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차 한 잔] 김광석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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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겸 칼럼니스트(문학박사)
입력 2017-10-17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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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김광석' 포스터 [사진=BM컬쳐스 제공]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이나 가수 김창기 등 '동물원' 멤버 가운데 한 사람으로 기억됐던 그가 미국의 앨비스 프레슬리와 같은 국민열풍의 주인공이 된 것은 음악성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연예인의 자살은 요절한 삶에 대한 아쉬움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럴 일은 없어야 되겠지만, 만약 그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다른 것이라면, 그 사실이 우리에게는 더 부담스러운 것은 아닐까?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가 만든 영화 '김광석'이 전국 21개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다. JTBC 뉴스룸에 나온 故 김광석 부인 서해순 씨는 현재 경찰의 2차 조사를 받고 있다고 알려졌다. 진실 여부를 떠나서 '형사피고인 무죄추정' 원칙상 마녀사냥에 가까운 여론몰이는 집단광기를 자극할 수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아직 밝혀진 죄가 없는 사람이 미리 유죄로 단정돼서는 안 된다. 진실로 잘못이 있어서 고인의 원한이 풀어지면 좋겠다고 시작된 듯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마녀‘의 낙인이 찍힌 사람은 사회적인 살인을 미리 당하게 되는 면이 있다. 아무리 의심할 만한 부분이 많다고 해도 혐의만으로 처벌하는 소위 혐의벌(嫌疑罰)은 그 자체가 마녀사냥과 같은 인격살인으로, '범죄'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혹이 너무 많아 이제 돌이킬 수도 없는게 참으로 안타깝다.

나의 하늘을 본 적이 있을까
조각 구름과 빛나는 별들이 끝없이 펼쳐있는 구석진 그 하늘 어디선가
내 노래는 널 부르고 있음을 넌 알고 있는지 음
나의 정원을 본적이 있을까
국화와 장미 예쁜 사루비아가 끝없이 피어있는
언제든 그 문은 열려있고 그 향기는 널 부르고 있음을 넌 알고 있는지


1989년 첫발매된 가수 김광석의 1집 앨범에 있는 '너에게'의 가사 첫부분은 지금의 국민적인 김광석에의 향수를 말하고 있는 듯하다. 그를 본 적이 없던 사람들조차도 그의 노래만을 듣는 것만으로도 김광석을 보고 있다. 아니 그의 노래를 부르며 다시 한 번 김광석을 부르며 열광하고 있다. 우리 모두들 나만의 정원 속에 하늘, 조각구름, 장미 등 아름다운 소재나 소품으로 장식하며 살고 있다. 그리고 아주 친밀한 이들을 초대하거나 그런 이들의 방문을 소원하고 있다. 그들이 바로 ‘우리’로, 김광석은 우리가 그의 노래를 듣기를 지금도 바라고 있다.

그런 그의 노래에 죽음에 대한 애도의 상징이 있는 ‘국화’가 처음 등장하는 것은 비극적인 암시가 짙게 내려있는 듯해 안타까움을 더하게 한다. 가객 김광석의 노래 ‘너에게’ 속의 국화를 마음으로 전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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