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冬夏閑談] 어진 사람을 기용할 때는 정해진 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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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함원 전통문화연구회 상임이사
입력 2017-11-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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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인사가 만 가지 일의 성패를 좌우한다. 

그런데 5년마다 출범하는 대한민국 정부는 늘 인사에서부터 삐걱대고, 매번 인사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출범 이후 계속 70%대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도 인사에서만은 예외 없이 지리멸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책은 득실(得失)이 있겠지만 인사는 성패(成敗)가 있을 뿐이다. 정책은 혹 잘못 선택해도 추진 과정에서 수정할 수도 있고 잘못을 거울 삼아 더 잘 할 수도 있지만, 인사는 성패로 판가름나고 잘못된 인사는 되돌리기가 쉽지 않으며 그 후유증도 오래간다.

'입현무방'(立賢無方)은 '맹자(孟子), 이루하(離婁下)'에 나오는 말이며 중국 고대 은(殷)나라를 세웠다는 탕(湯) 임금의 인사 원칙이었다. 설 립·어질 현, 즉 어진 사람을 등용해 자리에 세운다. 이런 인사를 할 때 無方, 方이 없다, 方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方이 keyword(키워드, 열쇠말, 가장 중요한 말)다. 

한대(漢代)의 정현(鄭玄)이라는 학자는 '方은 상야(常也)라', 즉 항상 일정하다의 상으로 풀이했다. 인사에서 '유현즉립(惟賢則立) 이무상법(而無常法)', 즉 오직 어진 이를 세워야 하며 이에 무슨 일정한 고정불변의 법이 없다, 그런 법규를 만들어 구속돼는 안된다. 오직 현능(賢能, 능력있는 사람)을
찾는 데 온 힘을 기울려야 한다는 뜻이다.

송대(宋代)의 주희(朱熹)는 '方은 유류야(猶類也)'라고 해석했다. 類는 인류(人類), 種類(종류)라고 할 때의 類와 같은데 '무리'라는 뜻이다. 이 해석에 따르면 특정한 무리에서만 사람을 찾지 말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하나 남은 마지막 장관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지분 쪼개기 격세 증여', '모녀 계약서' 등 도덕성 논란에 휩싸여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여기에 더해 문재인 정부의 인사가 '캠 코 더' 인사라는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 대선 캠프에서 뛰었던 인사와 대통령의 코드에 맞는 사람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사람 중에서만 인물을 찾고 있다는 비판이다. 유현(惟賢), 즉 오로지 일 잘할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캠 코 더' 方에서, 그런 類에서만 사람을 고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정권에서는 특정 학교, 지역, 교회 사람이 중용됐다는 여론이 비등했고 또 '수첩'에 적힌 사람만 뽑혔다는 얘기도 있었다. '국소정번'(國小政繁), 나라가 작으면 정사가 번거롭다. 우리나라 같이 크지 않은 나라에서는 오직 사람의 능력 하나만 보고 뽑아야 한다.

'천하(天下)에 미상무현자(未嘗無賢者)요 개유유신이무군자의(蓋有有臣而無君者矣)니라.' 무릇 세상 천지에 일찍이 훌륭한 인재가 없었던 적이 없었으며 유능한 신하는 있었지만 이를 알아보고 등용할 줄 아는 군주가 없었다(無君)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문 대통령은 빨리 유능한 사람을 찾아야 한다. '캠 코 더'에 얽매이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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