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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초대석] 이원영 블루캔버스 대표 "디지털 플랫폼으로 미술계의 선순환 구조 창출"

박상훈 기자입력 : 2017-10-13 05:00수정 : 2017-10-13 05:00

이원영 블루캔버스 대표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미술품 경매 역대 최고가 낙찰', '기록 또 경신'···. 유명 화가들의 작품이 매스컴에 등장할 때마다 으레 따라붙는 제목들이다. 미술계 일각에선 이를 두고 '한국 미술의 성장지표 중 하나'라고도 하지만 일반인들에겐 그저 '억(億)' 소리 나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대중과 유리된 미술시장의 위기를 거론하며 정부·기관·지자체, 미술 관련 협회와 갤러리 등은 그동안 미술 문턱 낮추기를 주창해 왔고, 이는 합리적 가격대의 아트페어 활성화, 신진작가 해외 진출 기회 확대 등으로 일정 부분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미술, 더 정확하게는 '볼 만한, 보고 싶은 그림'은 여전히 다가가기 힘든 영역이라는 게 뭇사람들의 이야기다. 

이원영 블루캔버스 대표(37)는 미술을 '안방'으로 끌어들였다. 사람들이 원하는 곳에 디지털 액자를 걸어놓고, 기분 내키는 대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행위는 블루캔버스가 내건 슬로건, 즉 '예술 작품과 소중한 삶의 기억들을 자유롭게 큐레이션할 수 있는 당신만의 갤러리'와 정확히 일치한다. 

색색의 작품들을 뿜어내고 있는 디지털 액자들 사이에서 이 대표를 최근 만났다. 

◆ 난관 헤치다 우연히 마주한 작품 사진··· '스탕달 신드롬'

이원영 대표는 미술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전공은 물론이고 미술로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가 사업이라는 걸 시작한 건 10여년 전. 대전에 입시학원을 차렸는데 꽤 번창했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악재를 맞았고, 학원 사업은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 대표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할 수준으로 빚잔치를 벌였다"며 "사업이 망한 뒤 멀쩡한 전셋집에서 반지하 월세방으로 옮겨다니며 살았고, 월세를 깎기 위해 집주인에게 도배·장판을 해달라는 말도 하지 못했다"고 씁쓰레하게 웃었다. 방 구석구석에 핀 곰팡이가 너무 보기 싫었던 그는 잡지를 크고 작게 오려 벽과 천장 등에 붙였다. 사람은 저마다의 인생 전환점이 있는 법. 곰팡이를 가리기 위한 잡지 쪼가리가 그에게 영감을 줬다.

이 대표는 "인생을 포기한 채 그냥저냥 살던 그 시기 잡지에서 어느 작품을 봤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이미지였는데, 그걸 본 순간 엄청나게 머리가 맑아지고 '내가 왜 이러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새롭게 마음가짐을 했다. 어떤 이는 그게 스탕달 신드롬(뛰어난 예술작품을 봤을 때 순간적으로 느끼는 정신적 충동이나 분열 증상)이라고도 하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뚜렷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던 건 아니지만 그는 그때부터 무료 전시회를 찾아 다니는 등 본격적으로 미술시장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먹고살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다니다 보니,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미술계를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작품을 감상해야 될 사람들은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이며, 그들이 작품을 통해 마음의 안정과 힐링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려운 집안 사정에 대학까지 도중에 작파할 수밖에 없었던 그가 산전수전을 겪은 뒤 직시한 것은 '삶과 예술의 조화'였던 셈이다. 

◆ 저작권 보호에 각별한 유의··· "미디어아트는 시대 흐름"

디지털 액자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는 '블루캔버스'는 지난 2009년 미국에서 출발한 아트 네트워크(Art Network) 서비스가 그 모태이다. 웹과 매거진을 통해 무명·신인 작가들에게 데뷔 기회를 주는 등 소통의 장으로서 역할을 해온 블루캔버스는 아티스트들의 활동을 다양한 방면으로 지원한다는 출범 정신은 유지하되, 본격적인 디지털 모바일 시대를 맞아 '기술'을 장착했다.

