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冬夏閑談] '슈퍼맘'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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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함원 전통문화연구회 상임이사
입력 2017-11-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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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나 뉴스가 쏟아져 들어오는 요즘이다. 지난해 촛불 이후 엄청난 일이 계속 벌어져 어지간한 뉴스가 아니면 둔감해졌다. 뻔한 거짓 주장을 심각하게 펼치는 몰골은 식상한 지 오래됐다. 

그런데 지난주 눈이 번쩍 떠지고 귀가 쫑긋해지는 말이 TV 뉴스에 나왔다. 염재호 고려대 총장이 연세대 학생들에게 한 특강이었다. '내로라는 고위직들이 여기저기서 거짓말과 변명, 왜곡을 일삼는데 그래도 역시 스승만이 새겨들을 만한 말을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염 총장은 좋은 학점, 스펙쌓기에 모든 것을 걸다시피 하는 요즘 대학생들에게 "자격증을 따야 먹고살고 대기업에 들어가야 성공한다는 엄마세대 말은 20~30년 전 얘기다. 21세기를 살아가야 할 여러분은 항상 개척하고 도전해야 한다"면서 "(마마보이 세대는)엄마 말 절대 듣지마"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공자가 호학(好學)을 강조했기 때문인지 한·중·일 삼국은 다른 문화권에 비해 유독 교육열이 강하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는 아련한 옛이야기가 됐다. 동양사회에서 여성은 '가빈사양처 국란사양상(家貧思良妻 國亂思良相, 집안이 가난하면 훌륭한 처가 그립고, 나라가 어지러우면 훌륭한 재상이 그립다)'이라는 말처럼 효녀와 현모양처, 열부(烈婦, 정절이 곧은 부인)가 돼야 했다. 그런데 이제는 아이들 교육에서 손을 떼고 맞벌이를 해야 하며, 아이를 둘 이상 낳아야 하나? 남성 우위, 가부장제, 권위주의 그늘에서 숱한 차별을 다 받아가면서?
 
40~50년 전엔 '치맛바람'이 거셌다. 부유한 사람이나 권력층 부인들은 자식 교육을 위해 학교를 찾아다니며 문제를 일으켰다. 10여년 전부터 회자됐던 '기러기 아빠'는 한국의 극렬 맹모가 잉태한 비극이다. 예나 지금이나 가정에서 아이들이 크고 작은 문제를 상의하는 것은 대개 어머니이다. 아버지는 이런저런 이유로 자식들과 소통이 잘 안 되고, 이 때문에 자식 교육은 어머니가 전담해온 것이다.

살림이 어려운 집의 장남으로 태어난 필자는 일가 자손 중 가장 먼저 중·고등학교에서 공부하면서도 어머니께 이것 저것 해달라고 조른 적이 많았다. 어머니는 "이놈아,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고 하면 가랑이가 찢어진다"고 거절하셨는데, 나는 이에 기죽지 않고 "제가 뱁새인지 황새인지 어떻게 압니까"라고 당돌하게 대들기도 했다. 

'주이시 머더(Jewish mother)'라는 말이 있다. 단순히 '유대인 어머니'만을 뜻하는 게 아니라 '자식공부에 헌신적인 어머니'라는 의미도 있다. 유대인이 세계 각 분야를 주름잡고 있는 데는 교육이 있었다. 어머니의 자식 사랑과 공부에 대한 열성은 앞으로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제는 '내 자식 하나만 잘되면 되는 교육'이 아닌, 잘못된 이 나라 교육을 바로잡고 자식의 미래를 위해 열성을 다하는 '슈퍼맘(Super-Mom)'으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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