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일의 비바 R.O.K] 다 맞고, 다 틀리는 전쟁 勃發-不發 전망 확실히 틀리는 것은 ‘反戰만 외치면 평화’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현일 초빙논설위원
입력 2017-10-18 20: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김현일의 비바 R.O.K]

 

[사진=김현일 초빙논설위원]



다 맞고, 다 틀리는 전쟁 勃發-不發 전망
확실히 틀리는 것은 ‘反戰만 외치면 평화’


미국에 온 지 1주일이 됐습니다. 국제화 시대라지만 멀리 날아왔으니 물설고 낯선 게 정한 이치입니다. 허나 전혀 달라지지 않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전쟁(War)’입니다. 서울에서나 뉴욕에서나 대화 주제는 한결같습니다.
출국 직전이 마침 긴 추석연휴라서 인사를 겸해 여러분들을 만났습니다. 이때 빠지지 않고 건네 오던 말이 ‘전쟁 난다니까 나가는구먼’이었습니다. 또래들의 얘기에는 농(弄)이 깔려 있으나 위 연배에게서는 상당히 진심(?)이 배어나는 것도 부인키 어려웠습니다. ‘나야 다 살았으니 상관없지만 애들이 문제지’라는 대목은 이런 추론이 무리가 아님을 뒷받침합니다. 본인이 걱정한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기 때문에 말을 않는다면서도 실제 대화는 온통 전쟁이었습니다. 거의가 박사급 군사전문가였습니다. 히로시마 원폭·ICBM·SLBM 등등 핵과 미사일을 비롯, B-1B 스텔스 폭격기가 어떻다는 등 초현대식 무기 체계를 꿰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비대칭 전력과 기습전을 한 자락 까는 것은 기본이었습니다. 전쟁의 바이블이라는 ‘전쟁론’의 저술자 클라우제비츠(Carl von Clausewitz)나 동양 병법 대가인 손자·오자가 울고 갈 경지에 이른 분도 심심치 않았습니다. 나아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스타일과 정치적 포석을 곁들여 미·중·일·소의 전략을 개괄하는 모습은 이 사람이 사업하시던 분이 맞나 하는 의아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굳이 차이라면 전쟁 발발(勃發) 전망 등 일부였습니다. 미국이 자기 코앞에 칼을 들이대는 북한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견과, 반대로 대량 살상에 대한 부담뿐 아니라 전쟁으로 한국 경제가 무너지면 세계경제도 흔들릴 것이기에 전쟁은 없다는 등 각종 언론 보도에서 습득한 정보를 완전히 소화하고 있었습니다. 전쟁 필연론에는 미국과 중국의 음모론도 끼어 있습니다. 군산(軍産)복합체인 미국과 산업 주요부분의 경쟁국인 한국 제거 호기를 맞을 중국이 ‘명분 있는’ 전쟁을 마다할 리 없다는 것이지요. 하여튼 모두가 불확실한 미래에 볼모가 된 것은 분명했습니다.