이 대표는 "창작자들이 자신의 활동에 열정과 사랑을 갖고 있는 데 반해 예술시장은 예나 지금이나 어렵다"며 "어느 시장조사 결과를 보니 작품 전시활동을 못 하는 사람들이 창작자의 98%를 훌쩍 넘겼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블루캔버스는 전시활동을 하는 그 2%의 아티스트를 위한 것도 아니고 소수의 컬렉터들을 위한 것도 아니다. 신진작가 등의 미술 진입장벽을 무너뜨리고, 그들에게 전시회라도 한 번 지원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그가 블루캔버스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인 건 2015년. 아직 이 사업의 걸음마 단계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의 행보는 남다르다.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해외에 몇 군데 존재하지만, 단가가 매우 높고 플랫폼이 담아내는 콘텐츠의 질이 블루캔버스만 못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우리처럼 작가들의 저작권 보호에 신경쓰는 데도 흔치 않고, 신진 작가들에 관심을 두지 않고 기존의 유명 작가들에 집중하는 것도 다른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매를 제외한 미술시장의 거의 모든 기능을 블루캔버스에 탑재하려고 한다"며 "홈페이지 리뉴얼부터 시작해 작가 전시 지원, 인공지능(AI) 큐레이션 개발 등 재미 있고 유익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혹자는 '보고 싶은 그림들을 인터넷에서 찾아 저장해놨다가 모바일 디바이스 등으로 그걸 넘겨가며 보는 거랑 어떤 차이가 있느냐'고 의아해한다. 블루캔버스만의 독창성과 개성은 어디에 있을까. 이 대표는 "결국 문화든 예술이든 그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만이 그것을 느낄 수 있다"며 "인식의 전환 없이는 블루캔버스를 쉽게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작가들의 창작물 저작권에 특히 신경을 쓰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그게 보장되지 않는다면, 아티스트도 없고 그의 사업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그는 "한국에 비틀스 명반을 판매할 때는 별도의 프로모션이 필요하다고 한다. 다른 나라에서 1만원에 팔리는 음반도 우리나라에선 1000원에도 안 팔린다고 한다. 이런 걸 좋다, 나쁘다의 잣대로 말할 수는 없겠지만 부끄러운 대목임에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블루캔버스는 작품 하나하나를 비트코인처럼 블록화했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상에서 보안·저작권 등의 시스템을 물리적으로 갖췄다. 또 '작품은 희소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 하에 작가당 10개, 100개 식으로 한정판을 내놓기도 한다. 이 대표는 "해외의 경우엔 이미 미디어아트 영역이 굉장히 넓어졌다. 그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기 작품을 알리는 동시에 판매가를 낮춰 더 많은 이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곧 '공유'의 개념이라고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가 작품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에 수긍할 수는 있어도, 시대의 흐름을 애써 외면해서도 안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원영 블루캔버스 대표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삶과 예술은 변하지 않아"

현재 블루캔버스에 구축된 콘텐츠의 규모는 약 4TB(테라바이트)이다. 이는 13만여 점의 작품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 작품 서비스 계약을 완료한 작가는 80여명이고, 계약 대기자는 700여명이다. 고객에게 제공할 작품을 선택할 때 작가, 그림 종류 등 특별히 고려하거나 선호하는 게 따로 있을까.

이 대표는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작품은 해당 작가와 상의하는 등의 검수 과정을 거치지만, 작품 선정에는 어떠한 기준도 없다"며 "다만, 저작권 검증 때문에 11월 중순까지는 우리가 직접 작품 입력, 카테고리 분류 등의 작업을 해야 한다. 추후 플랫폼이 문을 열면 작가들이 자유롭게 작품 등록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방대한 양의 작품들 중에서 어떤 게 자신이 원하는 것인지, 더 좋은 작품은 무엇인지 등을 골라내기란 어려운 일"이라며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용자들이 자신의 사진·영상을 올리면 그 안에 있는 색감, 패턴 등을 분석해서 그들에게 맞는 작품과 작가를 큐레이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루캔버스가 아마존 알렉사와 연동해 AI 큐레이션을 개발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두서없이 말해서 미안하다며 겸손함을 보인 그가 갑자기 "이건 꼭 잘 말하고 싶다"며 휴대폰에 저장된 메모를 살짝 뒤적였다.

"요즘 4차 산업혁명이 화두잖아요. 그 틀 안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거나 혹은 새롭게 생기는 것들이 있을 텐데, 그 와중에도 인간의 머리와 가슴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우리의 삶과 예술이 그렇겠지요. 온갖 자극적인 콘텐츠들 속에서 잊혀졌던 자신의 아름다운 추억이 창작자들의 피땀 어린 예술품을 만난다면 감정이 메마른 지금, 가족에 대한 애틋함마저 없어진 이 시대에 일종의 접착제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요?"

조금 부러지고 한때 쓰러질지언정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내 삶'이고, 그게 바로 '예술'이라는 이 대표의 철학이 블루캔버스 화면에 번지고 있었다. 

◇ 이원영 대표
△1980년 대전 출생 △이야(IYA)입시학원 원장(2006~2012) △㈜찬율 CEO(2013) △㈜씨앤엘프라자(현 블루캔버스) CEO(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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