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익의 인더스토리] 35층과 박원순, 그리고 서울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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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익 건설부동산부 부장
입력 2017-10-27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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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35층 규제는 도시계획의 핵심이자 정치공학의 산물...쉽게 바뀔 수 없고 바뀌어서도 안된다




2020년 9월9일 저녁 6시 서울. 북핵 평화협정 2주년을 기념해 서울 평양을 오가며 격년제로 번갈아 열기로 한 경평축구대회 첫 대회가 새 단장한 잠실종합운동장(Park's Stadium)에서 열리는 날이다. 인근 현대타워(현대차글로벌비즈니스센터) 105층 전망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과 최룡해 당중앙위 부위원장 등 VIP들이 가상현실(VR) 등 첨단장비를 통해 축구를 관람한다.

창밖엔 행사를 기념해 전면에 불을 밝힌 롯데월드타워가 촛불처럼 솟아 있고 최고 35층 초고층으로 재건축된 한강변 아파트들과 저층 주거단지의 입체적인 스카이라인이 만든 음영이 마치 현대미술 작품처럼 한 눈에 들어온다. 현대타워 앞 지하도시 라이트워크(Light Walk) 위에 조성된 라이트파크에서는 다채로운 영상과 공연이 펼쳐진다. 전세계 언론이 2018년 9월9일 협정 체결 이후 안정기에 접어든 평화협정 체제를 재조명하면서 경평축구대회를 실현시키고 역사·문화도시란 캐치프레이즈 아래 서울의 도시 디자인을 바꾼 박원순 시장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이날은 중국중차집단에서 수입한 지하철2호선 신규 차량들이 운행을 시작한 날이기도 하다. 박 시장은 오전에는 군자차량기지에서 첫 출발하는 1호차의 레버를 당기는 세리머니에 참석했다. 서울시는 낡은 지하철 차량을 대거 교체하는 과정에서 국제입찰을 통해 세계 1위 철도차량 제조업체인 중국중차집단을 공급자로 선정했다. 1차로 차량 1천량, 1조원어치를 우선 들여오기로 했다. 가성비가 좋다는 게 공식적인 선정 이유였지만 사드(THAAD) 배치 등의 문제로 멀어진 한·중 경협관계 개선의 물꼬를 튼다는 정치적인 논리가 작용했다는 게 정설이다. 박원순 시장은 이를 위해 문재인 정부에 건의, 한·중자유무역협정(FTA) 양허 대상에 철도차량이 포함되도록 했다.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3선에 성공한 박원순 시장은 곧바로 문승국 전 부시장과 하승창 청와대 사회혁신수석이 지휘하는 대선캠프 운영에 돌입했다. 새로운 서울을 디자인하는 도시계획과 경평축구대회를 대선 전략의 두 축으로 설정한 박 시장의 선거캠프는 평화협정 부칙에 포함된 경평축구대회를 실현시키기 위해 베이징과 평양을 오가며 사전 정지 작업을 벌였다.

경평축구대회는 2015년 박원순 시장이 평양과의 문화교류를 명분으로 추진했었으나, 통일부와의 주도권 문제로 무산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아래서는 민주당의 집권 연장 전략과 박 시장의 대선 전략이 맞아 떨어지면서 경평축구대회 개최가 급물살을 탔다.

중국산 지하철 수입도 박 시장이 2015년 로템의 독점 공급체제를 깨고, 중국과의 경협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추진했다 조달협정 문제로 무산됐던 사안이다. 이를 박원순 선거캠프가 경평축구대회와 조합해 임팩트를 극대화하기 위해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명분으로 다시 꺼내들어 관철시킨 것이다.

35층 층수 제한을 중심으로 한 서울시의 입체도시계획은 비단 도시공학적 차원에서 추진되는 게 아니다. 이는 위에서 가정한 박원순 시장의 정치전략의 중요한 한 축이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지난 26일 투표를 통해 49층 초고층 재건축안을 포기하고 서울시의 규제에 맞춘 35층안으로 선회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시가 49층안에 대한 심의조차 의미가 없다고 쐐기를 박으면서 긴 잠을 깨고 현실론으로 돌아선 것이다.

마치 오랜 갈등 끝에 얻어진 결론 같지만 결과는 시작부터 예정된 것이었다. 국제현상공모 등 설계특화를 통해 49층 재건축이 가능하다고 했던 추진위 집행부는 순진했거나 의도적으로 주민을 기만해온 것으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 그 사이 150억원 가량의 설계비가 공중분해되고 막대한 운영 비용이 날아갔다.

압구정 지구 등 같은 문제에 직면한 재건축 아파트 주민들은 은마 아파트의 선택이 시사하는 바를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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