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애니메이션, ‘굴기’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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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중근 기자, 인민화보 왕쥔링(王俊嶺) 기자 공동취재
입력 2017-10-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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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니’는 중화(中華) 이루는 강력한 요소

  • 업계 노력, 정부 지원 맞물려 비약 성장

  • 글로벌 도약 위해 ‘인재 육성’ 절실

중국이 강조하는 중화사상(中華思想, Sinocentrism)에서 ‘중화’는 세계의 중심, 우수한 나라라는 뜻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꿈꾸는 중국몽(中國夢·중국의 꿈)의 핵심 방향성이기도 하다.
 

애니메이션 '대요천궁'이 새롭게 3D 영화로 제작됐다. [사진=인민화보 제공]



그 ‘중화’를 이루기 위한 강력한 핵심요소 가운데 하나가 애니메이션이다. 중국은 지금 애니메이션 ‘굴기(崛起‧우뚝 섬)’를 위한 용틀임을 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뒷받침이 에너지원이다.

지난 6월 12일, ‘안시(Annecy)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이 프랑스 남동부의 작은 도시 안시에서 개막됐다. 주빈국이기도 한 중국은 장편 부문에 ‘나의 붉은 고래(大魚海棠, Big Fish & Begonia)’를 출품했다. 방문객들은 이색적인 중국 작품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최근 수년 간 중국 애니메이션은 국제 애니메이션 수상 후보작으로 여러 차례 지명되는 등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애니메이션계의 주변국에서 주류로 편입되고 있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난 몇 년 간 중국에서는 ‘희양양과 회태랑(喜羊羊與灰太狼, Pleasant Goat and Big Wolf)’, ‘부니 베어(熊出沒, Boonie Bears)’, ‘몽키킹(大聖歸來, The Monkey King: Hero is Back)’ 등 중국의 우수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최근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 애니메이션 ‘희양양과 회태랑’.  [사진=인민화보 제공]



해외 애니메이션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큰 힘이 됐다. 이 작품들은 해외 각지로 판매되며 중국 콘텐츠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메기 효과’라는 말이 있다. 미꾸라지를 장거리 운송할 때 수족관에 메기 한 마리를 넣으면 미꾸라지들이 메기를 피해 다니느라 생기를 얻어 죽지 않는다는 뜻이다. 중국 애니메이션 업계도 이 메기 효과의 덕을 톡톡히 봤다.

중국 애니메이션 업계에 따르면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설립 초기에는 ‘소인서(小人書)’나 ‘연환화(連環畫)’ 등 어린이용 이야기 그림책 위주의 만화 작품들이 인기가 높았다. 역사적 사실이나 전해져 오는 이야기, 혁명전쟁 등이 주요 소재로 다뤄지며 ‘화목란(花木蘭)’, ‘대요천궁(大鬧天宮, The Monkey King)’ 등 뛰어난 작품이 탄생하기도 했다.

1980년대 개혁개방 이후에는 TV수상기 보급이 확대되면서 만화는 점차 애니메이션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 무렵 해외 애니메이션이 수입되며 중국 업계에 강력한 ‘메기 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중국 애니메이션 업계는 외국에서 들어온 훌륭한 작품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발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조롱박 형제(葫蘆兄弟)’, ‘검은 고양이 경장(黑貓警長)’, ‘나타요해(哪咤鬧海, Prince Nezha's Triumph Against Dragon King)’, ‘보련등(寶蓮燈, Lotus Lantern)’ 등 훌륭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이다.

2010년에는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한 이탈리아 배급사가 중국 애니메이션 작품을 5개나 사들이기도 했다.

