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통장도 못되는 만능통장…10개 중 7개 깡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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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17-10-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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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적쌓기용 계좌 개설이 낳은 황당한 결과

정부 주도로 출시된 관계형 금융상품의 잔액이 1만원 이하인 '깡통계좌'가 속출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인해 은행들이 실적을 위해 마구잡이식 계좌 개설을 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에 따르면 은행권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10개 중 7개가 깡통계좌다. 10만원 이하가 73%에 달했고, 이 가운데 1만원 이하도 51%로 절반을 넘었다.

개설된 ISA계좌는 신한·하나·우리·국민·기업·농협은행 순으로 많았다. 1만원 이하 계좌 비중이 높은 곳은 기업은행(67%)과 신한은행(63%)이다. 10만원 이하 계좌 비중으로는 하나은행(81%)과 기업은행(79%), 신한은행(78%) 순으로 높았다. 

 

[사진= 채이배 의원실 제공]


같은 ISA상품이지만 수익률 편차도 크다. 상위 수익률에는 우리은행의 '고위험, 국내우량주 공격형'(16.28%), 대구은행의 '고위험, 고수익홈런A형'(13.50%), 우리은행 '초고위험, 글로벌우량주 공격형'(13.27%)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에 반해 IBK기업은행의 '중위험, 플러스모델형'의 수익은 1.16%로 은행예금과 큰 차이가 없다. 

재형저축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4개 중 1개가 깡통계좌다. 6개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재형저축 계좌 중 10만원 이하가 전체의 23%를 차지했으며, 잔액 1만원 이하 계좌도 16%에 달했다.
 
ISA와 재형저축은 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상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ISA는 박근혜 정부 당시 '저금리·고령화 시대에 종합 자산관리를 통한 국민재산 증식 프로젝트'를 목표로 신설됐다. 재산형성저축을 뜻하는 재형저축은 18년 만에 부활했다. 박근혜 정부 때 도입된 이 상품은 7년 이상(최장 10년) 유지할 경우 이자와 배당소득에 소득세 14%가 면제된다. 하지만 의무가입 기간이 긴 데다 은행들이 제시한 고정금리가 4%에서 2%대로 낮아지면서 해지가 속출했다.
 
채이배 의원은 "금융위원회가 도입 초기 각 은행별 개설 실적을 점검하면서 은행마다 실적쌓기용으로 계좌 개설에만 전념한 것이 한 원인"이라며 "몰아붙이는 방식의 금융정책 수립과 집행은 결국 시장의 외면을 받고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깡통계좌는 은행 입장에서도 부담이다. 수익에 도움이 안 되면서 유지관리비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깡통계좌가 나중에 독이 될 것을 알면서도 당국이 각 은행별로 정부주도형 상품을 얼마나 판매했는지 체크하는 상황에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개설을 권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실적 위주의 밀어내기식 판매로 말미암아 불완전 판매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금융당국의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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