째 주 목요일) 다음 날 진행하는 블랙프라이데이(블프)는 1년 중 가장 큰 폭의 세일시즌이 시작되는 날로, 유통업체들의 손익계산서가 적자(赤字)에서 흑자(黑字)로 바뀐다는 말에서 따왔다.

올해 블프 역시 대단했다. 27일 시장조사분석 기관 어도비애널리스틱스에 따르면 블프 당일(현지시간 24일) 미국 100대 온라인 소매업체들의 매출은 50억 달러(약 5조4300억원)로 집계됐다. 블프 시즌으로 추수감사절(23일)까지 포함할 경우 이들 업체 매출은 지난해보다 17.9% 증가한 79억 달러(약 8조5700억원)다. 블프 사상 최대치로, 오프라인이 아닌 순수 온라인 매출만 8조원이 넘은 셈이다. 

앞서 11일에는 중국판 블프인 광군제(光棍節) 열풍이 일었다. 2009년 알리바바닷컴이 솔로들을 위한 할인 행사를 하면서 시작된 광군제 역시 중국을 넘어 세계의 쇼핑축제로 자리잡았다. 알리바바는 광군제 하루(11일)에만 1682억 위안(약 28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보다 무려 40%나 증가한 것인데, 2위 전자상거래기업인 징둥닷컴의 21조원까지 합치면 광군제 하루 매출규모만 50조원에 달한다.

반면 한국판 블프인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의 성적은 초라하다. 지난 9월 28일부터 10월 31일까지 무려 34일이나 진행했음에도 전체 매출규모는 10조원 선에 그쳤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코세페는 국내 유통기업 100곳이 대거 참여했지만 광군제 하루 동안 알리바바가 올린 매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말이 쇼핑축제지 소비자들의 관심을 전혀 끌지 못한 탓이다. 오히려 국내 소비자들은 코세페 기간을 건너뛰어 미국의 블프와 중국의 광군제 기간 동안 해외직구에 더 몰렸다. 실제 해외 배송 대행 전문업체인 몰테일에 따르면, 이번 블프기간(24~25일) 국내소비자의 해외주문량은 4만6000건으로, 지난해(3만5000건)보다 31%나 늘었다.

주부들 사이에 인기가 있는 D사의 청소기만 하더라도 국내 평균가가 64만원이지만 블프를 통하면 25만원 정도에 살 수 있다. 배송비 4만원을 추가해도 한국에서 구입하는 가격의 절반도 채 안 된다. 

코세페의 한계는 미국의 블프와 중국 광군제가 기업들이 주도해 자연발생적으로 자리잡은 쇼핑축제인 데 반해, 정부 주도의 인위적인 행사라는 성격 자체에 있다. 침체된 내수경기를 살리자는 취지에서 ‘급조’해 나름대로 3년째 진행한 코세페가 60년 역사의 블프처럼 활성화될 리 만무하다. 

하지만 매년 그랬듯 이번 코세페의 실패는 참여 유통기업들의 적극성이 결여된 게 가장 컸다. 미국의 블프에선 할인 폭이 최대 90%까지인 반면, 한국의 코세페에선 기껏해야 10~30% 선이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소비자들은 9~10월께 백화점마다 진행하는 가을 정기세일과 별반 차이를 못 느낀다. 물론 백화점이 입점업체들의 수수료 매출로 운영되는 만큼 적극적으로 가격결정에 관여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는 있다. 미국이 백화점·마트에서 직접 물건을 들여와 판매하는 구조와는 확실히 다르다.

그렇다 하더라도 미국 유통기업은 블프를 위해 상품구성과 세일계획 등 소비자의 수요와 예측을 1년 내내 준비한다. 한국의 유통구조상 미국과 중국처럼 대규모 할인을 기대할 수 없다고 쳐도 코세페의 성공조건은 명확하다.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간 조율을 통해 지금보다 더 파격적인 가격 할인과 다양한 상품 구성,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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