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준의 ‘라면 속풀이’]⑤ 농심 '너구리', 뒤집힌 속 달래는 뒤집힌 RTA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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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17-09-28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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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통한 면발, 쫄깃한 식감…해외서도 감동

  • 해물우동 깊은 맛 ‘완도산 다시마’ 통째로…트레이트 마크로 인식

[그래픽= 박성준 기자]


타 라면보다 굵은 오동통한 면발, 그리고 쫄깃쫄깃한 식감. 1982년 처음 등장한 너구리는 해물우동라면의 새 지평을 연 제품으로 평가된다.

너구리는 당시 농심이 소고기국물 위주였던 라면 시장에 변화를 불러일으키고자 개발한 제품이다. 콘셉트는 ‘우동처럼 굵고 부드러운 면발에, 국물 맛이 시원한’ 것.

막상 개발에 착수했지만 기존 라면 굵기의 2배 가까이 되면서도 쫄깃하고 잘 익는 면발을 만들기란 쉽지 않았다. 이를 위해 면발 개발에만 수없는 실험과 실패를 반복하며 훨씬 더 많은 노력이 들어갔다는 전언이다.

너구리가 라면 시장에서 오랜 기간 인기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우동과 얼큰한 국물의 조화다. 소비자 입맛에 맞는 얼큰한 해물우동 국물과 두꺼운 면발이 더해져 당시 일반 라면과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물우동의 깊은 맛을 위해서는 전남 완도산 다시마가 사용됐다. 봉지라면에 다시마 조각이 통째로 들어간 것은 너구리 라면의 트레이드 마크로 인식된다.

개발 당시 농심 연구팀은 깊은 해물맛을 내기 위해 실험을 하던 중 가정식 국요리에서 다시마를 활용해 육수를 낸다는 점에 착안, 직접 전국 다시마 산지로 향했다고 한다.

농심은 다시마를 고르던 중 국내에서 생산량이 가장 많고 우수한 품질을 자랑하는 완도산 다시마를 최종 선택했다. 또 조리방법으로는 별도의 가공 없이 천연 다시마를 그대로 넣기로 결정해 너구리의 레시피를 완성했다.

특히 출시 초기부터 너구리라는 제품명도 화제였다. 동물 이름으로 된 라면은 업계에 존재하지도 않았으며 시도된 적도 없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도 동물 이름의 라면은 너구리가 유일하다.

제품명에 ‘너구리’는 어떻게 들어가게 됐을까? 농심 측에 따르면 너구리란 이름의 기원은 일본에서 튀김부스러기를 넣어 조리한 다누키 우동이다. 일본말 다누키가 바로 너구리라는 의미다. 또 행운의 상징으로 음식점 앞에 너구리 인형을 세워놓는 경우가 많아 행운이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제품명을 정했다고 한다.

초기엔 보따리상을 통해 미국 수출이 이뤄지더니 최근에는 다양한 서구권 국가에서도 너구리의 인기를 증명하는 후기 동영상이 SNS에 업로드되고 있다. 너구리는 해외에서 RTA라면으로도 불리는 데 이는 너구리라는 이름을 상하로 뒤집어 놓으면 봉지의 글씨체 때문에 RTA라는 알파벳으로 보이는데서 비롯됐다.

너구리는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매출 1조 8000억원을 기록했다. 누적판매량은 52억개를 넘어섰다. 이는 우리나라 국민 1인당 너구리를 100개 이상 먹은 양이다. 현재 너구리는 연간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업계의 파워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사진=농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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