애니메이션 제작으로 유명한 광둥(廣東)성에서도 우수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희양양과 회태랑’과 ‘부니 베어’ 시리즈는 돌풍을 일으키며 해외에서도 친숙한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도서와 잡지, 연극, CD 등 각종 연계 상품을 통해서도 적지 않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희양양과 회태랑’은 2009년 미국 CATV 산하 ‘니켈로디언 어린이방송 아시아채널’을 통해 13개 국가에서 영어로 방영됐다. 2010년에는 ‘희양양과 회태랑의 즐거운 1년’이 디즈니채널을 통해 아시아지역 52개 국가에서 10개가 넘는 언어로 방영됐고, 인도에서는 각 지역 방언으로 전국에 방영되기도 했다. ‘희양양과 회태랑’은 2014년에는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아시아지역은 물론 미국과 캐나다의 화교 방송국에 진출해 중국어로 방영됐다.

‘부니 베어’ 인기도 대단했다. 이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이란과 우크라이나에 관련 캐릭터를 주제로 한 테마파크를 열기도 했다.

중국 애니메이션의 이 같은 괄목할 만한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외국의 기발한 상상력과 창의력이 돋보이는 작품에 비하면 여전히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애니메이션 전문가들은 외국 작품과 비교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를 ‘참신성 부족’과 ‘인재 부족’으로 꼽는다.

완저(萬喆)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국제협력센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애니메이션도 산업이다. 철저히 시장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중국 애니메이션은 기술적 수준은 점점 높아지고 있으나 스토리 구성이나 서술 면에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우리 스스로 잘한 부분과 부족한 부분을 직시하고, 보다 세분화된 노력을 통해 전체 산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인재 육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어린이용 이야기 그림책으로 나온 '검은 고양이 경장'.  [사진=인민화보 제공]



중국 정부가 애니메이션 활성화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지난 2006년도의 일이다. 정부는 그해에 ‘중국 국산 애니메이션 산업 활성화에 관한 몇 가지 의견’을 재정부, 교육부, 과학기술부, 문화부 등 관련 부처 공동으로 작성해 배포했다.

주된 내용은 향후 10년 간 중국 국산 애니메이션 우수 콘텐츠 양산, 제작 역량 강화, 기술혁신력 지속적 향상 등이었다. 중국 애니메이션의 제작 역량을 세계 애니메이션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0년간 애니메이션 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중국 내 애니메이션 산업 활성화는 물론 세계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우수 작품의 해외 진출을 위해 번역·제작 경비를 지원하고 해외전시회 참가를 장려했다.

또 애니메이션 기업에 정책금융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애니메이션을 해외로 수출하면 수출세를 환급하거나 면제하는 등의 다양한 수출장려 정책도 펼쳤다.

중국 애니메이션이 지금의 수준으로 올라선 것은 정부의 이 같은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중국 국산 애니메이션의 역량 강화는 지역경제 발전과 선진화에도 톡톡히 기여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콘텐츠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곳 중 하나인 광둥성에 따르면 광둥성에서 생산된 애니메이션 콘텐츠는 지난해 160개국에 수출됐으며, 수출액은 418억1000만 달러(약 48조 원)에 달했다. 출판, 게임, 콘텐츠설계, 설비제조 등 관련 산업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주요 수출기업과 브랜드가 생겨났다.

중국 애니메이션이 이처럼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점도 적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인재 부족’이다.

지식집약형 산업인 애니메이션 업계에는 세 가지 유형의 인재가 필요하다고 한다. 창의성을 갖춘 인재, 관리형 인재, 경영형 인재가 그것이다.

먼저, 창의성을 갖춘 혁신적인 인재가 부족하면 기발한 콘텐츠가 나오기 어렵고 기업의 경쟁력도 떨어진다. 둘째, 분산된 형태의 개별업무에 적합한 창의성 인재는 업무 독립성이 강하고 감독이 어려워 관리형 인재가 필요하다. 셋째, 경영형 인재다. 훌륭한 아이디어를 산업화시키고 시장화 할 수 있는 인재 육성이 필수적이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애니메이션 굴기’를 꿈꿔왔다. 지금과 같은 발전과 성장 속도라면 그 꿈이 실현될 날도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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