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멘붕·갑질…숨찬 세상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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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훈 기자
입력 2017-10-1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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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년간 가장 많이 등장한 신조어

[표=한국언론진흥재단]


지난 5년간 신문이나 방송 등 각종 뉴스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신조어는 '스펙'인 것으로 집계됐다. 극심한 청년실업률과 우리사회 전반의 비관적인 취업 상황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19일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빅데이터팀이 '신문과 방송' 10월호에 게재한 연구 결과를 보면, 2012년 9월부터 올해 8월 말까지 뉴스에 쓰인 신조어 중 스펙 관련 기사는 6만9451건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멘붕(4만1059건), 갑질(2만5075건), 덕후(2만2214건), 먹방(1만9251건), 심쿵(1만2606건), 꿀벅지(1만2492건), 몸짱(9448건), 상남자(9109건), 얼짱(9100건) 등이 10위에 올랐다.

보고서에 따르면, '갑을관계'에서 비롯된 '갑질'이 상위에 올랐다. 이 단어는 2013년 포스코 임원의 '기내 승무원 폭행'을 시작으로 대리점주에 우유를 강매해 일어난 남양유업 사태,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이 벌인 '땅콩 회항' 사건 등 수많은 논란을 겪으며 보통명사화됐다.

보고서는 부모 직업 및 경제력이 '금수저', '흙수저' 등 자녀 지위를 결정한다는 '수저계급론'은 가난의 대물림과 심화 중인 양극화가 낳은 뼈아픈 단어라고 소개했다. '멘붕(멘탈붕괴)'과 '한국은 지옥이고 아무런 희망이 없다'는 뜻의 '헬조선'은 비관주의에 빠진 현재가 만들어냈다고 정리했다.

여성 연예인의 몸매를 강조하는 온라인 기사들이 쏟아진 탓에 상위권에 위치한 신조어들도 있다. '베이글녀', '꿀벅지' 같은 단어들이 바로 그것이다. 보고서는 이같은 단어들의 유행은 기사 클릭수를 높이기 위한 언론사의 노골적 경쟁을 드러낸다고 꼬집었다.

이런 팍팍한 사회 속에서 대안적인 삶을 보여주는 단어로 '욜로(YOLO)'와 '복세편살'이 등장했다. '현재를 즐기자'는 의미의 욜로 구성원들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소비하고, 자신에게 투자한다.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란 '복세편살'도 유사하게 해석된다.

하고 싶은 청년들의 심정을 담는 신조어도 속속 생겨났다. 무급 또는 최저시급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으며 일하는 '열정페이', 비정규직 20대의 월평균 급여를 반영한 '88만원 세대' 등은 취업시장의 현실을 반영한 말들이다.

이외에 △인턴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기업 부장만큼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는 '부장인턴' △이십대 태반이 백수란 뜻의 '이태백' △스펙을 준비하느라 고통 받는 대학 3학년을 지칭하는 '사망년' △정규직 채용이 되지 않아 인턴만 반복하는 신인류인 '호모인턴스' △자기소개서 공포증의 의미를 담은 '자소서포비아' 등이 리스트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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