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力士’ 슐레이마놀루 타계…역도 역사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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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교 기자
입력 2017-11-2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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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역도 영웅 나임 슐레이마놀루가 올림픽 3연패를 달성했던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서 바벨을 들어 올린 모습. 사진=AP 연합뉴스 제공]

키 147cm의 작은 몸집으로 자기 체중의 3배를 거뜬히 들어 올려 ‘포켓 헤라클레스’로 불렸던 작은 거인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세계 역도의 역사를 바꾼 ‘세기의 역사(力士)’ 나임 슐레이마놀루(터키)가 세상을 떠났다.

슐레이마놀루가 지난 18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고 터키 현지 언론 등이 일제히 보도했다. 2009년부터 간부전에 시달렸던 슐레이마놀루는 지난달 간 이식 수술을 받았으나 뇌출혈 증상을 보이는 등 상태가 악화돼 결국 숨을 거뒀다. 향년 50세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 참가해 한국 팬들에게 낯익은 슐레이마놀루는 역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힌다. 슐레이마놀루는 인상에서 처음이자 유일하게 자기 체중(60kg)의 2.5배 이상(152.5kg)을 들어 올렸고, 또 역도 사상 두 번째로 용상에서 자기 체중의 3배(180kg)를 들었다. 서울올림픽에서는 인상·용상·합계 최고 기록을 세웠고, 56kg에서 64kg으로 체급을 올리며 역도 사상 최초로 올림픽 3회 연속 금메달(1988·1992·1996년)과 세계선수권 7연패, 공식 세계기록 46회 달성의 금자탑을 쌓았다.

슐레이마놀루는 터키인들에게 역도 영웅 그 이상의 특별한 존재였다. 불가리아 내 소수 민족 터키계였던 슐레이마놀루는 1985년 세계선수권까지 불가리아 국기를 달고 뛰었다. 하지만 1986년 자신의 이름을 지키기 위해 망명을 감행했다.

1986년 초 불가리아 정부가 슐레이마놀루에게 불가리아식 이름인 ‘나음 슐레이마노프’라고 적힌 새 여권을 발급하자 발끈한 슐레이마놀루는 그해 12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을 마친 뒤 곧바로 터키로 망명했다. 당시 터키 공항에 도착한 슐레이마놀루는 “나의 민족성이 담긴 내 이름을 바꿀 수 없었다”고 말해 터키인들의 존경을 받았다. 슐레이마놀루는 1987년 1년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뒤,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터키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1989년 갑작스러운 은퇴를 선언한 뒤 1991년 복귀하며 역사를 쓴 슐레이마놀루는 2000년 현역에서 물러나 정치에 도전했으나 정치인으로는 성공하지 못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위대한 스포츠인을 잃었다. 세상을 떠난 영웅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애도의 물결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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