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vs北 '말폭탄 전쟁'…국제사회 "유치원 싸움 그만" 자제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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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숙 기자
입력 2017-09-2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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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북한 완전 파괴" 발언에…김정은 "늙다리 미치광이" 응수

  • 北외무, 태평양상 핵실험도 암시…세컨더리 보이콧에 맞대응 한듯

  • 유엔사무총장, 북한에 중재 의사

북한과 미국이 연일 서로에 대한 초강경의 위협적 언사를 퍼부으면서 국제사회가 냉정을 잃어가고 있다. 한반도의 안보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초긴장 국면을 예상하는 목소리도 높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2일(이하 현지시간) 본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늙다리 미치광이' '깡패'라고 하며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 조치를 단행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9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 완전 파괴'를 언급한 데 대해 나온 반응이다.

미국과 북한의 지도자가 각기 뉴욕과 평양에서 육성(肉聲)으로 '말폭탄'을 주고받는 초유의 상황이다.

통일부 백태현 대변인은 이날 "북한이 최고 지도자 명의 성명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라며 상황의 엄중함을 확인했다.

이날 북한의 관영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성명을 낭독하는 사진과 함께 성명 내용을 전했다.

김 위원장은 성명에서 "트럼프가 그 무엇을 생각했든 간에 그 이상의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며 "미국의 늙다리 미치광이를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라고 했다.

◆ '말폭탄' 넘어 차원 다른 추가도발 암시

북한의 추가 도발을 암시한 말이다. 

이와 관련,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에 체류 중인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초강경 대응 조치가 무엇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마 역대급 수소탄 시험을 태평양 상에서 하는 것으로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리 외무상이 언급한 태평양 상 수소탄 시험이 실현될 경우 이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또 다른 국면 돌입이다.

북한이 태평양 상 수소탄 시험을 할 경우 방사능 피해 등을 최소화하려면 가급적 수백㎞ 이상 고공(高空)에서 폭발시켜야 한다. 대기권(고도 100㎞) 내나 수중에서 핵실험을 할 경우 극심한 환경오염은 물론 인적·물적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

또 일각에선  '북극성-3형' 등 신형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잠수함에서 발사해 태평양상에서 터뜨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미국의 보복 공격 또는 선제 타격 가능성 때문에 실제 미사일을 통한 초강력 수소폭탄 탄두 공중폭발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 '거친' 기조연설에 회의장 '냉랭'

김 위원장에 이어 리 외무상도 23일 예상대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거친 공격에 전력했다. 

리 외무상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권모술수를 가리지 않고 한 생을 늙어온 투전꾼이 미국 핵 단추를 쥐고 있는 위험천만한 현실이 국제평화에 최대 위협"이라며 "과대망상이 겹친 정신이상자, 미국인들에게마저 고통만을 불러오는 최고통사령관"이라고 인신공격을 가했다.

리 외무상의 기조연설에 유엔총회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기조연설 종료 때의 의례적인 박수를 제외하면 20분 분량의 연설 내내 무거운 기류가 총회장을 감쌌다.

시종 거친 리 외무상의 발언 내내 일부 참석자는 어두운 표정으로 단상을 지켜봤으며 아예 외면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반격했다. 그는 김 위원장 성명 발표 후 12시간도 안 된 22일 트위터에 "북한의 김정은은 주민들을 굶주리게 하거나 죽이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는 명백한 미치광이"라며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한 시험에 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리 외무상의 유엔 기조 연설에 앞서 전략폭격기를 목전까지 출격시키면서 북한에 사전 경고장을 날렸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를 리 외무상의 유엔총회 기조연설 발표 직전에 한반도 비무장지대(DMZ) 최북단까지 출격시켰다.

이에 앞서 미국이 중국 금융기관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발표, 리 외무상의 연설 직전 다방면으로 기선제압을 시도했다는 분석이다.

◆ 이성 잃은 북·미··· 국제사회 자제 촉구

이처럼 북·미가 이성을 잃은 듯 군사적 위협수위를 넘나들자 국제사회가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2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거친 말을 주고받는 데 대해 "마치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싸우는 것 같다. 아무도 그들을 말릴 수가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감정적이지 않고 이성적인 접근법을 계속해서 추구해 나갈 것"이라며 "뜨거운 머리를 식힐 필요가 있으며 휴지기와 어떤 접촉이 필요함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도 23일 오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 한반도 상황이 극단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면담에서 최근 미국과 북한이 '말 폭탄'을 주고받으면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과 관련, 한반도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며 이같이 전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총장은 이날 리용호 외무상과도 만나 약 30분간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북핵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대화 중재에 나서겠다는 기존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측은 "구테흐스 총장이 리 외무상에게 한반도 긴장 고조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정치적 해법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리 외무상의 답변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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