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 날갯짓…고대 실크로드 중심에서 '기회의 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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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7-10-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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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개 왕조 수도 '시안'…병마용갱, 시안사변 등 생생한 역사현장

  • 일대일로 중심지 자리매김…육해공 교통망 확충 속속

  • 삼성 반도체 공장 가동 중…글로벌 170여개 기업 둥지

산시성 시안시 개요[그래픽=아주경제DB]


“2100년 역사를 가진 실크로드를 되살려 신(新) 실크로드를 구축하자. 태평양에서 발트해까지 연결통로를 만들고 이를 동유럽과 서남아시아까지 확장해야 한다.”

지난 2013년 9월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제시한 신 실크로드, 이른 바 일대일로(一帶一路) 경제권 구상이다.

일대일로는 2100년 전 비단무역을 꽃 피웠던 고대 동서양 교역로 실크로드(6400㎞)의 현대판이다. 비단길은 중국 중원지방에서 시작돼 중앙아시아, 이란 등을 거치는 길이자 정치·경제·문화까지 이어줬던 통로다.

그리고 이러한 일대일로의 새로운 기점이 되겠다며 가장 먼저 나선 곳이 바로 중국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이다. 과거 구 실크로드 중심지였던 시안은 이제 신 실크로드 시작점으로 새롭게 탄생하고 있다.

사실 '중국의 100년을 보려면 상하이로, 1000년을 보려면 베이징으로, 2000년을 보려면 시안으로 가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에게 시안은 천년 고도(古都)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시안은 서주(西周), 진(秦), 전한(前漢), 신(新), 서진(西晋), 전조(前趙), 전진(前秦), 후진(後秦), 하국(夏國), 서위(西魏), 북주(北周), 수(隋), 당(唐)까지 13개 왕조의 수도였다. ‘장안의 화제를 모으다’는 말은 바로 당 나라의 번화한 수도였던 장안(지금의 시안)에서 비롯된 말이다. 이후 원, 명나라는 베이징(北京)을 수도로 삼았다. 명 태조 주원장은 도시 이름을 ‘서쪽을 평안하게 하라’는 뜻에서 시안으로 바꿨다.

손오공과 현장법사의 이야기가 깃든 대안탑, 당 현종과 양귀비가 비극적 사랑, 불로장생을 꿈꾼 진시황릉과 병마용갱, 그리고 초호화 궁전 아방궁, 중국 현대사의 한 획을 그은 제2 국공합작의 계기가 된 시안사변 등 역사적 인물과 사건이 모두 이곳 시안에서 탄생했다.

오늘날 중국을 무대로 한 경제 전쟁을 그린 2013년작 조정래 장편소설 '정글만리'에서 시안은 '기회의 땅'으로 묘사된다. 좌천된 주인공이 중국의 서부대개발 정책에 따라 시안에 가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 다시 일어설 발판을 마련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2009년 관중(關中)-톈수이(天水) 발전계획을 마련해 시안을 중국 주요 과학기술연구 허브로 선정한 데 이어 2014년 시안과 인근 셴양(咸陽)을 함께 묶은 시셴(西咸)신구를 국가급 신구로 지정해 서부대개발의 중심지로 삼았다.

시안은 서부대개발을 넘어서 이제 일대일로 전략의 중심으로 떠오르며 새로운 미래를 향해 다시 용트림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시안 시내엔 501m 높이의 초고층 빌딩인 '실크로드 국제중심'도 착공에 들어갔다.

시안의 경제성장률은 중국 경기 둔화 속에서도 지난 해 8.5%를 달성했다. 전년의 8.2%를 웃도는 수치로, 중국 전국 평균(6.7%)을 훌쩍 뛰어넘는다.

중국 정부가 시안을 유라시아를 관통하는 일대일로의 허브(중심지)로 만들면서 교통망도 확충되고 있다. 현재 시안을 관통하는 고속도로는 모두 9개, 고속도로 구간거리는 총 532㎞에 달한다. 시안은 5년간 190억2700만 위안을 투자해 고속도로 구간을 180km 추가로 늘릴 계획이다. 시안의 기차역을 중심으로 철도는 베이징·상하이(上海)·정저우(鄭州)·타이위안(太原)·우한(武漢)·항저우(杭州)·광저우(廣州) 등 전국 17개 도시로 거미줄처럼 촘촘이 뻗어있다. 올해는 란저우와 청두행 고속철도 추가로 개통된다. 

시안의 셴양공항도 현재 나날이 급증하는 여객 물동량 수요를 맞추기 위해 제3터미널까지 확충한 상태다. 이곳에 입주한 항공사만 61곳, 모두 171개 도시로 향하는 노선이 개설돼 있다. 지난해 여객량만 3700만명에 달한 셴양공항은 올해 여객량 4000만명 돌파가 목표다. 현재 셴얀공항에서는 하루 평균 950대 항공기가 이착륙하고, 11만명 승객이 타고 내린다.

글로벌 기업도 속속 시안에 진출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500대 기업 중 174곳이 시안에 둥지를 틀고 있다. 우리나라 삼성도 지난 2014년 시안에 70억 달러를 들여 반도체공장을 건설해 현재 가동 중이다.

예로부터 시안은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깊었다. 신라 시대 승려 혜초는 4년 간 인도 페르시아 중앙아시아 여행을 마치고 시안에 돌아와 ‘왕오천축국전’을 마무리했다. 신라 시대 문장가 최치원은 장안에서 유학하며 이름을 날렸다. 또한 과거 일제시대 임시정부 산하 광복군이 시안에 총 사령부를 설치했다. 우리나라 정부의 요청으로 중국은 2014년 이곳에 광복군 기념비와 기념공원도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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