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커리지호 승선기-3]중국 앞바다에 이틀간 발 묶여…입추 여지없는 상하이항에 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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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 기자
입력 2017-11-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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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기 현대커리지호 선장(왼쪽)아 항해도중 쌍안경으로 전방을 살피고 있다. [사진=현대상선 제공]


10월 28일 현대 커리지호(이하 커리지호)는 중국 영해에 들어섰지만 쉽사리 상하이항에 들어서지 못했다.

10월 추석연휴로 중국도 우리와 같은 휴일을 즐기면서 상하이항으로 들어오려는 전 세계 선박들이 앞다퉈 몰려 기약 없는 기다림이 시작된 것이다. 여기에 태풍까지 겹치면서 커리지호가 멈춰선 황해는 그야말로 출렁이는 파도의 한복판으로 변했다.

결국 정영기 커리지호 선장은 앵커링을 결정했다. 우리가 흔히 닻으로 알고 있는 앵커(닻 (anchor)를 수심 깊숙이 내려 선박을 고정시킨 뒤 대기하기로 한 것이다.

선장이 무전으로 명령을 전달하면 1등항해사가 갑판원들을 향해 외쳤다. “브레이크 오픈.” 이내 무서운 마찰음과 함께 거대한 쇠사슬 모양 샤클(Shackle)이 황해 깊숙이 빨려 들어가듯 내려갔다.

강민성 1등항해사는 “1샤클당 27.5m, 10t으로 총 14개 샤클로 구성됐다”라며 “앵커머리 무게만도 15t 수준”이라고 말했다.

앵커링 이후 커리지호는 상하이 앞바다에 정박했지만 태풍으로 흔들리는 선내에서 만 하루를 보내는 것은 고역이었다. 그동안은 배의 흔들림이 심해 선내 엘리베이터의 가동도 중단됐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안전을 위하 조치”라고 설명했다. 선내와 갑판을 이어주는 문이 성인의 힘으로도 안 열릴 정도로 강풍이 불었으니 당연한 조치였다.

29일 오전 상하이항 접안 준비가 시작됐다. 상하이 항만국에서 드디어 커리지호의 입학을 허가한 것이다.

부산항에서 출항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 도선사가 승선해 선장과 손발을 맟춰가며 안전한 접안을 유도했다.

상하이항은 접안 환경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항만시설과 바다가 바로 맞닿아있는 부산 등과 달리 상하이상은 양자강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 상해항에 환적을 기다리는 컨테이너들이 가득 쌓여잇는 모습. [사진=현대상선 제공]



정영기 선장은 “상하이항 입항 시 정해진 수로 폭이 100m에 불과하다”라며 “수로를 벗어나면 모래가 많고 수심이 낮아져 위험하다”고 말했다.

예상대로 상하이항 접안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기존 일정은 28일 오전 도착예정이었으나 체선과 태풍의 영향으로 30일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땅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부산에서 상하이까지 예정보다 이틀이 더 걸렸지만 커리지호는 정시성 1위라는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현대상선은 덴마크 해운분석기관 ‘시인텔(SeaIntel)’의 선박 운항 정시성 분석 결과 8월말 기준 현대상선의 선박 운항 정시성(얼라이언스 포함)은 85.4%로 전월 대비 1.3%P 상승했다.

또한 조사 대상 상위 18개 글로벌 선사들의 평균 운항 정시성 75.2%보다 10.2%P 높고, 순위는 전월 세계 4위에서 1위로 상승했다.

아울러 현대상선이 정시성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수익 개선과 화주들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다. 정영기 선장은 “하루만 늦어져도 1억원 정도의 손실이 발생한다”라며 “또 화주들은 컨테이너가 지연되면 속을 태울 수밖에 없다.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는 정시성을 뺴놓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본의 아니게 오랜 시간 상하이항에 머물면서 눈에 띄는 것은 상하이항의 거대한 크기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커다란 상하이항만을 세계 각국의 컨테이너들이 가득 메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 물동량 1위 항만의 위세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정영기 선장은 “상선에게 소속 항만이 있다는 것은 중요하다”라며 “빠른 입항으로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노선 운영을 효율적으로 하는데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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