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질린 외국계 운용사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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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원 기자
입력 2017-10-19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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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도한 규제에 매력 없다" JP모간 등 줄줄이 철수

과도한 규제 탓에 외국계 자산운용사가 줄줄이 우리나라를 떠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올해 JP모간자산운용, UBS,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피델리티자산운용 등 외국계 운용사들이 잇달아 한국 사업을 접었다. JP모간은 한국 사업 모델을 일부 조정했다. 한국에 설정된 펀드 운용을 집합투자업자로 인가받은 다른 자산운용사로 이관할 예정이다.

JP모간은 이런 방침을 펀드 판매사에 통보하고, 자사 펀드 판매 중단을 요청했다. 기관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한 투자 자문업은 계속 진행하므로, 완전한 한국 철수는 아니란 게 JP모간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일반 투자자들이 직접 접근할 수 있는 공모펀드가 없다는 점에선 '사실상 철수'로 인식된다.

UBS도 하나UBS자산운용 지분 51%와 경영권을 하나금융투자에 넘겼다. 이로써 10년 만에 하나금융그룹과 협업 관계를 끝냈다. UBS 역시 한국 시장에서 부분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프랭클린템플턴은 현재 삼성액티브자산운용과 조인트벤처 설립 방안을 논의 중이다. 피델리티 역시 국내운용 부문을 해체했다.

이처럼 내로라하는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이 줄줄이 짐을 싸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자산운용업을 하는 게 어려웠기 때문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결국 자산운용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단지 소문에 지나지 않지만 아문디자산운용이나 악사그룹마저 한국을 떠날 수 있다는 말이 돌 정도"라고 덧붙였다.

아문디자산운용과 악사그룹은 각각 NH농협금융지주, 교보생명보험과 함께 NH아문디자산운용, 교보악사자산운용의 합자회사를 만들어 한국 시장에서 운용업을 하고 있다. 신한BNP파리바운용 역시 대표적인 외국계 합자회사 형태의 자산운용사다.

이 펀드매니저는 "한국이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규제가 많은 게 사실"이라며 "더 많은 외국계 회사들이 우리 시장에 들어와 함께 경쟁해야 운용업도 발전할 수 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자산운용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미 한국 시장에 매력을 느끼지 못해 떠난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이 다시 한국 시장으로 되돌아올지는 미지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자산운용사 대표들과 만나 국가 간 펀드 교차판매를 간소화하는 '펀드 패스포트' 제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해외 우수 펀드에 개방 정책을 펼치고,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해외시장에 적극 진출할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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