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등기이사 1년] 큰 깃발 들었지만, 바람이 너무 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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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김지윤 기자
입력 2017-10-18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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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형 M&A·반도체 설비투자·갤노트7 사태 극복 - 초기 기대감

  • 국정농단 얽혀 경영 불능 상태... 경쟁사는 뛰는데 - 중후반 위기감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이사를 맡으며 ‘뉴삼성’을 기치로 경영 전면에 나선 지난 1년에 대해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27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의 일원이 되면서 삼성전자의 새로운 혁신에 시동을 걸었다. 이후 잇따른 대형 인수·합병(M&A) 성공과 투자 결정 등 순조로운 출발에도 불구하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법정 구속으로 인해 급격히 추동력을 잃은 영향이 크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오는 27일로 등기이사로 선임된 지 1년을 맞는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미래 방향성을 제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지난 12일부터 이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이 본격 시작됐기 때문이다.

◆기대감에서 위기감으로··· "삼성, 총수 부재 여파 여실히 드러낸 시간"
지난해 10월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취임을 전후해 삼성전자는 대형 M&A와 투자에 나서며 혁신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9조4000억원을 들여 미국의 전장부품업체 하만의 인수에 나섰으며, 미국의 인공지능(AI) 플랫폼 개발업체 비브랩스 등을 사들였다. 또 작년 하반기에만 반도체 설비투자에만 76억 달러(약 8조6000억원)가량을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같은 해 상반기보다 12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 같은 삼성전자의 미래에 대한 결정에는 이 부회장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다.

이와 함께 이 부회장은 첫 번째 위기였던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발화 사태’도 성공적으로 극복해 냈다는게 업계의 평가다. 당시 수조원의 물적 피해와 브랜드 이미지 손실에도 불구하고 갤럭시노트7 단종을 조기에 공식화하면서 국면 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이 덕분에 삼성전자는 빠르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었다. 올해 상·하반기에 각각 출시된 ‘갤럭시8 시리즈’와 ‘갤럭시노트8’의 성공이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지난 2월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외견상 삼성전자가 시스템에 의해 무난히 돌아가는 모양새이나 내부적인 혁신 DNA는 점점 쇠퇴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말 실시했어야 할 사장단 정기인사와 조직개편이 지연되고 있고, 미래 먹거리 사업 차질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 같은 산적한 과제가 이 부회장의 장기구속으로 언제 다시 해결될지는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쉽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에 오른 후 1년에 대한 평가는 전·후반기로 나뉜다"며 “전반기가 뉴삼성의 가치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기였다면 후반기는 총수 부재가 삼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여실히 드러난 시간이었다”고 강조했다.

◆애플 등 경쟁사 혁신 박차··· 삼성 입지 축소 우려
재계에서는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의 혁신이 늦춰지고 있는 사이, 애플과 구글 등 경쟁사들은 미래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애플은 최근 동영상 콘텐츠 개발 사업 진출을 위해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자체 콘텐츠 제작을 위해 이미 지난 6월 소니픽쳐스 TV 출신의 유명 프로듀서 잭 밴 앰버그와 짐 에리히트 2명을 영입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 “2020년까지 온라인 서비스 사업 부문에서 500억 달러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밖에도 애플은 차세대 산업의 핵심 소재로 꼽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낸드플래시 반도체 분야 등에도 새롭게 투자하고 있다.

구글도 최근 대만 스마트폰 업체인 HTC로부터 지식재산권과 개발인력을 11억 달러(약 1조24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구글에 합류할 인력은 지난해 선보인 구글 픽셀폰 개발에 참여했던 2000여명이다. 전 세계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의 85.1%를 점유하고 있는 구글이 본격적으로 하드웨어 사업에 나설 경우 삼성전자의 입지가 축소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고위임원들도 최근 혁신의 부재에 대해 위기감을 호소하고 있다”며 “삼성이 리더십을 상실하면서 각 계열사도 자신의 방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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