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묵시적 청탁 증거 없었다" vs 특검 "무죄 판단부분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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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기자
입력 2017-10-1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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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용 항소심 첫 재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1심과는 달리 변호인과 특별검사팀 양측 모두 ‘원포인트 전략’을 내세우면서 더욱 뜨거운 법리 공방전을 예고하고 있다.

앞서 약 5개월간 진행된 1심 재판의 결과가 '묵시적 청탁'으로 정리되면서 이 부회장 변호인 측은 이에 대한 확실한 논파로 무죄를 받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맞서 특검은 1심에서 인정받지 못한 일부 무죄 부분에 대해 집중 공세를 펼친다는 구상이다.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12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은 특검과 변호인단이 각자의 주장을 담은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한 뒤 상대방에 대한 반론을 펼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 변호인단 "증거재판주의 훼손··· 묵시적 청탁에 대한 엄격한 증명 없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특검이 제기한 공소사실과 달리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합병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 해소,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설립 등 '개별적 현안'에 대한 명시적·묵시적 청탁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에 대해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경영 승계를 위해 직접 청탁한 뚜렷한 증거는 없지만 여러 정황상 묵시적인 부정 청탁을 했다고 봤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이날 재판에서 명시적 청탁은 물론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묵시적 청탁이 오간 증거 역시 전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의 변호를 맡은 이인재 법무법인 태평양 대표변호사는 "1심 판결을 보면 형사재판 기본 원칙인 엄격 해석과 증거재판주의 원칙이 슬그머니 밀려났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무죄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는 "1심은 개별 현안에 대한 명시적·묵시적 청탁은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포괄적 현안인 승계에 대한 묵시적 청탁을 인정했다"며 "개별 현안을 떠난 포괄 현안이 어떻게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개별이든 포괄이든 묵시적 청탁이 있으려면 관계인들 사이에서 말하지 않아도 알아차릴 증거가 있어야 한다"며 "1심에서 묵시적 청탁에 대한 엄격한 증명이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그대로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또 변호인단은 1심에서 인정한 승계작업에 대해 '팩트가 아닌 가공'이라고 반박했다. 이 변호사는 "원심은 엄격한 증명이 필요한데도 공소사실과 다른 또 하나의 승계작업을 설계해 묵시적 청탁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 특검 "재단 출연금도 유죄··· 1심 형량 가볍다"
반면 특검 측은 묵시적·명시적 청탁을 모두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가 묵시적·명시적 청탁을 구분해 204억원의 미르·K스포츠 재단 지원과 제3자 뇌물공여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부분이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검 측은 "이미 2014년 9월 15일 1차 단독면담 때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경영권 승계 지원 대가로 정유라씨 승마지원 약속이 이뤄졌다"며 "이미 유착관계가 형성된 상태에서 재단을 지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수첩과 독대 말씀 자료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생명 지주사 전환 등 개별현안이 기재돼 있는 상황에서 명시적 청탁이 인정되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도 강조했다.

아울러 대통령이 공익적 명분을 내세웠더라도 재단 지원금을 뇌물로 볼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특검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도 정치 발전 명목으로 기업인한테 돈을 받았다"며 "내세운 명분만 가지고 실제 자금 지원 성격을 판단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법조계 관계자는 "1심을 통해 복잡했던 사안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서 변호인과 특검 측이 핵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재판부도 묵시적 청탁과 포괄적 승계작업을 두고 1심에서 적용된 법리의 오류 여부에 따라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세 차례에 걸쳐 특검과 삼성 측의 PT 공방을 진행하며, 다음 달부터 쟁점별 법리 공방에 집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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