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한한령 시대④] 권기영 인천대 중국교육센터장 "中, 문화수출 속셈은 국가이미지 제고·소프트파워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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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 기자
입력 2017-10-1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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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주차이나-ACCI-숙명여대 중어중문학부 공동기획

  • "문화 내수시장 큰 데도 수출 독려… 국가이미지 높이는게 진짜 못적"

  • "중국 이미지 해외엔 낮게 평가… 장쩌민 시대 '문화안보론' 등장·후진타오 '문화산업' 중점 육성"

지난 16일 숙명여대 명신관에서 권기영 인천대 중국학술원 중국교육센터장이 '중국 문화체제 개혁과 해외 진출 전략'이라는 주제로 포스트 한한령(限韓令·한류 콘텐츠 금지령) 시리즈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중국 정부가 문화산업 수출을 계속 독려하는 것은 명목상으로는 글로벌 트렌드를 익히고 해외 기술 노하우를 습득해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라는 논리로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는 사실 국가이미지를 높이고 소프트파워를 강화하려는 목적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본다."

권기영 인천대 중국학술원 중국교육센터장은 지난 16일 숙명여대 명신관에서 진행된 포스트 한한령(限韓令·한류 콘텐츠 금지령) 시리즈 강좌에서 “거대한 내수시장을 겨냥해 중국 국내에 포인트를 둬야 하는데 중국 당국은 오히려 해외수출을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더군다나 국제적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으면 문제가 안 되는데 나름 갖고 있는 역사는 풍부하지만, 경쟁력은 없는데도 정부는 끊임없이 수출을 독려한다"고 덧붙였다.

아주차이나와 (사)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 숙명여대 중어중문학부 공동기획(프라임사업단 후원)으로 시작된 시리즈 강좌의 네 번째 강연자로 연단에서 선 권 센터장은 2001년부터 2011년까지 한국콘텐츠진흥원 중국사무소장을 역임했다.

소프트파워 강화는 후진타오(胡錦濤) 시대부터 강조되고 있다. 권 센터장은 "많은 일반인들은 기사를 통해 다른 나라를 접하는데, 중국의 경우 실제보다 낮게 왜곡되게 평가되면서 국가 이미지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해외 대중이 일반적으로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데도 중국을 가장 인상 깊게 보는 요소는 바로 '문화'"라면서 중국 정부가 문화영역을 강조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권 센터장은 중국 문화산업 방향을 이해하려면 중국 지도부와 정부가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고도 했다.

중국 문화산업은 조금 늦은 21세기에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초창기에 문화는 개혁의 대상이 아니었다. 2000년대 전까지 중국 정부는 정치와 경제 체제 구축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권 센터장은 "역사적 유물론 등 논리구조로 보면 사회주의가 자본주의보다 잘 살아야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중국은 그 원인을 바로 문화에서 찾았다"고 밝혔다. 마오쩌둥(毛澤東) 시대부터 새로운 사회 국가는 정치·경제·문화 요소가 ‘삼위일체’가 돼야만 완전한 국가가 형성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네 가지 중국 전통을 타파하는 내용의 사회주의적 활동 '문화대혁명'이 대실패로 돌아가면서 중국에는 새로운 문화정책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권 센터장은 "2000년대에 중국 문화사업이 본격 추진되면서 문화는 국력차원에서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장쩌민(江澤民) 시대에 들어서면서 문화를 종합국력의 지표로 인식하기 시작한 중국에는 '문화안보론' 개념이 등장했다. 문화안보론은 서구 자본주의 문화의 대량 유입으로 인한 문화정체성에 대한 위기의식과 문화대혁명 등으로 인해 소실된 문화정체성 문제를 핵심으로 한다.

그는 "특히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한 이후 유입된 서구문화가 중국 문화주권, 더 나아가 국가 정체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때문에 중국은 매우 독특하게 문화산업을 국가 지주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을 발표하고 상당히 많은 문화 관련 정책문건을 내놨다"고 전했다.

권 센터장은 "개인적으로 2001년부터 2010년까지의 자료를 찾아봤는데 문화안보 관련 학술 논문만 1000여편이 나왔다"면서 "중국 학계에서도 문화의 안보에 대해 엄청난 논의가 있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3년부터 2012년까지의 후진타오 시대는 문화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시기로 불린다.

권 센터장은 후진타오 시대에 가장 눈에 띄는 문화 관련 행보는 지난 2011년 10월 열린 '중국공산당 제17기 중앙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라고 짚었다.

중국공산당 역사상 최초로 '문화'라는 단일한 의제로 놓고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 회의에는 리장춘(李長春)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준비 팀장을 맡아 6개월간 조사와 연구를 진행하는 등 중국 정부가 문화영역을 얼마나 중시하기 시작했는지 알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했다.

이후 후진타오는 21세기 국가비전으로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내걸고, 핵심추진전략으로 문화산업을 국민경제 지주산업으로 육성할 것을 대내외로 천명했다.

중국은 기존의 문화사업 단위를 법인 주식회사 형태로 전환시키고 이렇게 탄생한 국유기업을 대형화시켜서 규모화된 힘을 가지고 국내에서의 선도적 역할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 개척 역할도 강하게 부여했다.

권 센터장은 "눈에 띄는 대목은 중국이 21세기 들어 문화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면서 금융정책을 매유 잘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문화 기업을 육성하고 많은 자본이 문화로 유입될 수 있도록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해외진출 지원 정책에 따라 중국의 문화시장은 빠른 속도로 덩치를 키워나가는 중이다. 영화, 게임, 공연 등 다양한 영역에서 중국과 합작을 하거나 해외로 진출하는 중국 기업들이 늘고 있다.

특히 권 센터장은 "이제 중국이 전통문화에 대한 재인식을 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4년 베이징에서 채택된 '갑신문화선언(甲申文化宣言)'에서는 동방의 인문정신이 서구적 문화의 대안으로 매우 강조됐다. 그동안 외면을 받았던 중국의 전통 문화가 새롭게 떠오른 것이다.

전통문화에 대한 중국의 재인식은 2008년 진행된 베이징올림픽에서 명확하게 드러났다.

‘인문올림픽’을 주제로 한 베이징올림픽의 개막식은 중국의 4대 발명품인 종이, 활자, 나침반(항해), 붓과 죽관 등을 모티브로 한 화려한 무대를 세계에 선보였다. 중국이 이 4대 발명품을 통해 세계에 어떤 문명을 전파하고 영향을 미쳤는지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권 센터장은 중국 문화 콘텐츠이 가진 문제점은 여기에서도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 대중들은 베이징올릭픽에 대해 '화려하다', '엄청난 규모', '압도적이다'라는 공통적인 평가를 남겼지만, 다음 회차였던 런던올림픽 개막식과 비교했을 때 '감동을 받았다'는 평이 없었다"고 말했다. 투입 인원이 3배, 비용은 2배 정도 적은 런던올림픽의 감동이 화려하고 엄청난 규모의 베이징올림픽을 압도했다는 뜻이다.

권 센터장은 "문화 콘텐츠는 감동에 승부를 걸어야하는데 중국은 엄청난 규모의 전통문화를 보여주면서도 과시하고 자랑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문화 콘텐츠 문제에 대해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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