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중국 시장 '스마트폰' 내주고 '반도체'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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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17-10-1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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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웨이.오포 등 현지업체 성장... 지난 2분기 점유율 6위까지 밀려

  • 중국업체 메모리.OLED 삼성서 수급... 현지 매출 확대되는 역설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업체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점점 밀려나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현지에서의 매출은 크게 확대되고 있다.

화웨이, 오포, 비보 등 현지업체의 성장이 삼성전자의 매출 상승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중국 업체는 삼성전자에서 메모리반도체와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스마트폰의 주요 부품을 공급받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과 메모리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의 중국 시장 실적이 반비례 곡선을 그리며 엇갈리고 있다.

◆ 스마트폰 점유율 2014년부터 하락세 올해 2분기 3.0%로··· 매출은 급증
일례로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013년 19%로 정점을 찍으며 중국 1위를 점했으나 이후 화웨이 등 현지업체들의 공세에 밀려 올해 2분기 3.0%(6위)까지 급락했다. 2014년 13.8%, 2015년 7.6%, 2016년 4.0%로 전년 대비 매년 절반가량의 시장 점유율이 하락한 결과다.

반대로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은 2014년 28조3946억원에서 지난해 32조497억원으로 2년 새 12.9%가 올랐다. 특히 올해에는 그 성장폭이 더욱 가파르다 크다.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은 올해 상반기 20조166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4조3077억원)보다 41.0% 증가했다. 삼성전자가 중국 스마트폰 사업의 저조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내심 웃음을 짓고 있는 이유다.

◆ 중국업체, 메모리반도체와 소형 OLED 등 삼성전자에서 대부분 수급
이 같은 현상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메모리반도체와 소형 OLED 등 주요 부품을 삼성전자에서 공급받고 있다는 데 기인한다. 삼성전자는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압도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소형 OLED의 경우에도 사실상 독점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삼성전자의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뜻이다.

실제로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성장 그래프와 삼성전자의 현지 매출은 정비례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최근 중국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오포와 비보는 올해 2분기 5041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아치우며 세계 2위였던 애플(4431만대)을 3위로 끌어내렸다. 오포와 비보 모두 중국의 BBK전자 계열사다. 양사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4.1%와 70.8% 증가한 수치다.

이 덕분에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현지 매출도 대폭 확대됐다. 삼성전자의 중국 반도체·디스플레이 판매법인인 '상하이삼성반도체(SSS)'의 올해 상반기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11조9153억원과 107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33.3%, 42.9%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용 ‘임베디드 멀티칩 패키지(eMCP)’의 경우 이미 삼성전자 스마트폰 부문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오포 한 곳이 쓰는 양이 훨씬 많다”면서 “중국의 스마트폰 업체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당장 현지 조달도 어려워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MCP는 스마트폰용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한 패키지로 제작한 내부 저장공간용 제품이다. 각각의 반도체를 따로 쓰는 것보다 속도가 빠르고 디자인도 얇게 할 수 있어 최근 스마트폰 제조에 필수적인 부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 중국 메모리반도체와 OLED 전폭적인 지원··· “또 다른 캐시카우 발굴해야”
그러나 언제까지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와 OLED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반도체의 경우 향후 2~3년 내 중국 업체들이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며, 2025년에는 현지 조달량의 70%를 점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165조원가량을 투입해 자국산 반도체의 비율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오히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의 기회가 되고 있다”며 “기술적 우위를 보다 굳건히 해 현 체제를 장기적으로 가져가는 한편, 또 다른 ‘캐시카우’의 발굴을 통해 위기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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