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더 많은 초대형 IB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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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기자
입력 2017-11-1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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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모 금융투자협회 증권파생상품서비스본부장

'포티나이너스(49ers)'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연고로 둔 미식축구팀이다. 골드러시가 절정에 달한 1849년 황금을 찾아 서부로 몰려든 사람을 '포티나이너스'로 부른 데서 유래했다. 부푼 꿈을 안은 개척자에게 마지막 관문은 캘리포니아 초입에 펼쳐진 모래사막이었다.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가까스로 통과한 생존자는 그곳을 데스밸리라 불렀다. 신생기업이 창업 3년 안에 맞는 도산위기도 데스밸리라 부른다.

우리나라에서 창업 3년 후 살아남을 확률은 41%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기업자금 대부분을 은행 대출에 의존하는 금융시스템 탓이다. 중소기업 조달자금 가운데 은행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90%를 넘는다. 엄격하게 여신을 관리하는 은행으로부터 담보여력이 부족한 기업이 돈을 빌리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중소기업금융 측면에서 보면 은행이 이끄는 금융시스템은 한계에 봉착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도태하지 않으려면 혁신성장기업을 키워야 한다고 누구나 입을 모은다. 때마침 정부도 '혁신성장'을 새 경제정책 방향으로 내놓았다. 요즘 초대형 투자은행(IB)이 혁신성장 주역으로 떠오른 것도 이런 흐름과 닿아 있다. 초대형 IB는 단기금융을 통해 자기자본보다 2배 많은 자금을 조달한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돈에 목마른 기업으로 들어간다. 초대형 IB를 희망하는 증권사가 모두 정부 인가를 받으면 기업여신 여력을 49조원가량 늘릴 수 있다.

일각에서는 초대형 IB가 은행업을 침탈한다고 얘기한다. 초대형 IB는 은행이 아니다. 은행은 수신을 본질로 한다. 예금업무가 본업이다. 초대형 IB는 단기금융으로 자금을 조달하지만 은행 예금과 달리 예금자 보호를 적용해주지 않고 그 규모도 제한적이다. 기업금융에 투자해야 하는 제한도 있다. 은행처럼 금산분리를 적용할 이유가 없는 이유다. 초대형 IB는 법적으로 대주주에게도 돈을 못 빌려준다. 대주주가 사금고로 악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혁신성장에서 핵심은 자금조달이다. 데스밸리를 헤매는 포티나이너스에게는 손에 닿지 않는 황금 신기루보다 당장 목을 축일 물 한 모금이 필요했다. 포티나이너스가 살아남아 샌프란시스코를 세운 것처럼 초대형 IB가 젖줄을 댄 혁신성장기업이 우리 경제를 풍요롭게 할 것이다. 더 많은 초대형 IB가 나와 그 촉매제 역할을 다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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