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리커창 총리 회담서 '증광현문' 문구 인용…'한중관계' 복원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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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 기자
입력 2017-11-1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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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 대통령-리커창 총리, 비공개회담에서 바둑 주제로 대화 나눠…화기애애 분위기 이어가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제31차 ASEAN 정상회의'가 열리는 필리핀 마닐라 소피텔 호텔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와 회담장 앞에서 만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의 회담에서 중국 고전의 문구로 냉랭했던 양국 관계를 눈 녹듯 녹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중국 고전에서 ‘꽃이 한 송이만 핀 것으로는 아직 봄이 아니다. 온갖 꽃이 함께 펴야 진정한 봄이다’라는 글을 봤다”면서 “오늘 리 총리와의 회담이 다양한 실질 협력의 다양한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비옥한 토양을 만들어 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국 국민들이 한중관계가 진정한 봄을 맞이했다는 것을 피부로 체감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길 바라 마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자 리 총리와 일부 중국 측 참석자가 고개를 끄덕이는 등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구절은 명나라 시대 교재인 ‘증광현문(增廣賢文)’에 나오는 ‘일화독방불시춘 백화제방춘만원(一花獨放 是春 百花齊放春滿園)’이다.

증광현문은 지난 7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의 첫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화제가 됐다. 당시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을 언급하며 “저와 중국 국민에게 문재인 대통령은 낯설지 않다”며 “문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ㆍ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듯, 한 시대의 새 사람으로 옛 사람을 교체한다)’이란 명언으로 큰 정치적 소신을 밝혀 제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호감을 보였다.

문 대통령이 ‘운명’의 머리말에 “장강의 뒷물결이 노무현과 참여정부라는 앞물결을 도도히 밀어내야 한다”고 서 인용한 구절도 증광현문에 나오는 말이다.

리 총리는 이에 “방금 문 대통령께서 중국 고전을 인용해서 중한관계가 따뜻한 봄을 맞이했다고 말했다”면서 “중국에서도 ‘봄이 오면 강물이 먼저 따뜻해지고, 강물에 있는 오리가 따뜻한 봄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이 있다(春江水暖鴨先知)”고 응수했다.

리 총리가 언급한 표현은 중국 송나라 시대 문장가인 소동파(蘇東坡)의 한시 구절을 따온 것이다. 리 총리는 이어 “양측의 공동의 노력을 통해서 중한관계를 조속히 정상적인 궤도에서 추진해 나가리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진행된 비공개 회담에서도 문 대통령과 리 총리는 바둑을 공통분모 삼아 얘기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문 대통령이 “리 총리가 바둑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 이창호 9단과 추궈홍(邱國洪) 주한 중국대사가 한 팀을 이뤄 창하오(常昊) 9단과 노영민 주중대사와 화상 바둑 대결을 벌인 것을 거론하자, 리 총리는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창호 9단을 만나서 바둑 뒀는데 훌륭한 선수는 젊은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이어 “ 제가 알기로는 문 대통령도 바둑을 좋아하는 것으로 아는데, 바둑은 대승적이고 전반적인 국면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대국 기록을 담은 책 ‘신의 한 수 인간의 한 수’에 추천사를 쓴 사실이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날 회담은 당초 예정된 30분을 훌쩍 넘겨 50분 가량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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