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변호인단 'all 사퇴'…장기전·보석청구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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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득균 기자
입력 2017-10-16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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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선 등 새 변호인 선임해도 재판기록 10만쪽 넘어 지연 불가피

박근혜 전 대통령(65)의 변호인단이 구속기간 연장을 결정한 재판부에 반발해 전원 사임의 뜻을 전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1심 재판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영하 변호사를 비롯한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 7명은 16일 재판에 출석해 사임계를 제출했다. 변호인단은 지난 13일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에 침묵으로 일관해오다 이날 법정에서 예상치 못한 '폭탄 발언'을 한 셈이다.

유 변호사는 "변호인단은 이 더럽고 살기가 가득찬 법정에 피고인인 박 전 대통령을 홀로 두고 떠난다"며 "비난도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이에 대한 비난은 저희가 감당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헌법·형사소송법이 규정한 무죄추정과 불구속 재판이라는 형사법 대원칙이 힘없이 무너지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저희 변호인들은 더 이상 본 재판부에서 진행하는 향후 재판절차에 관여할 어떤 당위성도 느끼지 못했다"며 "모든 변론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에 모두 사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우리 재판부는 재판 외적인 고려 없이 피고인의 구속사유를 심리해서 영장 재발부를 결정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재판부는 이어 "변호인단이 사퇴하면 새 변호인이나 국선 변호인을 선임해야 하는데 그럼 심리가 굉장히 길어지는 것은 물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피고인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사임 여부를 신중히 고려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검찰 측도 "구속영장 발부는 적법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 피고인 측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면서 "재판에 협조해주길 다시 한 번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이 갑작스레 '총사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을 두고 향후 재판에서 보석(보증금 납부 또는 다른 조건을 붙여 석방하는 것)을 청구하기 위해 포석을 깔아두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실제로 구속기간이 연장된 상태에서도 보석을 청구할 수 있다. 석방 여부는 재판부에서 판단하고 만약 보석 청구가 기각될 경우 항고를 통해 고등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재 박 전 대통령 재판 기록은 10만쪽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이 새로운 변호인을 선임한다고 해도 수사 및 재판 기록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살펴봐야 하므로 재판이 지연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특히 박 전 대통령 사건은 형사소송법에서 반드시 변호인이 선임돼야 할 사건에 해당된다. 형사소송법 33조를 보면 피고인이 구속되거나 사형, 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 징역에 해당되는 사건으로 기소될 경우, 피고인에게 변호인이 없으면 법원에서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으로 인해 박 전 대통령의 1심 재판 진행은 지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국선 변호인이 선정된다 해도 방대한 분량의 재판 기록을 처음부터 검토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화정의 김이현 변호사는 "유영하 변호사를 비롯한 변호인단의 총 사임 결정으로 인해 재판 진행은 늦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면서 "새 변호인이 선임된다 하더라도, 연내 선고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당초 16일 24시 구속 기간이 만료될 예정이었으나 이번 법원 결정으로 1심 판결 전까지 최대 6개월 동안 구속 상태에서 더 재판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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