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명소에 정체불명 퓨전한복 '볼썽'… 공공기관은 한복 마케팅 '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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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훈 기자
입력 2017-09-2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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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가들 "전통 유지하며 현대화 작업 병행돼야"

화창한 가을날씨를 보인 28일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베트남 관광객들이 경복궁을 거닐고 있다. [남궁진웅 기자, timeid@]


한복은 우리나라의 옛날 양식과 전통이 깃든 아름다운 옷이다. 하지만 요즘 고궁이나 주요 관광지에서 정체불명의 한복을 입은 이들이 많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여기에 공공기관들은 저마다 '한복 마케팅 정책'을 경쟁적으로 쏟아내 되레 정체성 훼손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 무분별하게 변형시킨 한복을 입은 외국인은 물론이고 내국인들도 눈에 들어온다. 반팔 형태의 윗옷, 종아리나 무릎 위까지 올라간 치마, 금박 등 화려한 레이스 장식, 속살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시스루(see-through) 저고리 등등 어딘가 느낌이 편하지 않다.

걸어서 10분 거리의 경복궁 인근에서도 이런 풍경과 쉽게 마주칠 수 있다. 삼삼오오 짝을 지은 젊은이들이 기념사진을 남기고 있다. 일대 한복 대여점에서는 1시간에 1만원이 채 안되는 비용으로 이런 옷을 빌려주고 있었다. 쇼윈도에는 국정불명의 옷들이 내걸렸다.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한복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종로구 주최로 열린 '한복토론회'에서도 이런 지적이 줄곧 나왔다. 한복 디자이너이자 '사임당 by 이혜미'의 이혜미 대표는 "한복은 맞춤이나 판매가 아닌 렌탈의 의상으로 개념이 바뀌고 있다"며 "더 이상 전통문화로 입는 게 아니라 특이한 옷, 코스튬 정도로 대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현주 에피코 대표는 "한복의 변화는 사극 드라마에서 등장인물의 역할, 스토리와 얽히며 선보였다. 이는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직접 입어보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왔다"면서 "한복을 통해 그야말로 독특함을 즐기고 이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디자인과 착용 방법 등에서 여러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왜곡된 현상에 더해 공공기관들은 한복 착용시 누릴 수 있는 서비스를 남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는 '일상 속에서 한복입기 문화 장려'를 표방하며 다양한 문화행사의 입장 혜택을 제공 중이다. 오는 11월까지 세종문화회관, 남산과 서울돈화문의 국악당, 삼청각 등의 공연나들이 때 입장료를 최대 3만원 할인해준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2013년 10월부터 서울시내 궁, 종묘와 왕릉 등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도록 제도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반면 종로구는 '올바른 한복입기'를 실천코자 노력하는 경우다. 올해 7월 관련 지원조례를 만들어 각종 전시와 관내 시설의 이용료를 감면해주고 있다. 다만 전통복식일 때로 제한시켜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한옥이나 한식 등 한국적인 것을 지키는 일에 앞장서고 있는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얼마 전 한복대여점에 편지를 보내 '올바른 한복체험'에 나서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본연의 아름다움과 고유한 멋을 잘 보존하면서, 상가 간 과열경쟁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시키는 게 지역경제를 살리는 지름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업계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지나치게 돈벌이에만 급급해 할 게 아니라, 먼저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문화상품으로 발전시키는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옛한복은 그대로 착용하되 생활 속에서는 전통성에 뿌리를 두고 요즘 특성에 맞도록 디자인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박창숙 우리옷제대로입기협회장은 "당장 활용도에 따라 이원화시키는 게 중요하다. 외국인에게는 우리의 문화를 알리면서 국내 젊은이들에게는 하나의 놀이문화로 정착될 수 있도록 전통 및 현대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며 "결국 선택은 수요자의 몫이지만 그 이전에 근본적으로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고, 이를 정체성으로 유지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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