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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최적지 아세안 급부상…각종 규제 장벽에 뒤처지는 한국

조득균 기자입력 : 2017-11-13 15:58수정 : 2017-11-13 15:58
최근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정보기술(IT)을 적용한 4차 산업혁명의 최적지로서 아세안(ASEAN)의 경제 성장성과 잠재력이 부각되는 가운데, 역내 경제적 통합이 가속화되면서 인구 6억이 넘는 거대 시장으로서 동남아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필리핀 미얀마 등 아세안 국가들은 디지털 경제의 성장 속도가 빠르고 4차 산업혁명 관련 변화가 광범위하게 확산 중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와 기업은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개발만 강조하고 기술을 응용, 확장할 플랫폼 구축이나 생태계의 공간적 확장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각종 규제와 국경의 장벽에 갇힌 한국은 점점 고립되어 가는 모습이 역력하다.

한국이 보유한 원천 기술력은 높지만 정부의 각종 규제에 묶여 디지털 경제 적응 수준이 유럽 뿐 아니라 동남아에도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4차 산업혁명 관련 통계에서 1위 국가로 올라섰다. 말레이시아는 외국계 IT 기업이 진출하기 좋은 국가로 꼽힌다. 전 세계 벤처 자본이 몰리는 인도네시아는 최근 유니콘(Unicorn) 기업이 3개나 배출되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창업 열기가 뜨겁다. 유니콘 기업이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큰 성공을 거둔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을 지칭한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2017년 세계 디지털 경쟁력 순위'에서 싱가포르는 1위를 차지했고, 미국은 3위, 한국이 19위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기술을 적용하고 확장할 플랫폼, 새로운 시장과의 연결성이 중요하다. '융합과 연결'을 통해서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 수십 억 명이 네트워크로 연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정부처럼 외부의 변화에 둔감하거나 비밀스럽게 사업체를 운영하고 기술을 독점하는 기업은 성장의 한계에 직면할 것이다. 한국의 4차 산업혁명은 그야말로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선 안 된다.

우리는 보통 미국, 일본 같은 선진국의 변화에만 주목하지만 변화의 물결은 제3세계에서 오히려 더 거세다. 이미 여러 기술이 보편화되고 생활도 편리한 선진국보다는 기술 발달이 지체됐던 개발도상국에서 4차 산업혁명 관련 변화가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확산 속도도 빠르다. 없는 게 오히려 메리트가 되는 4차 산업혁명의 역설이다.

최근 싱가포르는 4차 산업혁명에 국가의 핵심 역량을 올인하고 있다. 스마트 국가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관련 기업 육성을 국가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으며, 미국 자율주행기술 개발 업체인 누토노미와 그랩이 협력해 자율주행 택시서비스를 최초로 시범 운영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구글은 글로벌 기업 유치에 적극적인 싱가포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아시아 총괄 본사를 싱가포르에 구축하기도 했다. 싱가포르 국가 전체가 4차 산업혁명의 최첨단 기술을 실험하고 적용하는 무대가 되어가는 중이다.

말레이시아는 올해를 '인터넷 경제의 해'로 선포했다. 디지털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말레이시아 2020' 목표를 달성하기위해 정부, 통신, 재정, 보건 및 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서 ICT 핵심 기술 도입을 위한 정책적 기반을 다지고 있다.

최근 말레이시아 정부는 마윈을 주요 투자자 및 자문으로 영입해 세계 최초로 디지털 자유무역지대(Digital Free Trade Zone)를 조성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아울러 첨단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말레이시아에 유치하기 위해 파격적인 세금 우대 정책과 유연한 비자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는 유니콘 기업의 요람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알리바바와 소프트뱅크 등 아시아 대자본이 빠르게 유입되면서 구글, GE, 아마존 등의 글로벌 기업 또한 앞다퉈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이렇게 글로벌 자본과 기업이 몰려드는 자카르타는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지만, 신사업 영역에서 한국 기업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SK계열 일레브니아는 이미 외국 기업에 매각됐고, 한국 대기업들은 기존 사업영역 수성에 버거워 새롭게 형성되는 시장에 뛰어들 여력이 없어 보인다. 한국인 스티븐 킴이 공동 창업한 큐레이브드와 일본에 본사를 둔 라인 정도가 플랫폼 격전지에서 선전하고 있다.

김이재 경인교대 교수는 "국내에서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한국의 중소기업에게 동남아의 급부상하는 스마트 도시들은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며 "결국 시장과 자원에 대한 접근성, 혁신 중심지와의 연계성이 개인과 기업의 운명, 나아가 도시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