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석규의 대몽골 시간여행-95] 장강(長江)인가? 양자강(揚子江)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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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석규 칼럼니스트
입력 2017-11-26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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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배석규 칼럼니스트]

▶ 굽은 강 黃河, 곧은 강 長江

[사진 = 장강 삼협]

장강(長江:창장)이라는 이름은 중국 대륙을 동서로 가로지르면서 끝없이 이어지는 긴 강이라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이강은 중국 문명의 뿌리나 마찬가지다. 이 강을 이해하면 중국을 거의 알 수 있을 정도로 장강에는 중국인의 삶이 젖어 있다. 잘 아는 대로 중국 대륙에서 두 개의 거대한 강이 서에서 동으로 흐르고 있다.

남쪽에 있는 장강(長江)과 북쪽에 있는 황하(黃河)가 그 것이다. 똑같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큰 강인데 왜 하나는 강(江)이고 하나는 하(河)일까? 조선일보 이규태 前논설고문 같은 사람은 같은 물수(水)변에 붙은 가(可)와 공(工)의 차이에서 그 해답을 제시한다.
 

[사진 = 난주의 황하]

즉 굽는다는 의미를 지닌 可와 곧고 반듯하다는 工의 차이가 바로 명칭의 차이를 가져왔다는 해석이다. 화북지방을 가로지르는 황하는 뱀처럼 구불구불한 굴곡이 심한 강인데 비해 중국대륙을 남과 북으로 가르는 장강은 비교적 곧고 바르게 흘러가고 있으니 그럴듯한 해석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일찍부터 하(河)라는 글자는 황하를, 강(江)이라는 글자는 장강을 가리키는 고유명사처럼 인식돼 왔다.

▶ 중국 문명의 어머니 장강

[사진 = 감숙성 황하]

황하는 세계 문명의 발상지의 한 곳으로 꼽힌다. 중국의 문명은 황토 빛 흙탕물이 흐르는 황하에서 출발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중국 문명의 꽃과 열매는 장강에서 거두어 들였다. 그래서 흔히 황하를 중국 문명의 아버지로, 장강을 중국 문명의 어머니로 부르고 있다. 세계 3번째로 긴 강인 장강은 전장이 6,380 Km로 이 강으로 흘러드는 크고 작은 지류만 해도 7백여 개에 이른다. 이 넓은 지역에 형성된 강 유역은 180만 ㎢로 한반도의 여덟 배나 된다.

또 강 양편 지역은 한족과 50여 개의 소수민족 등 모두 3억 명이 넘는 사람들을 끌어안고 있다. 중국 총 벼 생산량의 70%, 목화 생산량의 1/3이 이곳에서 나오니 가히 중국 대륙의 젖줄이라 할만하다.

▶ 중국 25개성 중 9개성 통과
중국 대륙의 서쪽 끝 청장성에 있는 청장고원(靑藏高原)의 당고랍산맥(唐古拉山脈) 서남부에서 발원한 이 강은 청해성과 서장자치구, 사천성, 운남성, 호북성, 호남성, 강서성, 안휘성, 강소성 등 중국의 9개성과 1개 자치구를 지난 뒤 마지막으로 상해 옆을 통과해 황해로 흘러든다. 중국의 25개성 가운데 9개성을 지나니 가히 중국 역사의 물줄기이자 문화의 보고(寶庫)라 할만하다.

그래서 '장강 없이는 중국이 있을 수 없다'고 말할 정도로 중국의 역사와 혼이 이 강에 스며들어 있다.

▶ 잘못 알려진 이름 양자강
장강이 양자강(양쯔강)으로 불려 지게 된 경위를 보면 조금은 어이가 없다. 원래 강소성(江蘇省)양주(揚州) 근처 수로에 만들어진 다리를 양자교(揚子橋)라고 부른다. 19세기 말, 배를 타고 이곳을 지나던 선교사가 이강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선장에게 물었다. 이 선장은 다리 이름을 묻는 줄 알고 '양자(양쯔)'라고 대답을 했다.

이 서양인은 그 것을 강 이름으로 이해한 것이다. 그래서 그 이름을 바깥세계에 알렸다고 한다.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일화지만 이강을 중국에서는 장강이라고 부르고 중국 바깥에서는 양자강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전혀 신빙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 삼국지의 광활한 무대
삼국지의 광활한 무대가 되기도 했던 이 강은 유비와 제갈공명 등 숱한 영웅호걸의 발자취와 대서사시를 간직하고 있는 강이기도 하다. 유비가 관우의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 대군을 이끌고 오(吳)나라를 공격했지만 실패하고 죽음을 맞이한 백제성(白帝城)도 여기에 있다. 유비가 제갈공명을 끌어들이기 위해 세 번이나 제갈공명을 찾아가면서 삼고초려(三顧草廬)의 고사를 낳은 삼고당(三顧堂)도 장강 변에 있다. 
 

