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후안무치’ MB, '정치보복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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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 기자
입력 2017-11-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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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 정치부장]

“아까 ‘MB악법’이라고 말한 기자, 누구예요? 어디 와서 ‘MB악법’이라 하는 거야?”

2009년 2월 어느 날쯤으로 기억한다. 당시 청와대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서 이동관 홍보수석의 브리핑이 있었고, 곧바로 기자들의 일문일답이 이어졌다.

나는 "MB악법에 대한 국민여론이 좋지 않다. 민주당이 2월 임시국회에서 MB악법 처리를 결사 저지하겠다고 하는데, 청와대의 입장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당시 이 수석은 "지켜보고 있다" 정도로 얼버무리더니 기분 나쁘다는 듯 서둘러 나가 버렸다. 기자들이 노트북과 수첩을 주섬주섬 챙기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춘추관 모 행정관이 브리핑 단상으로 뛰어 올라오더니 마이크에 대고 ‘MB악법’ 질문자를 색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감히 그 따위로 질문을 하느냐"며 대놓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참 어이가 없었다.

이명박 정권이 언론을 어떻게 대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권력의 입맛에 맞게 길들이고 장악했는지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MB악법’들이 무엇인가.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이명박 정권의 저열한 속성과 뿌리 깊은 적폐를 고스란히 담은 종합세트다.

재벌 특혜와 정권실세, 기득권세력을 위한 온갖 경제법안들(금산분리 완화, 출자총액제한 폐지 및 재벌규제 완화, ‘부자감세’ 법인세 인하)로 부와 권력을 가진 특권층과 서로 결탁해 이익을 몰아주어 사회 1%를 위한 경제구조로 고착화시켰으며, 국민경제는 피폐해졌고 사회양극화는 더욱 극심해졌다.

사이버 위기관리 업무를 추가한 국가정보원법은 2012년 대선 때 국정원과 군의 댓글 정치 공작으로 이어졌고, 국가의 근간을 뒤흔들고 민주주의 본질을 크게 훼손했다. 결과적으로는 불법적으로 박근혜 정권을 탄생시킨 꼴이 됐다.

신문·방송법은 재벌의 언론사 소유를 허용해 조선·동아·중앙 보수재벌언론들이 방송산업에 뛰어드는 길을 터줬으며, 공영방송에는 재갈을 물려 더욱 옥죄는 도구로 이용됐다. 이명박 정권은 임기 내내 BBK 의혹과 4대강사업 실패 등 부패와 실정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았지만, 본인 스스로 ‘레임덕이 없다’ 호언할 정도로 임기를 마쳤다. 언론을 장악한 덕을 톡톡히 누린 것이다.

마스크를 쓰고 집회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하는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과 통신비밀보호법, 정보통신법은 국가기관이 국민을 사찰할 수 있도록 했고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통제하는 반민주악법으로 악명을 떨쳤다. 이른바 ‘미네르바’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정권의 정치공작으로 탄생한 박근혜 정권까지 지난 9년 동안 대한민국의 시계는 30-40년 전으로 거꾸로 흘렀다. 잘못된 것을 다시 바로잡고 책임까지 묻는 것, 비정상의 정상화가 바로 적폐 청산이다. 정권 실세와 재벌, 기득권세력을 위한 나라가 아니라 국민이 주인인 진정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국정원과 군의 댓글공작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이명박 정권의 최대 적폐인 4대강사업, 자원외교, 방산비리, 수많은 ‘정경유착’ 재벌 비리는 제대로 규명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탕진한 국민 세금이 무려 189조원을 넘는다는 주장, 이른바 천문학적인 ‘MB의 비용’까지 제시되고 있다.

해외자원에 투자했던 주요 에너지 공기업 3사에 생긴 새로운 빚만 해도 42조원에 육박한다. 4대강사업에 22조원이 투입됐지만 유지관리비, 하천 정비 비용 등 추가 비용은 84조원으로 추계되고 있고, 향후 복구비용으로는 어마어마한 예산이 들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녹조라떼’로 상징되는 4대강사업으로 인한 부작용은 대한민국이 향후 20년은 안고 가야 할 큰 짐이 된 것이다.

제2롯데월드 건축 승인은 그야말로 최우선으로 파헤쳐야 할 적폐 청산 과제다. 사욕에 눈이 멀어 국가안보와 국민안전을 롯데에 팔아넘긴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하고 국민을 볼모로 거대한 범죄적 사익을 추구했던 세력들은 ‘과거에 발목 잡히지 말고 미래로 나아가자’고 한다. 그들은 적폐 청산이 정치 보복이라고 항변하면서 노무현 정권의 치부를 들추어내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국민을 바보로 아는가.

거대한 범죄적 사익을 추구한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나라에 끼친 손실과 해악을 하나하나 파헤쳐 엄중하게 처벌해야 하는 것은 물리적 시간과 사회적 비용이 소요되더라도 기필코 해야 할 일이다.

해방 후 반민특위의 실패를 거울삼아야 한다. 청산되지 못한 부끄러운 역사가 나라와 국민의 미래를 발목 잡았던 불행이 결코 되풀이되어선 안된다.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과 똑같이 어리석은 짓”이라는 알베르 카뮈의 말을 되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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