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한한령 시대⑤·끝] 유재기 한중문화예술포럼 회장 "한류, 漢風과 공유해야 중국서 오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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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차이나 윤이현 기자
입력 2017-11-0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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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동안 한류의 일방적 문화 수출…오히려 타격으로 돌아와

  • 중국인들 상대로 많이 팔겠다는 생각보다 신뢰부터 쌓아야

지난달 30일, 숙명여대 명신관에서 유재기 한중문화예술포럼 회장이 '최근 중국 문화산업시장 동향분석과 한-중 공동 발전'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중국인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려면 많이 팔겠다는 생각보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고 진정한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신뢰부터 쌓아야 한다. 그게 바로 관시(關係)다."

유재기 한중문화예술포럼 회장은 지난달 30일 숙명여대 명신관에서 진행된 포스트 한한령 시리즈 강좌에서 최근 경색된 한·중 관계와 더불어 양국 간 주춤해진 경제교류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주차이나와 (사)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 숙명여대 중어중문학부 공동기획(프라임사업단 후원)으로 시작된 시리즈 강좌의 마지막 연사로 나선 유 회장은 "조만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이 봉합되고 양국 간 교류가 다시 활발해 질 것"이라 전망하면서 "한류(韓流·한국문화)와 한풍(漢風·중국문화)을 서로 공유해야 한류도 오래간다"고 조언했다. 한류의 일방적인 수출로 생긴 양국간 문화 역조(逆調) 현상이 한국에게 큰 타격으로 돌아왔다는 얘기다.

유 회장은 1995~1999년까지 4년간 주중한국대사관에서 1등 서기관으로 근무했고 2002년에 다시 중국으로 발령받아 2006년까지 주중한국대사관에서 문화참사관을 역임했다.

그는 이어 한류를 설명하면서 한·중 수교 이듬해인 1993년에 '후회 없는 사랑'이라는 한국 영화가 처음으로 중국에 소개됐지만 당시에는 한류라는 단어가 없었다고 말했다.

4년 후인 1997년 7월, 중국 관영 CCTV에서 방영한 한국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이를 계기로 한류라는 단어가 처음 생겨났다.

유 회장은 "하지만 그 해 한국에서는 외환위기가 발생했고 이듬해 중국에서는 대홍수가 일어나 각자 힘든 상황을 극복하느라 문화적 교류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고 밝혔다.

상황이 어느 정도 수습되고 2000년대 초반쯤부터 이정현, HOT 등 한국 가수들이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면서 중국에 다시 한국문화 붐이 일어나 한류라는 단어가 중국에서 유행처럼 번졌다.

그는 "좋은 시기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반(反)한류가 생긴 당시 상황도 언급했다. 지난 2005년 9월 중국에 방영된 사극 드라마 '대장금'을 예로 들며 "대장금은 그야말로 중국 전역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한국 드라마였다"고 말했다. 유 회장은 "대장금이 방영된 후 유례없는 한류 인기에 직접적 타격을 받은 중국 예술인들이 들고 일어나 한국에 대한 반감 여론이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다행이 중국 관영 언론사에서 "한류는 국제화 시대에 필연적 산물이다", "한류는 중국 샤오캉(小康) 사회의 건설에 득이 된다" 등 한국 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기사가 나오자 반한류 여론이 잠잠해 졌다고 덧붙였다.

유 회장은 한류 초창기 때와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며 현재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선 시장규모, 이용자수, 정부정책 등 다양한 이해관계를 파악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자신이 수집한 구체적인 통계 자료를 제시하며 날로 커져가는 중국의 문화산업 시장의 규모와 동향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휴대폰 이용자는 13억2000만명이고 네티즌은 7억명에 육박한다"고 전하면서 "2016년 기준 중국의 인터넷 보급률은 53.2%를 기록했지만 계속 오르는 추세"라며 중국의 모바일과 인터넷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중국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 플러스(互聯網+)' 정책을 예로 들며 "인터넷을 산업과 융합시켜 새로운 경제발전 생태계를 창조하는 게 중국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현재 중국인들의 생활 전반에 퍼진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핀테크(FinTech) 기술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중국의 문화산업시장을 게임, 드라마, 영화 등 총 9개로 구분해 각 분야별 특징과 주요업체, 시장규모 등 현황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유 회장은 "특히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 시장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면서 현재 중국의 국산 콘텐츠는 해외 콘텐츠에 비해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지만 리메이크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자생력을 갖춰가는 과도기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마태효과(Matthew Effect)를 언급하며 온라인 콘텐츠 시장에서도 대기업들이 시장의 과반수 이상을 장악하는 ‘빈익빈 부익부’ 효과가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게임은 텐센트가 시장의 43.5%를 장악하고 있고 영화는 완다그룹, 드라마 및 예능프로는 후난(湖南)위성TV, 장쑤(江蘇)위성TV 등 주요 방송사들이 양질의 콘텐츠를 독점으로 수입해와 많은 광고 수입을 얻고 있다고 부연했다.

유 회장은 중국 정부가 문화산업을 굉장히 중시하고 있다고도 했다.

유 회장에 따르면, 중국은 2009년 '문화산업진흥계획'을 선포해 문화산업 진흥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하는 동시에 2010년 '문화산업진흥과 번영발전금융지원에 관한 의견'을 발표하는 등 문화산업발전을 위한 금융지원을 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중국의 문화 콘텐츠 산업이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고 분석했다.

유 회장은 위축된 한국 게임업계의 상황을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그는 “문화산업 교류 초기인 2000년 초반에는 한국산 게임이 중국 전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지금은 중국 게임업계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 회장은 "상대방이 우리나라의 문화를 좋아해주는 만큼 우리도 상대방의 문화를 소개해주는 성의가 필요하다"며 "그동안 지속됐던 한류의 일방통행에 대해 역지사지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드 사태로 인해 50여편이 넘는 한·중 합작드라마 제작이 무산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류가 중국과의 문화적 유사성에 기인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지만 정작 눈앞의 시청률과 계약 등 자신의 이익추구에만 급급했다"며 "우리도 상대방을 존중하고 알려고 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상대방도 진심으로 한류를 즐기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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