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칼럼] 진주목걸이와 다이아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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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초빙논설위원·전 주호주대사
입력 2017-11-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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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칼럼]

 

[사진=김봉현 초빙논설위원·전 주호주대사]


진주목걸이와 다이아몬드

국제정치학자 케네스 월츠는 국가들 간의 전쟁은 정글과 같은 무정부상태의 국제정치 현실 때문에 발생한다고 분석하고 국가들은 정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세력균형과 동맹 같은 생존 전략을 발전시켜왔다고 한다. 이 구조적 현실주의 이론은 20세기의 국제정치 현실을 잘 설명한 것으로 그 타당성이 인정되었고 많은 학자들이 이를 인용하여 왔다.

그러나 21세기의 국제정치가 케네스 월츠의 동맹 이론대로 진행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중국의 급격한 부상으로 세계는 미국과 중국으로 나뉘어져서 또 다시 냉전적 세력균형으로 재편이 될 것인지 아니면 미국과 중국이 협력하면서 평화와 협력의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것인지 모두 희망과 두려움 속에 지켜보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지난 10월 18일 개최된 제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통하여 앞으로 중국은 주변국들, 그리고 세계 각국과 상호 존중과 공평·정의, 협력·상생에 기초한 신형 국제관계를 구축하고 인류공동체로서 함께 평화를 이룩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또한 모든 국가는 강권 정치를 버리고 대항이 아닌 대화, 동맹이 아닌 동반자로서 새로운 교류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하였다.

시진핑 주석이 일견 국가 간의 동맹보다는 평화와 협력을 위한 새로운 국제관계 건설을 강조하였지만 중국의 이익에 반하는 어떠한 도발에도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경우에 따라서는 무력에 의한 해결도 각오가 되어 있다는 의지를 천명하였다.

중국의 이익에 반하는 도발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명치 않지만 그 것이 남중국해, 그리고 센카쿠(댜오이다오) 섬에 관한 것이라면 중국이 아태지역에서 미국, 일본과 화해와 협력으로 갈 가능성은 별로 커 보이지 않는다.

일본은 중국의 부상이 대두되면서 이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노력은 아베 총리 시대에 와서 더욱 본격화되고 있는데 아베 총리는 미·일동맹의 강화는 말할 것도 없고, ‘인도·태평양 협력 전략’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동맹과 세력균형을 구상하여 왔다.

이에 맞추어 미국 정부는 지난달 1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계획을 발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국의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지난 11월 6일 일본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동 외교 전략으로 표명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또한, 지난 11월 7일 한국에서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의 공동언론발표문 1항에는 '트럼프 대통령은 ··· (중략) ··· 한·미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안정과 번영을 위한 핵심축임을 강조했다'는 문구가 포함되었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등장 이래로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파키스탄을 연결하는 해상진출 루트를 구축하여 이를 바탕으로 아·태지역과 중동, 유럽지역으로 진출하기 위한 해상 실크로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진주목걸이 모양과 같다고 하여 진주목걸이라 불리고 있다.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은 기존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개념을 넘어서 인도양과 중동, 아프리카까지 포함하는 협력의 시대를 열자고 하는 것이 표면적 개념이지만, 중국은 그 속에 중국이 추진하는 진주목걸이를 봉쇄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지 않나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사실 일본은 ‘인도·태평양 전략’ 개념이 새롭게 제시되기 이전부터 미·일동맹을 근간으로 호주와 인도를 끌어들여 소위 ‘다이아몬드’ 협력체(4개국을 지도에서 연결하면 다이아몬드 모양이 된다)를 구성하고자 노력하여 왔다.

필자가 주 호주대사 재임 시절에 호주 정부 인사들과 다이아몬드 협력체에 대하여 의견을 교환한 바가 있으나 호주, 인도 모두 대 중국 봉쇄에 가담하는 인상을 주는데 대하여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이에 따라 필자는 호주 측에 일본과 미국이 주도하는 다이아몬드보다 한국, 호주, 인도, 인도네시아 4개국이 주도하는 ‘아·태지역 중견국가 포럼’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제안한 적이 있다.

일본 역시 다이아몬드가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서 다이아몬드를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포장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이를 모를 리 없다. 중국이 이를 알고 있는 이상 ‘인도·태평양 전략’은 성공하기 어렵다.

한국을 비롯한 호주, 인도, 인도네시아 모두 과거사 문제에서 자유롭고, 세계 20위권 안에 들어가는 경제규모를 가지고 있으며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나아가 한국, 호주, 인도네시아는 MIKTA(멕시코, 인도네시아, 한국, 터키, 호주)의 회원국이며 한국과 호주는 2+2를 통하여 외교안보 문제를 협의해 나가는 아·태지역에서 주요한 파트너이다. 또한 한·인도 간의 관계는 물론 호주, 인도, 그리고 인도네시아와 인도의 관계도 매우 긴밀하다.

이 4개국이 연합하여 아·태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할 수 있다면 21세기에는 케네스 월츠의 생존을 위한 대결적인 동맹이 아니라 협력과 공동 발전을 위한 협력체로 새롭게 진화 발전하게 될 것이다. 또한 우리가 ‘진주목걸이’와 ‘다이아몬드’사이에 끼여서 어디로 갈지 고민하지 않고 우리 스스로 독창적인 브랜드를 가진 전략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한·미동맹은 북한에 억제를 위한 것이지 중국 봉쇄를 위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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