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VIEWS 아주경제 - 아주 잘 정리된 디지털리더 경제신문

오늘의 추천 뮤직
검색
4개국어 서비스
실시간속보

[한준호의 IT스캐너] “부르면 가야지요” 국감 출석한 박정호 SKT 사장

한준호 기자입력 : 2017-10-12 16:34수정 : 2017-10-12 17:38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국회 국정감사가 12일부터 20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첫날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감에서는 ‘통신비 인하’ 정책을 놓고 여당과 야당의 난타전이 펼쳐졌다. 이 과정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이동통신 3사 관계자와 과기정통부를 상대로 통신시장 관련 현황과 대책을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통신비 인하 관련 이슈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기 위해 국회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황창규 KT 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등 이통3사 최고경영자(CEO)를 증인으로 채택해 국감 출석을 요구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의 박정호 사장만 응했을 뿐, 황창규 KT 회장과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해외출장을 이유로 임원들을 대신 출석하게 했다.

황창규 회장과 권영수 부회장처럼 막중한 책임을 짊어진 대기업 CEO들은 만나야 할 사람이 많다. 이들을 만나 회사에 도움이 되도록 좋은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분단위로 짜여진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CEO가 꼭 국감에 출석하지 못하더라도, 전문지식을 갖춘 임원이 대신 참석해 질의에 답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 바쁜 기업인들을 ‘벌 세우기식’으로 떼로 불러 몰아붙이고 면박을 주는 구태가 재연될 것이 불 보듯 뻔해 큰 부담으로 느낄 수도 있다.
 

12일 과천청사에서 열린 국감에 증인으로 참석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사진=정두리 기자)


그래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의 국감 출석 결정은 경쟁사 등 통신업계뿐만 아니라 국회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SK하이닉스의 도시바 메모리 인수를 진두지휘하며 그 누구보다 분주한 일정을 소화하는 박 사장이 스스로 출석하겠다고 알려왔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문의 인수를 위해 SK하이닉스가 참여한 이른바 ‘한미일 연합’이 매각 계약을 체결했지만, 아직 거쳐야 할 단계가 남아있고, 끝나지 않았다.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실제 박 사장은 추석 연휴 기간에도 일본으로 건너가 관계자들을 만나 협의를 이어갔다.

반도체뿐만이 아니다. 박 사장은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 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다. SK그룹 전체 대외창구 역할을 하는 중요한 직책을 수행하기 위해 홍보와 대관, 법무 등 관련 업무까지 도맡고 있어 숨 돌릴 시간조차 없다.

그런데도 박정호 사장은 “부르면 가야지” 한마디로 국감 출석을 결정했다. 어려운 결정을 내리면서도 여유를 잊지 않는다. 임원들에게는 농담으로 “국감에서 잘 좀 도와줘”라고 웃으며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통신비 인하와 관련한 각종 현안에 대해 이통3사 대표들을 불러 직접 의견을 듣고 싶다는 국회의 요청에 박 사장은 망설임 없이 출석을 결정하고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기로 했다.

통신업체는 그동안 기울여 온 양질의 고객 서비스와 통신기술에 대한 막대한 투자 등 그 노력에 비해 저평가를 받아 온 것이 사실이다. 박 사장은 이런 오해를 풀고, 정부가 요구하는 통신비 인하 정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겠다는 각오를 국민들 앞에서 밝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역발상의 지혜'를 발휘했다. 

박 사장은 출석하겠다고 했지만, 황창규 KT 회장과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불참을 통보해 잠시 국회 측도 당황했다. 국회는 이통3사 CEO 모두를 한 자리에 부르려고 했다가 박 사장만 참석을 알려 오면서 모양새가 이상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국감 전날 늦은 밤까지 국회 측과 SK텔레콤 측이 참석자의 급을 낮추거나 날짜를 변경하는 등  논의했지만, 결국 참석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 

국감은 불편하고 어려운 자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자기자신이 겪을 불편보다 회사를 우선으로 여기는 박 사장에게 국감 출석은 "부르면 가야지요" 정도 되는 작은 일에 불과하다.  
뉴스스탠드에서 아주경제를 만나보세요
아주경제 기사제보 -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