[사진 = 적벽(호북성 가어현)]

또 유비와 손권의 연합군이 조조의 80만 대군을 화공(火攻)계로 물리치면서 천하를 3분하는 계기를 만든 유명한 적벽대전(赤壁大戰)의 적벽도 바로 화북성 가어현의 장강에 있다.
 

[사진 = 동정호 대교]
 

[사진 = 동정호 악양루]

오나라 손권이 군사요충지로 장악했던 동정추월로 유명한 동정호(洞定湖)와 그가 수군 군사훈련을 감독하기 위해 지은 악양루(岳陽樓)도 장강과 연결돼 있다. 삼국지의 발자취뿐만 아니라 강 양편에 있는 수많은 문물에서는 고대부터 지금에 이르는 중국인들의 지혜와 재능이 담겨 있다.

▶ 논란 끝에 완공된 삼협댐(샨샤댐)

[사진 = 장강 삼협]

장강의 양편에 펼쳐지는 광활한 평원과 웅장한 산, 첩첩산중으로 솟아 있는 산봉우리, 그리고 수많은 강의 지류와 호수 등 대자연의 모습은 선경이라 할만하다.
 

[사진 = 두보 초상화]

그래서 이백과 두보 등 중국의 시성들은 강의 모습에 취해 수많은 시심을 토해 내기도 했다. 장강은 특히 구당협(瞿塘峽)과 무협(巫峽) 그리고 서능협(西陵峽)이라 불리는 삼협(三峽)의 절경과 아름다움으로 유명하다.

그 곳에는 지금 거대한 댐이 들어섰다. 지난 1994년 공사를 시작해 2006년에 완공된 삼협댐(三峽댐, 샨샤댐: The three gorges Dam)이 그 것이다. 중국 정부는 세계 최대의 수력발전소 삼협댐을 건설하면서 한국의 전체 전력량과 맞먹는 전력을 생산하는 것은 물론 홍수조절 기능까지 갖게 되는 등 중국 중부지방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랜 기간 개발과 보전이 맞부딪치는 논란이 이어졌지만 중국 정부는 개발을 선택해 이 댐을 건설했다.

▶ 중국, 용두전략으로 장강 개발 야심
하지만 개발을 선택한데 따른 대가도 엄청나다. 어마어마한 건설비용과 2백만 명에 이르는 주민의 이주문제는 당연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삼협의 비경과 삼국지 무대의 1/3을 비롯한 역사유적 그리고 고고학의 요람들이 물속으로 잠기는 엄청난 환경파괴는 무엇으로도 보상받기 어려운 결과를 가져왔다. 게다가 주변지역의 기후변화와 토사 퇴적 문제 등 환경변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진 = 삼협 댐 방류]

실제로 중국 사천지역 대지진은 바로 삼협댐의 건설에서 비롯됐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또 강을 막아 거대한 댐을 만들면서 서해 해수면에 영향을 줘서 한반도 기후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지적받고 있다. 삼혐댐을 직접 현지 취재했던 한국의 한 언론인은 '한반도 환경 대재앙 샨샤댐' 이라는 책을 통해 이 점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숱한 비판의 주장을 물리치고 장강 개발에 나선 중국은 이른바 용두전략(龍頭戰略)으로 장강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즉 상해(上海)를 용의 머리로 하고 무한(武漢)을 용의 몸체 그리고 중경(中慶)을 용의 꼬리로 해서 장강을 아시아의 심장부로 변모시키겠다는 야심이다. 이 같은 계획에 대해 중국의 한 여성 환경운동가는 ‘江의 龍이 돌아오다’라는 제목의 책을 미국에서 출판하고 삼협댐 건설을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 쿠빌라이 첫 목표 양양과 번성
중국이 용의 몸체라고 여기고 있는 장강 중심부의 무한! 그 곳이 바로 대권도박을 위해 쿠빌라이가 장강을 건넜던 악주다. 그리고 다시 남송 공격을 준비하는 쿠빌라이는 무한 위쪽에 있는 양양과 번성을 첫 번째 목표지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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