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세운 트럼프... '한국 철강.차 블로킹 노림수'가 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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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류태웅.윤정훈 기자
입력 2017-10-11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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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이프 가드, 정부도 다급해졌다... 미 통상압박 노골화 민관 공동대응

  • WTO 중재절차 제소 '최후의 카드'.... "미 소비자 선택권 제한" 여론 조성도

서울 시내 한 가전제품 판매장에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세탁기가 진열되어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한국 기업에 대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박이 세탁기 세이프가드(수입제한조치)를 계기로 한층 노골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이번 사태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세탁기 분쟁에서 밀릴 경우 향후 철강, 자동차 등 국내 산업 전반에 대한 ‘통상압박’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개정협상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미국 측의 의도대로 끌려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세계무역기구(WTO) 중재절차 제소라는 최후의 카드를 염두에 두고, 한국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탁기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태국·베트남 정부와 공동 노선을 구성해 미국의 공세에 맞선다는 방침이다.

11일 오후 서울 남대문 대한상의 회관 4층 중회의실에서 강성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 주재로 열린 ‘미 세탁기 세이프가드 민·관 합동 대책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는 외교부 수입규제대책반, 삼성전자, LG전자,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관련 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삼성·LG 콕 집어 세이프가드···
참석자들은 이번 세탁기 사태와 관련,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한국산(Made in Korea)’이 아닌 삼성과 LG 양사를 직접 겨냥해 미국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미치고 있다고 판정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의 통상 분쟁은 ‘원산지’ 문제가 쟁점이슈였으나 전 세계에서 사업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 상대로는 반덤핑·상계관세 같은 고전적인 통상 제재가 기대만큼의 효과를 얻지 못했다.

따라서, 최근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무역위원회는 WTO 규범 위반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아닌 특정기업을 겨냥해 통상 카드를 꺼내 통상제재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시도를 확대하고 있다. ITC 삼성·LG 세탁기 판정도 최근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비롯됐다. 특히 ITC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대상에서 ‘한국산’ 및 미국과 지역무역협정(RTA, FTA보다 광의의 협정)을 체결한 국가의 생산분은 제외함으로써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 명분을 희석시키는 장치도 마련했다. ‘한국산’이 아닌 ‘한국기업’을 지원하는 모양새로 비쳐질 경우, 이 역시 국가의 특정기업 직접 지원이라는 WTO 규범 위반 사례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ITC의 판정에는 자국 기업인 월풀의 로비가 여과 없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월풀은 삼성과 LG 세탁기의 미국 수입이 늘어나면서 자사 시장 점유율이 떨어졌으며, 이로 인해 공장 가동시간 축소 또는 중단에 따른 임직원 해고 등으로 이어져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과 LG 세탁기의 대미 수입액 추이를 놓고 본다면 월풀의 이러한 주장은 맞지 않는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양사가 미국 시장에 판매하는 세탁기는 연간 물량으로는 200만대 이상, 금액으로는 10억 달러(약 1조14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수년간 큰 변동이 없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미국 세탁기 시장 점유율을 보면, 2014년 10% 선이었던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지난해 16.2%, LG전자는 2015년 오히려 떨어졌다가 지난해 2014년과 비슷한 13.1%를 기록했다. 2014년 40% 이상을 기록했던 월풀은 지난해 38.4%로 약 2%p 내외가 줄었을 뿐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들은 이와 관련, 삼성과 LG 세탁기가 월풀의 점유율을 잠식한 것이 아니라 시장에 진출한 타국 경쟁사들의 점유율을 빼앗았다는 해석이 옳다고 설명한다.

◆전자업계, “미국 현지 공장 건설 중단 없다”
양사는 일단 세이프가드 조치가 미국 소비자와 유통업자 등의 피해만 가져올 것이라는 기존 논리를 오는 19일(현지시간) ITC의 구제조치 공청회 등에서 적극적으로 피력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플렉스워시, 애드워시, 액티브워시 등 현지에서 인기가 많은 프리미엄 세탁기들은 이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미국 월풀이 생산하지 않는 제품”이라며 “이 같은 미국 측 논리의 허점을 파고들어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번 공청회에서 세이프가드 조치가 결국 미국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권을 제한하고, 가격도 높아져 피해를 보게 될 것이란 점을 강조할 것”이라며 “또한 미국 세탁기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이 30%가 넘는 점을 들어 현지 유통업계의 피해도 부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트랙라인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올해 상반기 미국 세탁기시장 점유율은 각각 17%, 14%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에 세우고 있는 현지 가전공장을 ‘압박카드’ 대신 세이프가드 가동 시 ‘돌파구’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관세의 대상이 되는 동남아 공장의 물량을 빠르게 이전시킨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약 3억 달러를 들여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 LG전자는 약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미국 테네시주에 각각 세탁기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은 내년 초부터 세탁기 생산라인의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계획을 차질 없이 진행해 세이프가드가 발동되더라도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LG전자 관계자도 “2019년 완공예정인 테네시 세탁기 공장 가동 전까지 경남 창원 생산시설 활용해 현지 물량을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공장 건설 계획의 취소 등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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