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문화마당, 윤주의 도시이야기] ​ 로마의 길 윤주지역전문가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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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 지역전문가 · 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장
입력 2017-10-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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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문화마당, 윤주의 도시이야기]

 

[사진=윤주 지역전문가 · 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장]


로마의 길

로마는 가장 많은 명언을 품고 있는 도시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들 로마의 이름이 등장하는 명언들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로마에 대한 문구를 보면, 로마는 고대의 역사가 유구하게 이어져 오는 전통의 도시일 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유명한 관광 도시로서 이름을 알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여러 말들 중에서도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은 로마와 로마의 힘을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말이 아닐까 싶다.

로마는 기원전 8세기 늑대의 젖을 먹고 자라났다는 쌍둥이 형제 로물루스와 레무스 중 그 형인 로물루스 아우구스투스에 의해 창건되었다는 전설을 지닌 도시국가이다. 이후 잠시나마 왕제가 폐지되는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공화정이 시작되면서 도리어 본격적인 국가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도로 건설에 능했던 로마인들의 기술을 바탕으로 로마는 8개의 집정관도로 및 도시를 중심으로 한 대간선도로를 통해 모든 곳으로 통하는 교통을 완성하였다. 완성된 로마의 길은 고대 로마 성장동력이 되었으며, 군대 이동과 물자 교역은 물론 중요한 소식을 신속하게 전달하는 역할도 함께 수행했다.

로마에서 도로를 일컫는 단어 ‘via’는 고대 영어 ‘weigh’, 곧 '옮기다'를 뜻하는 ‘wegh-’와 관계있는 말이고 ‘viaccia via’의 축약어로서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음을 생각할 때, 사방으로 뻗친 로마의 길은 만방을 타깃으로 삼았던 로마인의 거대한 욕망을 중심으로 옮겨오는 것이기도 했다. 그 길은 당연하게도 로마인들의 욕망을 치닫게 하기 위한 필요 수단으로, 어쩌면 고대 로마의 강한 국력은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간 길에서 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세계사 속 화려한 역사를 지나왔기 때문일까. 도시 전체가 역사 유물로 둘러싸인 로마 곳곳을 둘러보면 로마가 지나온 길의 흔적이 더욱 분명해 보인다. 웅장하고 화려한 도시의 위엄 앞에서 로마로부터 세계로 뻗어나갔던 야욕과 로마로 집중되었던 권력의 욕심이 느껴지기도 한다. 노예와 검투사들의 생명을 건 죽음의 경기를 여흥으로 즐겼던 콜로세움의 거대한 피의 경기장, 유럽 모든 왕들보다 높은 자리에 위치했던 교회의 권위 등을 떠올리면 그러한 생각이 더욱 강해진다. 과거 2000년 전 길의 흔적을 고스란히 이어오고 수많은 역사적 유물을 지켜오는 로마의 현 모습이 마냥 가벼운 감상으로만 그치지 않는 까닭이다.

그러나 이것이 그저 역사의 힘에 의해 저절로 주어진 산물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켜켜이 쌓인 역사의 흔적을 품은 로마는 과거 로마로 집중되었던 문화적 가치를 다시 만세로 뻗치는 데 힘썼다. 로마로 이어지는 길은 로마를 향하는 길이기도 했지만 로마로부터 시작되는 길이기도 하다. 수천년을 이어오는 과거의 유산을 살뜰하게 복원하여 힘을 다지고, 과거 강제적 권력으로 로마에 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매력적이게 하는 문화의 힘으로 다시금 불러 모으고 있다. 이제, 로마는 영화 속의 오드리 헵번을 연상케 하는 사랑스런 도시의 느낌도 갖게 되었다. 아마도 과거 정복과 욕망의 길이었던 것이 오늘날에는 여러 문화자산과 어우러져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향하게 하는 또 다른 욕망을 부르는 로마의 길이 된 듯싶다.

로마의 길 위에 서서 우리의 길을 생각해 본다. 작금의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고 우리에게는 어떤 엄청난 것들이 오고 있는 것일까. 거대한 시류에 휩쓸려 가는 아슬아슬한 길 위에서 우리만의 탄탄대로를 만들어 가고 싶다. 결국, 모두가 추구하는 것은 평온한 삶을 행복하게 누리고 싶은 소망일 것이다. 어느 곳의 길을 가든 긴 안목으로 보면 누구든 같은 것이리라. “All roads lead to Rome!”

<로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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