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정 감독의 인생, 극장] '살인의 추억' 평생 기억해야 할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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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7-10-3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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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라더'의 장유정 감독[사진=플래닛 제공]

영화의 힘은 세다. 한 편의 영화는 누군가에게 좌표이자 안내서가 되기도 한다. 저마다의 이유, 저마다의 감성이 담긴 한 편의 영화. ‘인생, 극장’은 감독들이 꼽은 인생 영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다. 감독들에게 지침이 된 혹은 그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 영화는 무엇일까? 영화 ‘김종욱 찾기’, ‘부라더’의 장유정 감독에게 물었다.

“저는 봉준호 감독님의 ‘살인의 추억’을 정말 좋아해요. 그 영화가 가진 강점들이 매우 많잖아요? 연극 원작을 가지고 그렇게 영화적으로 잘 표현한 것도 드물뿐더러 캐릭터 하나하나가 살아있고 ‘범인은 사회다’라고 시선을 돌리는 방식도 매끈하죠. 2000년대 초반, 이 영화를 보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나요.”

장유정 감독이 인생 영화로 꼽은 ‘살인의 추억’은 봉준호 감독의 두 번째 작품으로 1986년부터 1991년까지 당시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일대에서 실제로 일어난 10건의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을 소재로 다루었다. 김광림의 희곡 ‘날 보러와요’(1996)를 각색한 미스터리 영화로 배우 송강호·김상경·김뢰하·송재호 등이 출연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총 10회에 걸쳐 발생했으며 1988년 9월 발생한 8차 사건을 제외하고 나머지 9건 모두가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희대의 미해결 살인사건. 범행 수법이 아주 잔인하고 대범해 1980년대 말 큰 사회문제를 일으켰다.

“‘살인의 추억’을 보고 ‘봉준호라는 사람을 죽을 때까지 기억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배우 김상경과 송강호[사진=영화 '살인의 추억' 스틸컷]


영화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전혀 다른 성격과 수사 방식을 가진 두 형사를 배치해 팽팽한 긴장감을 유발하며 극적 재미를 더한다. 그러나 수사가 진행될수록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두 형사의 집착 역시 강해진다. 이러한 과정에서 1980년대 말 한국사회의 각종 병폐와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나고 파헤쳐지는 것은 물론 두 형사의 믿음 또한 뒤바뀌게 된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 ‘형제는 용감했다’ 등 원작을 영화로 변주하는 작업에 몰두해왔던 장유정 감독인 만큼, 봉준호 감독의 ‘영화화’에 깊은 관심과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마지막에 박두만(송강호 분)이 용의자(박해일 분)에게 ‘밥은 먹고 다니냐?’고 묻는데, 상당히 이중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불쌍하기도 하면서 ‘사람을 죽여 놓고 밥이 넘어가냐?’는 뜻 같기도 했어요. 캐릭터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형사의 감을 믿는 박두만과 데이터를 믿는 서태윤(김상경 분)의 대립이 끝에 가서는 전복되죠. ‘데이터는 거짓말 안 한다’고 씩씩대던 박두만이 데이터를 보고 충격에 빠지는데 장면과 장면의 박진감, 거칠게 나가는 힘이 대단했어요.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한편 영화 ‘살인의 추억’은 2003년 한 해 동안 57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같은 해 한국영화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웠다. 2004년 4월에는 프랑스 코냐크 스릴러(경찰) 영화제에 초청되어 대상인 그랑프리를 비롯해 경찰상·프리미어 영화 잡지 상·미디어 기술 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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