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힘에 굴복한 싱가포르…대만과의 군사협력 중단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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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현 기자
입력 2017-09-2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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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중국 방문한 리셴룽 총리...‘하나의 중국’ 원칙 지지

  • 차기 아세안 의장국 의식한 中…통근 환대로 싱가포르와 관계 개선에 나서

지난 20일 리셴룽(李顯龍, 왼쪽) 싱가포르 총리가 시진핑(習近平, 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에 앞서 악수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19일 중국을 방문한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고 대만의 독립을 반대한다”고 밝혀 싱가포르와 대만과의 군사협정이 조만간 중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 관영매체 스푸트니크는 25일 중국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싱가포르가 대만과의 군사협정인 '별빛 프로젝트'(星光計劃)를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싱가포르군 장갑차가 홍콩 세관에 압류돼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달았던 당시 상황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별빛 프로젝트'는 과거 1975년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와 장징궈(蔣經國) 당시 대만 총통이 상호 합의한 것으로 대만이 싱가포르에게 군사훈련 장소를 제공해주기로 한 군사협정이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해온 중국 입장에서 싱가포르와 대만의 군사협정은 눈엣가시였다. 게다가 친미 성향의 싱가포르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둘러싸고 중국의 대척점에 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이 국제중재재판에서 패소하자 리셴룽 총리는 “국제법은 지켜져야 하고, 항행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며 판결을 지지하는 성명을 냈다.
 

홍콩서 압류된 싱가포르군 장갑차 [사진=연합뉴스]

양국의 갈등은 지난해 11월 홍콩 세관이 대만에서 군사훈련을 마치고 복귀하던 싱가포르군 장갑차를 압류하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압류됐던 장갑차들은 2개월여 만에 싱가포르에 반환됐지만 이 사건이 40여년간 이어져 온 싱가포르와 대만의 국방협력에 큰 변화를 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며 싱가포르에 대만과의 관계 단절 압박을 가해온 데다, 호주와 뉴질랜드 등에도 훈련장을 마련한 싱가포르가 굳이 대만까지 가서 중국의 심기를 건드릴 필요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중국은 지난 5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상회의에 싱가포르를 초대하지 않았고 대만과 교류를 맺는 나라와 상대할 수 없다며 싱가포르를 계속 압박했다.

양국의 어색한 관계는 지난 19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중국을 전격 방문하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9월 19일부터 21일까지 이어진 방문에서 리셴룽 총리는 첫날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회담을 가졌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등 주요 인사를 잇달아 만나는 등 큰 환대를 받았다.

시진핑 주석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대한 지지를 요청하면서 “상호협력을 통해 전략적 우대관계를 강화하자”고 말했다. 리셴룽 총리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하고 대만의 독립울 반대한다”라고 화답했다.

리셴룽 총리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회복한 양국관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내년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의장국이 되는 싱가포르와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기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중국에 비판적인 아세안 회원국이 적지 않은 데다, 의장국과 불편한 관계가 계속되면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정책에 많은 제약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싱가포르도 중국과의 관계회복 돌파구가 필요하던 시기였다. 리 총리가 중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내년 아세안 의장국이 되면 중국과의 관계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향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외교부 관계자는 "싱가포르는 중국과의 경제협력이 필요하고 중국은 동남아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차기 아세안 의장국인 싱가포르의 지지가 필요하다"면서 "'별빛 프로젝트' 문제 해결은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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