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세월호 매듭 없이 해양수산 미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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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군득 기자
입력 2017-11-2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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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군득 기자]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미수습자 유골을 은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민은 충격에 빠졌다. 그동안 수많은 의혹과 지연으로 논란을 빚었던 세월호에서 또다시 사건이 터진 것이다.

세월호는 해양수산부의 아킬레스건이다. 의욕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려 해도 언제나 세월호가 발목을 붙잡는다. 해수부의 많은 정책이 세월호로 인해 묻혀버린 사례는 부지기수다.

일련의 세월호 관련 사건들을 들여다보면 사고 당시부터 지금까지 어느 하나 속 시원하게 풀린 부분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유골 은폐는 해수부의 지난 세월호 수습과정 투명성과 신뢰성을 모두 잃어버릴 수 있게 할 정도로 파급력이 크다.

유골 은폐를 놓고 해수부 장관을 비롯해 국무총리, 대통령까지 진상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도 이번 사건이 정부 신뢰도 차원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방증하는 대목이다.

해수부는 세월호로 인해 많은 것을 잃었다. 해수부 공무원과 마피아를 합성한 ‘해피아’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고, 세월호와 연관된 공직자들은 승진길이 가로막히거나 옷을 벗었다.

세월호가 침몰하기 전날인 2014년 4월15일에는 당시 해수부가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던 ‘e-내비게이션’ 국제 공동 시범사업이 펼쳐졌다. 이틀간 스웨덴, 덴마크와 공동으로 추진했을 정도로 국제규모를 갖춘 사업이었다.

e-내비게이션은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선박에는 전자해도를 기반으로 항법시스템을 자동화‧표준화시키고, 육상에서는 관제‧모니터링을 통해 선박 안전운항을 원격 지원하는 차세대 해양안전종합관리체계 시스템이다.

이미 해외에서 앞다퉈 기술개발에 나서는 상황이어서 우리 해양산업에서도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한창이었다.

그러나 시범사업 당일에 세월호 사건이 터졌다. 해양 분야에서 관심이 높던 e-내비게이션은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이번에 발생한 유골 은폐는 e-내비게이션 사업과 오버랩된다. 절묘한 시기에 역점사업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이다.

해수부는 23일 거제도에서 해양플랜트 산업지원센터 준공식을 준비 중이었다. 김영춘 해수부 장관까지 참여할 정도로 해양플랜트 시장에서는 기대감이 큰 행사였다.

또 이날 거제 장목항에서는 국내 기술로 개발한 무인선 시연회가 열리기로 계획돼 있었다. 2011년부터 총 사업비 270억원이 투입된 중장기 프로젝트다. 해수부 입장에서는 22일 사전 브리핑까지 열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다.

이번 무인선 개발은 해양산업 미래를 가늠할 중요한 정책이다. 그런데 유골 은폐 사건으로 인해 행사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전개됐다. 김 장관은 진상조사를 위한 총리 주재 현안점검회의 때문에 준공식 참석을 취소했다.

해수부는 사건이 확대되지 않도록 발빠른 조치에 나섰다. 한번 신뢰가 땅에 떨어지면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을 해수부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해수부가 이번 사건을 처음부터 강도높게 조사하는 이유다.

해수부는 내년부터 글로벌 해양강국을 실현하기 위한 각종 정책을 준비 중이다. 러시아 등 유라시아를 겨냥한 신북방정책 기틀을 다지고, 북극항로 개척 등 해외시장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해양수산 분야는 한국경제의 새로운 신성장동력으로 가치가 충분하다. 정부가 제시하는 정책비전도 나쁘지 않다. 해양수산 기술은 이미 세계에서도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다만 이런 정책이 빛을 보려면 세월호에 대한 문제를 확실하게 매듭지어야 한다. 책임자 몇 명 문책하고 넘어가는 어설픈 봉합은 화를 더 키울 수 있다. 자칫 해양수산 미래까지 뒤흔들 만큼 파급력은 충분하다.

해수부가 세월호 문제를 껄끄럽다고 생각하거나, 빨리 마무리를 짓겠다는 생각을 가져서도 안된다. 이번에도 이런 안일한 행동이 대형 사고로 번지게 된 것이다. 해수부가 앞으로 사고 수습을 어떻게 해 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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