◆미국 의구심부터 해소해야
‘다 맞고, 다 틀리는’ 한반도 전쟁 전망들이니 더 이상 언급이 부질없을 겁니다. 다만 이 한 가지는 반드시 짚어야 할 듯합니다. 여권 핵심부에 대한 의구심 말입니다. 따로 나이 드신 보수층이라고 할 것 없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색안경을 쓰고 바라본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핵심부 구성원들의 전력(前歷)뿐이 아니라 당장의 행보가 괴이하다는 것이지요. 지레 군사적 충돌은 없다며 카드를 꺼내 보이고, 미국이 열을 올리면 북한에 몇 백만 달러를 지원하겠다며 김을 빼는 등등 도대체 납득하지 못할 행태가 숱하다는 겁니다. ‘당사자’로서는 있을 수 없는 처신을 자주 한다는 것이지요. 손자와 쌍벽을 이루는 오자는 ‘4불화(不和)’를 설파했습니다. 그 최우선이 ‘국가가 하나로 화합하지 못했을 때, 군대를 동원해서는 안 된다’입니다. 너무나 당연해 싱겁기까지 합니다만 실은 이처럼 절실한 경고는 없을 터입니다.
교민을 포함해 여기 미국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부분도 바로 이런 것입니다. 사사건건 동맹국 미국과 엇박자를 내는 속내를 모르겠다는 겁니다. 직접적으로 들이대지는 않으나 요약하면 ‘수상쩍다’는 것이지요. 이러는 그네들에게 (여권 관계자를 대신해) “국민 생명을 책임지는 이들이 전쟁을 꺼리는 게 지당하지 않으냐”는 답변으로 어물쩍 넘기면 떠름한 표정을 감추지 않습니다. 사망자만도 100만명이 넘는 동족상잔을 겪은 남북한이 본격적 핵전쟁의 제물이 될 순 없다고 덧붙이면 더불어 대화할 상대가 아니라는 듯 자리를 뜨는 경우는 흔합니다. 친한(親韓) 인사라는 사람들도 크게 예외가 아닙니다. 무엇을 믿고, 어떻게 판단하기에 그러는지 황당하다는 것이지요.


◆전쟁 불사 각오 없는 평화는 망상
그나마 한국을 좀 더 이해하는 이들이 빠뜨리지 않는 충고가 있습니다. “일각의 음모꾼이나 전쟁광(狂)이 아닌 바에야 누군들 전쟁을 원하겠나. 그러나 전쟁은 전쟁도 불사한다는 각오와 그를 받쳐줄 대비가 있어야 가능하다. 반전(反戰)·평화는 입으로 외친다고 거저 생기는 게 아니다. 낭만적 반전·평화 구호는 되레 전쟁을 불러오기 십상이다. 상대에게 오판의 계기나 만들어줄 뿐이다.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재래식이건 현대전이건 다를 바 없다. 전쟁 발발의 우연성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다수 국가의 이해가 엇갈리면 그만큼 우연성의 요소는 많아진다. 한반도가 딱 그런 형국이다. 상호 견제가 안전판 역할을 함으로써 균형이 유지된다지만 깨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앞서 음모꾼·전쟁광을 말하며 ‘일각’이라고 했는데 소수(少數)라고 해서 위험성마저 소(少·小)라는 의미는 아니다. 하물며 핵심 요로에 잠복하고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최악의 위기순간까지 맛볼 필요는 없다
88올림픽을 앞두고 서울 교통난 해결을 위한 국제심포지엄이 열린 적이 있습니다. 이때 최고의 현책으로 공감을 받은 게 싱가포르 출신 전문가의 ‘교통난을 최대한 가중시켜라’였습니다. 시민들이 교통지옥에 시달릴 대로 시달려야 어떤 규제도 감수하게 되고, 그제야 제대로 된 대책수립이 가능하다는 것이었죠. 많은 정책 입안에 요긴한 방식일 겁니다. 하지만 안보는 그럴 대상이 결코 아닙니다. 겪을 게 따로 있지··· 행여 정부가 이런 식의 판단에서 지금의 행보를 거듭하는 것이라면 당장 걷어치워야 합니다.
금방 미사일이 날아들지도 모를 판에 주식 값이 오르는 한국이 비단 미국인들에게만 의아스러운 것은 아닐 겁니다. ‘양키’를 욕하면서도 ‘양키’가 한국을 지켜줄 것으로 확신하는 적잖은 코리안에 대한 ‘양키’의 속내가 어떨지는 대충 짐작이 갑니다. 어찌어찌 곡절을 거쳐 전쟁 위기를 벗어나더라도 천문학적 북한 뒷바라지와 미국 지출 분에 대한 벌충 등을 떠올리면 머리가 지끈합니다.
정말 잘 대처해야죠. 비바 R.O.K!
<뉴욕에서>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