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평창 롱패딩 대란 "현금쥐고 18시간 노숙… 70대 할머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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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진 기자
입력 2017-11-22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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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 라이선스 상품 구즈 구스롱다운점퍼(평창 롱패딩)가 재입고하는 22일 오전 8시.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지하 1층 입구에선 400여명의 사람들이 빽빽히 모였다. 백화점이 개점하려면 1시간 반은 더 있어야하지만 교환권 300개는 이미 새벽 4시 30분에 마감됐다. 교환권을 받는 300명은 순번대로 찬 바닥에 앉아서 추위를 이겨내고 있었다. 당일 교환권 구매는 오후 1시 반부터다. 1번 교환권을 받은 A씨는(52) 전날 저녁 8시부터 18시간 가까이 기다렸다. 평창 롱패딩은 지난 18일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 재입고되자마자 불티나게 팔린 후 4일 만에 마지막 입고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구입 경쟁은 18일보다 훨씬 치열했다.
 
파주에서 온 B씨(23)는 "여자친구와 커플로 구입하기 위해 어제 저녁 9시부터 대기 중이다"며 "밤에 히터를 켜줘서 그나마 다행있어지만 춥고 좁아서 잠을 자진 못했다"고 말했다. 등촌동에 사는 C씨(48)는 "딸이랑 같이 밤 10시 반에 왔더니 대기표가 72번이었다"며 "돗자리도 챙기고 샌드위치, 주먹밥 등 도시락 싸와서 있었는데 냉기가 너무 올라와서 계속 앉아있질 못했다"고 말했다.
 

[22일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입구에서 사람들이 평창 롱패딩을 사기 위해 전날부터 기다리고 있다. 사진= 이규진 기자]

 
평창 롱패딩은 스포츠 선수들이 벤치에서 즐겨입는 벤치 패딩의 디자인을 콘셉트한 방한복이다. 평창 올림픽은 전세계 관광객을 상대로 평창 올림픽 기념 제품인 굿즈를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이중 한정 수량으로 제작된 평창 롱패딩은 가성비가 뛰어나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제품은 평창 올림픽 공식 라이선스 품질을 가진 거위털 충전재(솜털 80% 깃털 20%)로 구성됐다. 가격은 14만 9000원. 30만원을 호가하는 일반 브랜드 롱패딩에 비해 반값 수준이다. 
 
평창롱패딩 공식 오프라인 판매처인 롯데백화점은 22일부터 판매를 재개했다. 총 판매하는 물량은 최초 기획한 3만장 중 지금까지 소진된 부분을 제외한 7000장이다. 24일에는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광복점, 대구점, 대전점, 창원점, 울산점, 광주점 등 백화점 7개 점포와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파주점, 동부산점, 롯데아울렛 수완점 등 아울렛 3개 점포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30일에는 잠실점 에비뉴엘에서 한번 더 판매한다. 구입은 1인당 1개씩만 가능하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22일 오전 9시 평창 롱패딩 전 제품이 품절됐다고 밝혔다. 사진= 이규진 기자]

 
롱패딩을 사려는 구매자 연령층도 다양했다. 주로 트렌드에 민감한 20대 남성과 여성들이 많았으나 아들이나 딸을 사주기 위해 나온 40~50대 중년층도 상당했다. 손주를 사줄 거라고 나온 70대 할머니도 계셨다. 늦게 와서 교환권을 못받은 50대 여성 D씨는 "중학교 1학년 아들이 꼭 사달라고 당부해서 아침 일찍 나왔는데 이 정도일줄 몰랐다"며 "이럴줄 알았으면 전날에 나왔을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이날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 추가 입고된 평창 롱패딩 수량은 500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원래 입고 예정분은 300개였으나 18일에 대기표를 받은 200여명까지 챙기다보니 추가됐다"며 "앞으로 추가 입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교환권을 받았다해도 안심할 수 없다. 사이즈가 미리 소진되면서 뒷번호를 가진 대기자들은 정작 맞는 제품을 살 수 없다. 사이즈별 물량이 없다보니 교환은 안되고 환불만 가능하다. 결제도 비자카드와 현금만 가능하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비자카드는 평창올림픽 공식 후원사라 평창 올림픽 측에서 제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1층 입구에선 80여명의 고객들이 잘못 줄을 선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들은 롯데백화점 측에 공지가 잘못된 점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 앞줄에서 기다리던 E씨(53)는 "18일에 백화점 측에 문의했을 때 오늘 백화점 1층으로 오라해서 새벽부터 기다렸다"며 "백화점 측에서 제대로 공지를 하지 않아 추운데 헛수고만 한거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 고객들은 22일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1층 로비에서 줄을 잘못 서기도 했다. 사진= 이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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