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 칼럼] ‘사드합의’가 상생의 한중관계…새 시대 알리는 자명종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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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백 경희대학교 법학과 교수
입력 2017-11-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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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드 문제의 본질은 '중·일 갈등'

  • 한미일 군사동맹 아닌 한미중 평화연합으로의 대전환 제안

[강효백 경희대학교 법학과 교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한·중간 갈등은  '3불원칙(3不·사드 추가배치,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제 가입, 한·미·일 군사동맹의 불가)' 합의로 일단락됐다.

‘3불원칙’의 방점은 한·미·일 군사동맹 불가에 찍혀있다. 무엇보다 기존의 ‘한·미'동맹이 아닌 일본을 끼워 넣은 ‘한·미·일’군사동맹이라는 점이 심상치 않아보이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도 3일 싱가포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미·일'군사동맹의 부적절성을 유독 강조한 바 있다. 사드 문제의 본질을 통찰한 발언이라고 평가한다.

한·중 관계의 바다에서 미국과 북한은 물 밖으로 모습이 드러난 '현초(顯礁)'라면 일본은 물속에 숨어 보이지 않는 '암초(暗礁)'다. 사드 문제의 겉 포장지는 한·중 갈등, 속 포장지는 미·중 갈등이지만 내용물은 중·일 갈등이다. 사드가 배치된 경북 성주는 중국과 일본의 중심부를 동서로 잇는 선의 정중앙에 위치한다. 그만큼 동북아의 패권을 놓고 중·일 양국이 팽팽한 줄다리기 시합을 벌인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사드 책략 동선(動線)에서 병법의 정수를 모은 책 '삼심육계'중 제26계인 ’지상매괴(指桑罵槐)' 전략의 바퀴자국이 포착된다. 지상매괴는' 뽕나무를 가리키며 홰나무를 꾸짖는다'는 뜻으로, 직접적인 비난이 곤란할 경우 주변 문제를 비난하는 척하며 실은 핵심 문제를 제재하는 계책이다. 사드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도 지상매괴 계책의 원용이다. '뽕나무(사드 배치)’를 가리키며 박근혜 정권 후반기의 ‘홰나무(친일반중 노선)’를 견제하려는 의도다.

미·중관계는 겉으로는 대립관계이지만 속으로는 동반자관계이자 세계 자본주의 공생체이다. 반면 중·일관계는 겉으로나 속으로나 적대관계다. 특히 시진핑-아베 시대 들어 상호 주적국임을 공언하고 있을 만큼 중·일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당신네 나라 한국엔 유관순이 한명이지만 우리 중국엔 유관순이 30만명이야! 우리 중국인은 서양의 침략은 용서할 수 있지만 간교잔악한 일본의 만행은 영원히 용서할 수 없다. ”

지난해 연말 상하이에서 만난 필자의 오랜 지기이자 중국의 대표 한국전문가인 푸단대 한국연구중심 소장 스웬화(石源華)교수가 이렇게 말했다.

왜구의 노략질이 백열화하기 시작한 14세기 때부터 19세기 치욕의 완패를 당한 청·일 전쟁, 30만 남경대학살을 비롯 2000만 중국인이 살상당한 20세기 중·일전쟁, 21세기 오늘까지 무려 800년간 일본은 중국의 불공대천지 원수이자 제1주적국이다. 이러한 800년 혐일(嫌日)대륙에서도 반일정서가 가장 강한 지역은 3성(省)·1시(市), 즉, 푸젠성·저장성(왜구와 중·일전쟁시 피해 극심)·장쑤성(난징 대학살)·상하이시(상하이 사변)다. 공교롭게도 시진핑 주석은 이곳서 당정군 수장을 20년간(1988~2007년)이나 임직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역대 중국 최고지도자 중 가장 강력한 반일주의자로 정평이 나있는 건 이 때문일까.  

중국은 우리가 상상한 것과는 정반대로 친미적이고,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반일적이다. 사드문제의 숨은그림찾기(핵심본질)는 한국에게 '미국이냐 중국'이 아니라 '중국이냐 일본'의 양자택일의 문제다.

식민사관과 친일잔재 청산문제에서 자유로운 중국의 반일감정은 한국의 그것에 비해 폭과 깊이 차원 자체가 다르다. 일본을 같은 하늘을 이고 살수 없는 원수국가로 여기는 중국은 한·미동맹은 괜찮아도 한·미·일동맹은 절대 참지 못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중국에 어떤 전략으로 대응할 것인가? 필자는 '삼심육계' 중 제25계 '투량환주(偸梁換柱)', 즉 '들보를 훔치고 기둥을 바꾼다'는 뜻으로 동맹국을 바꾸는 등 구도와 판국을 대전환함으로써 승리를 취하는 전략을 제안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한·미·일 동맹’에서 일본을 빼는 대신에 중국을 넣은 ‘한·미·중 상생의 트라이앵글 3자협력체제‘, 즉 ’한·미·일 군사동맹‘ 추구에서 ’한·미·중 평화연합‘으로 동맹구도를 대전환하는 것이다.

현실적인 국익차원에서 일본보다는 중국을 중시하는, 미-중-일 외교우선순위를 원상회복해야 한다. 한·중간의 인적 물적 교류는 한·일 간의 그것을 훨씬 초과하였다. 2015년 한국의 대중 수출비중 31.8%(홍콩 5.8%포함)으로 대일 수출비중 4.9%의 6배가 넘는다.

[자료=강효백 교수 제공]


한국에게 미·중 양국은 하나를 버리고 다른 하나를 택해야 하는 대체재가 아니라 함께할 때 더 큰 실리를 얻을 수 있는 보완재와 같다. `친미반중이냐, 반미친중이냐` 하는 식으로 택일의 강박관념에 집착하기보다는 '용미용중(用美用中)'의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반면에 한국에게 중·일 양국은 보완재가 아니라 대체재이다. 둘중 하나만을 택해야 하는 대체재의 문제다. 이제는 일본과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미·중의 이익이 교차하는 공통분모를 탐색 포착하고 거기에 한국의 국익을 착근, 삼투시키게끔 창조적인 외교력을 발휘해 나가야 한다. 즉, 한국이 평화와 협력의 중심축이 돼 미국과 중국이 세계를 대립적으로 쟁패한다는 뜻이 담긴 'G2(Group of 2)'를 한·미·중 공동협력의 'C3(Cooperation of 3)'로 변화시키는 역할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남북통일의 초석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드 합의'를 계기로 한·중 양국은 상호이해와 상호존중의 정신으로 상생의 새 시대를 개척해야 한다. 지난 1년여 간 사드로 인한 한·중 갈등은 한·중 관계가 겪는 성장통이었다. 성난 얼굴처럼 붉게 물들었던 한·중 관계의 하늘은 저녁노을이 아니다. 새벽노을이다. 이번 ‘사드합의’는 경제·문화분야 뿐 아니라 정치·군사·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상생의 새 시대를 열어가는, 새로운 한·중 관계시대의 여명을 알리는 자명종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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