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화장품업체 공격경영②] 韓 대표 마스크팩 '메디힐' 중국 시장 1위 자리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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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차이나 정혜인 기자
입력 2017-11-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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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통망 재정비로 中시장 공략 박차

  • 여러 유통채널 이용 탓 '짝퉁' 기승

  • 모방 못하게 '압인' 기술로 승부수

중국의 한 화장품 가게에 '메디힐패밀리'라는 테마로 메디힐의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다.[사진=바이두]

[편집자 주]

한·중 양국을 대표하는 간판 마스크팩 업체들이 그 어느때보다 적극적으로 '중국인 얼굴'을 공략하고 있다.

중국 국민 마스크팩 '위자후이(禦家匯)'는 자본력을, 한국 마스크팩 강자 '메디힐'은 현지 유통망 재정비를 앞세워 중국 시장 정복에 나선 것. 아시아는 이미 현대인의 필수 아이템으로 거듭난 마스크팩의 핵심 시장으로 자리매김했으며, 그중에서도 중국이 1위 시장으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의 마스크팩 시장은 모두 뚜렷한 성장세를 나타낸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 마스크팩 시장은 속도와 규모 면에서 한국을 월등히 뛰어넘는다. 중국 마스크팩 시장은 한국의 12.5배 수준으로, 시장 규모는 2015년 300억 위안에서 2016년 400억 위안으로 약 33%가 급팽창했다. 대부분의 마스크팩 업체가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목표로 하는 이유다.

아시아 최대 마스크팩 시장의 든든한 후광에 힘입어 중국 현지 마스크팩 기업 역시 빠르게 성장하며 시장점유율을 넓혀나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규제 완화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한국 마스크팩 기업의 중국 시장 공략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마스크팩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중·고급 브랜드, 본토·해외 브랜드들이 잇달아 진출하고 있다"며 "세계 1위 시장인 중국에서 현지 기업과 해외 기업간의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아시아 최고 화장품 산업국이라는 명성을 지키려는 한국 기업과 자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 차지하려는 중국 기업 간의 경쟁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중국 대표 마스크팩 브랜드가 시장 전략 키워드로 ‘자본’을 내세운 반면, 한국 마스크팩 강자가 선택한 것은 '짝퉁' 근절을 위한 유통망 재정비다.

마스크팩 단일 품목 누적판매량 10억장 이상을 기록하며 한국은 물론 아시아 대표 마스크팩 브랜드로 거듭난 메디힐이 유통 제품 품목 추가 등 중국 시장 전략을 더욱 공격적으로 전환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메디힐의 모기업 엘앤피(L&P)코스메틱은 당초 올 하반기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었으나 중국 사드 이슈로 상장 계획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중국 현지 언론 베이징상바오(北京商報)는 “한국의 최대 마스크팩 브랜드 '메디힐'이 제품 카테고리 확장 등 유통망 재정비를 통해 중국 화장품 시장을 공략하고, 시장 확장을 위한 현지화 생산도 구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오는 2025년까지 '글로벌 톱10' 브랜드로 도약하고자 소비자 맞춤형 제품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도에 따르면 메디힐은 기존 마스크팩 제품 외에도 기초 스킨케어·바디케어·클렌징·선케어 등 4개의 제품 카테고리를 중국 유통 제품 목록에 추가해 총 15개 상품을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메디힐 담당자는 "2018년 중국 마스크팩 시장 1위를 목표로 현지 유통망 재정비에 돌입했다"면서도 중국 내 메디힐 제품 카테고리 확장 계획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메디힐은 중국 마스크팩 시장 확대와 함께 성장한 대표적인 업체로 현지 소비자에게도 매우 익숙한 브랜드다. 2009년 4월 엘앤피코스메틱은 한국 최고 피부전문가 10여명과 함께 ‘클리니에(clinie)’ 마스크팩을 개발하면서 마스크팩 시장에 진입했다. 이후 2012년에 클리니에 이름을 ‘메디힐’로 변경하고, 해외직구 등의 유통 경로를 통해 중국 소비자에게 이름을 알렸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류마오란(劉茂然) 중국 일용소비재 산업 전문가는 “한국 화장품이 중국 내 인기가 높은 것은 산하 제품을 분야별 대표 브랜드로 만들어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단일 브랜드 전략’ 때문”이라며 “메디힐이 중국 시장에서 성공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메디힐이 중국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현지에서 여러 유통 채널을 이용한 것은 짝퉁 문제를 일으키는 오점으로 남았다고 지적했다. 중국에서 유통된 메디힐 제품 라벨에 서로 다른 현지 유통업체가 수입대행사로 표기한 것이 화근이 됐다는 것이다.

즉, 수입 대행업체의 수가 소비자가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많아 가짜 수입업체의 판매제품이 정품으로 인식돼 짝퉁 유통이 기승을 부렸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엘앤피코스메틱은 지난 2015년에 중국 소비자를 위한 '메디힐 중문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모든 제품을 한국 본사에서 직접 중국 소비자에게 보내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짝퉁 문제는 개선되지 않았고, 가짜 제품의 판매량이 많아질수록 메디힐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하락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메디힐은 제품군 확장과 함께 △통관 일체화 △라벨 일체화 △신규 상표수권서(授權書) △‘압인(壓印)’ 마스크팩 △가격 폭리 방지 QR코드 등 다섯 가지 해결방안을 내놨다.

특히 ‘압인’ 마스크팩은 기술개발을 통해 정품 마스크팩 품질을 강화한다는 ‘상품 전략’의 일환으로 권오섭 앨앤피코스메틱 회장이 지난해 초부터 짝퉁 제품 근절 방안으로 제시한 아이디어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일본 아사이카사이와 협력하기로 했다.

메디힐 관계자는 “마스크팩에 압인을 새기기 위해선 일정 규모의 수량이 필요하고, 시설 투자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구조”라며 “이달부터 중국 시장에서 유통되는 제품부터 순차적으로 압인 마스크로 교체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월에는 메디힐 서울 본사에서 열린 ‘중국 스마트대리상’ 전략 회의에 참석한 중국 29개 성(省)의 현지 바이어 72명과 협력 계약이 체결되기도 했다. 

메디힐은 직접 선정한 바이어 72명과 현지 지역별 유통망 입점부터 마케팅까지 협의해 지역에 맞는 토착 유통 전략을 세웠다. 이는 중국 현지 유통채널를 하나로 통일해 짝퉁과 다이궁(代工, 보따리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에서 비롯됐다.

송지연 메디힐 중국사업부 전무는 “한국 본사와 중국 다이궁 간 상호 협의로 지역에 맞는 토착 유통 전략을 세우는 게 목표”라며 “본사로부터 직접 유통 권한을 받고 납품하기 때문에 지역·채널 간 충돌이 완화되고 과거 정품 확인·유통 추적이 불가능했던 다이궁 시장 폐해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메디힐은 유통 분야에서 자리매김한 뒤 브랜드숍을 통해 오프라인 유통 조직을 장악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설립된 엘앤피화장품유한공사 상하이(上海) 법인을 중심으로 내년 중국 오프라인 매장 개점을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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