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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교칼럼] 성공하는 대통령과 실패하는 대통령

서성교 초빙논설위원·바른정책연구원장(전 상명대 교수)입력 : 2017-09-25 20:00수정 : 2017-09-25 20:00
[서성교칼럼]

 

               [사진 =서성교 초빙논설위원·바른정책연구원장(전 상명대 교수)]



성공하는 대통령과 실패하는 대통령

미국 퀴니팩 대학교 여론조사팀은 올해 1월 최상의 대통령, 최악의 대통령에 관한 조사를 했다. 2차 대전 후 12명의 미국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유권자들의 조사에서 최고의 대통령은 로널드 레이건이 손꼽혔다. 국민들과의 소통과 공감 능력, 가상의 적국이었던 소련을 꺾고 냉전을 종식시킨 업적을 높이 평가받았다. 그 뒤를 이어 버락 오바마와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선정되었다. 최악의 대통령으로는 리처드 닉슨, 버락 오바마, 아들 부시가 큰 격차 없이 나란히 선정되었다. 도청과 허위 진술로 탄핵 직전에 물러난 닉슨이 최악의 평가를 받는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최고의 대통령과 최악의 대통령 순위에 동시에 랭크된 내용은 의아하다. 소통 공감 능력은 높이 평가받은 반면에 업적 부문은 신통치 않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독선적인 언행과 정책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구관인 오바마에 대한 평가가 높았다.
미국 정치학회와 공익 방송인 시스팬(C-SPAN)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대통령의 리더십을 평가한다. 구체적인 질문 항목도 광범위하다. 정무적인 능력인 ‘국민 설득’ ‘위기의 리더십’ ‘의회와의 관계’ ‘인사권 행사’ ‘도덕성’뿐만 아니라 ‘경제 관리’ ‘국제문제 해결’ ‘비전과 어젠다 설정’ ‘역사적인 역할 달성’ 등 정책 항목도 다양하고 길다. 조사 기관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현직의 트럼프를 제외한 44명의 대통령 중에서 에이브러햄 링컨, 조지 워싱턴,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최상위권을 차지한다. 링컨은 남북 분열을 막고 대통합을 이뤄 오늘날 미국의 기초를 닦은 업적, 워싱턴은 영국으로부터 독립전쟁을 이끈 초대 대통령, 루스벨트는 경제위기 극복과 2차 세계대전을 승리하면서 세계 대국의 초석을 다진 평가를 받았다. 최악의 대통령은 우리가 전혀 모르는 인물들이다. 워런 하딩, 제임스 뷰캐넌, 앤드루 존슨 등이다. 존재감도 없이, 구체적인 업적도 없이 역사 속으로 스러져갔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역대 대통령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2015년 11월 한국갤럽이 '역대 대통령 중 한국을 가장 잘 이끈 대통령이 누구냐'라는 질문을 했다. 응답자 중 44%가 박정희 대통령을 최고의 대통령으로 뽑았다. 경제 발전과 근대화 노력이 높이 평가받았다. 그 뒤를 이어 노무현 대통령이 24%, 김대중 대통령이 14%의 선택을 받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소통과 서민성,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화 운동과 남북 화해가 중요 업적으로 손꼽혔다. 나머지 8명의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미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기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여론조사의 편차와 오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대감이 큰 것은 사실이다. 80%가 넘는 국정운영 지지도를 보이다가 최근에 70% 전후로 다소 하락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는 국민 소통과 공감 노력, 서민 복지의 확대 정책에 기인한다. 반면에 북핵과 안보 위기, 이전 정부에 대한 보복 정치, 인사 실패와 과도한 복지는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서 보듯이 문 대통령은 소탈한 서민 이미지와 소통을 통해 이전 대통령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스타일에 의한 국정운영은 한계가 있다. 스타일은 일시적이고 결과를 맺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결국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결과를 통해서 평가받게 된다. 남의 나라 대통령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유는 이 때문이다.
성공한 미국 대통령들이 직면하는 가장 큰 고민은 역사 속에서의 사명과 자리매김이다. 그 역할의 성패 여부에 따라 성공한 대통령과 실패한 대통령으로 갈린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패배 후 출간한 '1219 끝이 시작이다'에서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권력의지가 아니라 역사의식과 소명의식"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 시작이 시작되었고, 끝나면 엄정한 역사의 심판대에 서게 된다.
작금의 대한민국은 대내외적으로 존립의 위기를 맞고 있다. 북한 핵무기로부터의 안보 위협은 물론이고 경제 동력까지 사그라지고 있다. 국론은 분열되고 국민은 갈등과 대립의 전선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사회 도덕과 질서는 무너지고 야만적인 권력과 금력만이 횡행하고 있다. 나라가 잘못 가고 있다는 걱정과 비판이 점증하고 있다. 공자는 지도자는 세상의 기미(機微)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기미란 세상의 작은 움직임을 의미한다. 태풍도 작은 돌개바람에서 시작되고, 혁명도 작은 촛불에서 시작된다. 사태가 커져서 돌이킬 수 없을 때 후회해도 소용없다. 바닥에서 도도하게 흐르는 민심이 변화를 시작했다. 국정운영의 방향과 방식과 속도를 재점검할 때다. 문 대통령은 세 가지 코드인 촛불과 적폐와 지지도의 편협한 울타리를 넘어서야 한다. 역사와 국가와 국민을 바라보는 국가운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지금이야말로 성공이냐 아니면 실패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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