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현우, "철없던 10대, 멋모르던 20대, 그리고 30대를 맞는 배우의 자세"···믿고 보는 배우 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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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 기자
입력 2017-11-1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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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드림티엔터테인먼트 제공 ]


"30대가 되고 나니 제 연기에 책임을 느끼게 됐습니다. 다작보다는 한 작품에서 더 좋은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될게요."

최근 MBC '도둑놈 도둑님' 종영 후 배우 지현우를 강남의 한 카페에서 아주경제가 만났다. 배우라기보다 오래 알고 지낸 친구를 만난 듯, 꾸미지 않고 자연스럽게 속 이야기를 털어놓는 그와의 만남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켠을 따뜻하게 덥혀주듯 훈훈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철없던 10대, 멋모르던 20대 그리고 30대로 접어들며 어떤 배우가 되어야하는지 치열한 고민중인 지현우. 그는 과연 그가 바라는 배우가 될 수 있을까? 긴 호흡으로 달려왔던 드라마를 끝내고 30대 배우로서의 갈 길에 대한 고민에 서 있는 지현우를 만나봤다. 

지현우는 지난 2001년 18세에 더 넛츠로 데뷔했다. 이후 KBS 20기 공채 탤런트에 최연소로 합격, 2004년 KBS2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시작으로 연기자로서 큰 인기를 끌게 됐다. 당시 지현우는 21세의 어린 나이에도 띠동갑 차이가 나는 예지원과의 러브라인을 감칠맛 나게 그려내며 '국민 연하남'에 등극했다.

그동안 다양한 작품에서 탄탄한 연기를 보여준 배우 지현우는 최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도둑놈 도둑님’에서도 안정된 연기로 주인공 장돌목 역을 소화했다.

대한민국을 왜곡되게 조종하는 기득권 세력에게 통쾌한 일격을 날리는 도둑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드라마에서 그는 정의의 도둑 J이자 장돌목을 연기하며 50부작을 이끌었다. 소수의 기득권 세력들의 물건을 터는가 하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는 악인들을 응징한 인물이다. 마지막회는 해피엔딩이었다. 윤중태(최종환), 최강규(김준원), 윤화영(임주은)이 체포됐다. 스스로 J라고 밝힌 장돌목(지현우)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천문그룹의 주식을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장돌목과 강소주(서현)는 행복한 결혼식을 올렸다.

지현우는 도둑놈 도둑님 종영 소감으로 운을 뗐다.

"6개월간을 정신없이 달려왔네요. 도둑놈 도둑놈 촬영만 바라보고 있다가 뻥 뚫린 느낌이이요. 중간에  MBC 파업 때문에 어려움도 있었고 매주 스텝도 바뀌고 야외감독님도 매번 바뀌셔서 다시 맞춰나가는데 시간도 걸렸지만 그래도 잘 마무리돼 다행입니다. "

이어 그는 “주말드라마는 이번이 세 번째였어요. 주말드라마 같지 않은 작품이어서 정성을 많이 들였어요. 보통 주말드라마는 가족극을 중심으로 하잖아요. 큰아이, 작은 아이 등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는데 이번 ‘도둑놈 도둑님’은 저와 김지훈 형, 최종환 선배 이 세 사람이 거의 맡았죠. 결말은 마음에 들어요. 주말드라마로 어르신들도 많이 보시는데 너무 현실적인 결말이라면 팍팍하잖아요. 전작인 ‘송곳’이나 ‘원티드’의 결말이 다 씁쓸했거든요. ‘송곳’은 좌천돼서 일도 안 주는 현실을 많이 반영했고 ‘원티드’도 보상이 이뤄지지 않은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사실적으로 다뤘어요. ‘도둑놈 도둑님’은 부모님들이 시청을 많이 하는 드라마로서 해피엔딩이 좋았던 것 같아요. 사회가 그렇게 변했으면 좋겠다는 걸 보여준 엔딩이었어요"라고 말했다. 
 

[사진= 드림티엔터테인먼트 제공 ]


출연배우들과의 합도 좋았다고.

지현우는 "12년전에 김지훈형과 같이 해서 이번에도 호흡 잘 맞았어요. 이번에는 여주인공인 서현씨보다 형하고 더 많이 부딪히는 신이 더 많았네요. 형제들의 감정들을 어떻게 풀어나갈까 고민도 하고 지훈이 형이 저를 편하게 여겨준 것처럼 서로 역할에 대비해서 준비를 많이 했다는게 느껴져서 신뢰감이 확 생겼어요"라고 극중 형으로 등장한 김지훈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배우들은 서로 눈을 보고 교감을 하잖아요? 사랑하는 연인에 정도로 가까울 정도로 상대에게 집중하는데 이 사람이 내게 집중을 하는지 연습을 제대로 해왔는지 작품에 애정이 있는지 명확하게 느낄수가 있어요. 지훈이 형이 아니였으면 저역시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상대배우에 애정과 신뢰도가 없었으면 많이 힘들었을 겁니다."
 
