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인사이트] ​항공기 출발 지연 관대한 사회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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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입력 2017-09-25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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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일한 한국공정여행업협회 협회장

유일한 한국공정여행업협회 협회장 [사진=한국공정여행업협회 제공]


900만건. 이례적으로 긴 올해 추석 연휴(9월 30일~10월 9일)의 국내발 해외 왕복 항공권에 대한 검색량(한국인 여행객 기준)이다. 세계 여행가격 비교사이트 스카이스캐너가 조사한 이 자료에 따르면 이는 지난해 추석 기간(9월 14∼18일)보다 약 8.5배 늘어났다. 올해 추석에 사상 최대 규모의 한국인이 해외여행에 나설 것이라는 뜻이다.

이로 인해 벌써부터 한 가지 걱정되는 일이 있다. 비행기의 지연 출발이다. 빈번한 일은 아니지만 천재지변, 항공기 결함 등 다양한 요인으로 예정시간보다 늦게 비행기가 뜨기도 한다. 어떤 때는 이륙했다가도 같은 이유로 다이버트(회항)한다. 특히 올해 추석 연휴에는 각 항공사들이 기존 비행기의 가동률을 최대한 높이고, 증편을 하다 보니 그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러나 가족, 친구 등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떠나는 여행인데 이같이 시작부터 꼬인다면 누구나 화날 만하다.

가끔씩 지연 출발로 인한 보상을 해달라며 공항에서 농성을 하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항공사의 잘못이 명명백백하다면야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천재지변과 항공기 결함의 경우에는 다르다. 소비자원에서도 천재지변으로 인한 보상규정을 따로 두지 않고 있으며, 항공기 결함의 경우도 해당사의 귀책에 따라 일부만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의 안전과 관련이 있어서다. 천재지변이나 항공기 결함으로 발생하는 출발 지연에 대해 항공사에 과하게 책임을 묻기 시작하면, 위험을 무릅쓰고 비행기를 띄우는 업체들이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어쩌면 회항 등으로 인한 출발 지연에 대해 국내 소비자들이 유독 민감한 것은 일부 미디어의 탓도 있을지 모른다. 조금만 늦게 출발하거나 회항한다고 하면 큰 잘못이라도 한 듯 항공사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가 쏟아지는 게 그 예다. 외국의 경우 항공사가 지연으로 인한 손해를 감수하고 회항을 결정하면 오히려 높이 평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물론 항공기 연결 시간을 지나치게 짧게 잡거나 여분의 항공기를 두지 않고 스케줄을 짜는 등의 기존 관행은 항공사들도 지양해야 한다. 정부도 이를 적극적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소비자 입장에서도 항공사의 출발 지연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휴가에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당시 국가 간 이동 수단으로 현지 저가항공을 이용했다. 이때 이색적인 경험을 꼽자면 착륙 시 대부분 승객이 박수를 치고, 환호하며 기장을 치켜세우는 일이었다. 안전한 여행에 대한 감사의 표시다.

인류가 하늘을 날 수 있게 된 것은 고작 100년 남짓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를 너무 당연시하다 보니 안전에 대해 너무 무감각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올해 추석 연휴에는 이를 염두에 두고 조금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당사자뿐만 아니라 연휴에 나와서 고생하는 항공사 관계자들도 조금은 보람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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