그는 "서현씨에 대해 아이돌 출신이라는 우려의 시선도 있었지만 저 역시 노래하던 사람이고(웃음) 그 부분에 대한 걱정은 없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나야 편하게 대비를 했었습니다. 서현씨는 10년동안 연예계에 있었고 소녀시대로 정상에 있던 분이라 멘탈도 강하시더라구요. 서현씨 성향 자체가 순수하고 밝고 건강해서 신선함이 있었어요. 머리로 계산하지 않고 내가 어떻게 연기하는가에 따라 즉각 리액션이 달라지는 친구라 그런점이 서현씨의 장점이었죠"라며 함께 연기했던 서현을 칭찬했다. 이어 "배우의 순수함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면에서 서현씨의 순수함은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서현씨가 10년동안 2주를 쉬어본 적이 없다로 하더라구요. 개인적인 시간을 많이 못보내서, 일반적인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 역시 배우로서 필요할 것 같다는 조언을 해줬습니다"고 덧붙였다.

어느덧 30대 배우가 됐다.  지현우는 30대가 됐고, 연기의 맛을 알게 됐다. 주연 배우로서 어깨도 무거워졌다.

“신뢰감을 주는 배우가 되는 게 최종적인 목표에요. 드라마를 보면 몰입이 안 되는 배우도 있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이 돼야죠. 어느 순간 이 사람이 이렇게 해? 나도 이렇게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나가기 시작하면 자칫 대사만 하는 배우가 될 수 있어요. 그런 마음을 꾸준히 지켜가는 게 쉽지 않은데 노력하고 있어요.”

[사진= 드림티엔터테인먼트 제공 ]


20대와 30대의 간극은 크다. 그는 30대로 접어들면서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졌다고 전했다. 

"30대가 되면서 많이 바뀐 것 같아요. 20대 때는 정말 쉬는 시간 없이 일만 했어요. 더 너츠 활동도 하고 라디오 DJ도 하고 뮤직뱅크 MC도 보고 한번에 3~4가지를 동시에 정신없이 활동했죠. 그때는 '넌 착한데 싸가지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웃음). 정말 거침없이 이야기했거든요. 연기도 흘러가는대로 했어요. 지금요? 지금은 참 많이 달라졌죠. 20대 때와 달리 지금은 내 선택으로 작품을 선택하다 보니 더 소중하고 애착이 가요. 더 잘하고 싶고 좋은 걸 보여 드리고 싶어요. 20대에는 신인의 귀여움이 있기 때문에 시청자도 이해심이 있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연기를 못하면 '몇 년을 했는데 똑같냐'는 말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더 신중해져요."

그는 현장에서 여러 번 '한번 더'를 외친다고 한다. 좀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에서다. 그러나 현장에 있는 스탭이나 상대배우를 생각하면 마음에 들때까지 계속 같은 장면을 되풀이할 수 없어 몇번이나 한번 더 를 외쳐야할지 조심스러워진다고. 

지현우는 "이번 도둑놈 도둑님을 찍으면서도 작품에 대한 욕심, 만족도 때문에 힘들었어요. 어느 정도는 내려놓고 할 필요도 있는 것 같지만, 이번 드라마 들어가기 전에 대전에서 영화를 한달 반 정도 찍고 왔는데 영화는 하루에 3씬 정도 찍잖아요? 영화를 하고 와서인지 더 집착이 컸어요. 여유있게 하나의 장면을 만들어내는 영화를 촬영하다가 도둑놈도둑님 하게 됐을 때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컸고 뭔가 잘 만들고 싶다, 내가 잠을 덜자도 카메라 앵글을 더 많은 각도로 찍었으면 좋겠다 그런 집착이, 6개월동안 그런 집착이 커서 힘들었어요"라고 털어놨다. 

또 "30대가 되니, 어느정도 타협해서 맞춰야하나에 대한 고민이 커집니다. 30대 이후부터는 계속 한번만 더 가자는 말을 많이 해요. 미리 대본이 나와있는 경우는 상관없지만 거의 생방송처럼 가는 작품의 경우 내가 한번만 더 가자고 할 때 스탭들에게 굉장히 민폐일 수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에 나오는건 내얼굴이니까  타협점이 어디일까 고민합니다. 한번만 더 가자고를 너무 많이 하니까 스탭들 입장에서는 '또 저러네.... 처음부터 잘하지 ' 이럴수도 있어서 그런 고민들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어릴때는 몰랐는데 30대 넘어가니 그런 욕심들이 많이 생겨요"라고 속내를 밝혔다.

"어느정도 방송에 선수가 되느냐, 합의하에 넘어가느냐, 내가 만족할만한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가 되느냐 갈림길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부분들이 어려워요. 그래도 저의 꿈은 지현우하면 믿고 볼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만났을 때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기 때문에 좋은 사람일수도 있고 나쁜 사람일수도 있겠지만 '배우 지현우'로서는 믿고 볼 수 있는 연기를 하는 것. 그게 최종목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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