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VIEWS 아주경제 - 아주 잘 정리된 디지털리더 경제신문

GLOBAL VIEWS 아주경제 - 아주 잘 정리된 디지털리더 경제신문

검색
5개국어 서비스
실시간속보

[이병태칼럼]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기울어진 시각이 문제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입력 : 2017-09-24 20:00수정 : 2017-09-24 20:00
[이병태칼럼]

     [사진=이병태 카이스트교수]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기울어진 시각이 문제다

이병태 카이스트교수

정부는 대리점들이 파견 고용을 하고 있는 제빵사를 프랜차이즈 운영사인 파리바게뜨가 고용하라고 ‘명령’ 했다. 이 명령은 일시에 5000여명을 더 고용하라는 것이며, 영업이익 660억원인 회사에 600억원대의 추가 인건비를 짊어지라는 극단의 경우에 속한다. 제빵사의 수요는 가맹점에 따라 수시로 변동하게 되어 있다. 그것을 본사의 정규직화로 바꾸면 비효율은 눈에 보듯 뻔하다.

우선 제빵사들을 파견 고용하고 있는 회사는 파리바게뜨 본사가 아니라 가맹점주들이다. 따라서 파견고용이 불법이라면, 가맹점들이 정규직 고용을 해야 하는 것이 순리다. 그런데 대기업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라고 그리 떠민 것이다. 정부의 명령대로 본사 정규직화해도 가맹점들이 파견을 받아서 빵을 만드는 파견 고용이라는 구조는 바뀌지 않는다. 그럴 경우, 가맹점들은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그렇지 않아도 경영사정이 어려운 가맹점주들의 돈을 빼앗아 제빵사에게 주라는 것과 같은 뜻이다.

파리바게뜨와 가맹점들의 사정은 그렇다 치더라도 제빵사 파견 용역 업체의 사주들은 정부의 명령으로 졸지에 사업이 없어졌다. 최근 파견직을 비정규직으로 보고 원청회사 정규직화를 몰아가고 있는 와중에 이런 파견업을 하고 있는 사업주들에게는 정부에 의해 사업체를 해체당하는, 시장경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폭압적 사태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주요 사업의 국유화를 진행했던 남미식 사회주의 국가나 공산국가에서 가능했던 비정상적인 사태다.

이번 정부의 대기업에 대한 시각은 우월한 지배력 논리이다. 즉, 을들에 대해 부당한 착취를 가해 이익을 취하고 손쉽게 돈을 벌고 있다는 소위 '기울어진 운동장'론에 함몰되어 있다. 그러나 어떤 사업이든 그렇게 손쉽게 돈을 버는 사업은 없다. 시장의 구조란 어떤 구조를 만드는 것이 최선일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 기울어진 운동장 이론의 오류의 핵심은 을들도 선택권이 있다는 것이다. 가맹점주들이 손해를 보고 착취를 당하고 있다면 계약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것이고, 이런 부당한 프랜차이즈라면 신규 가맹점을 모집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파리바게뜨의 가맹점은 평생 파리바게뜨의 가맹점만 하라는 이유도 없고, 입지가 좋고 손님이 넘치는 가맹점이라면 경쟁 회사가 눈독을 들이게 되어 있는 것이 시장이다. 즉, 가맹점주가 반드시 을이라는 법이 없다.

본사는 끊임없는 R&D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어떤 고용을 하든 빵의 프랜차이즈 사업이란 제빵사의 교육을 본사가 해야 한다. 제품을 개발한 회사가 교육훈련의 틀을 구성하고 관리하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자영업자인 가맹점주가 교육과 복무의 표준을 만들어 고객의 환심을 사는 것을 본사보다 더 잘할 가능성은 낮다. 그리고 가맹점이 본사 직원을 파견 받아 활용하는 것이 수익이 좋을 가능성은 더더욱 없다.

프랜차이즈 사업이란 본사가 R&D, 마케팅과 재료의 구매에서 규모의 경제를 활용하여 원가경쟁력을 마련하고 이를 가맹점들이 활용하는 사업이다. 모든 사업적 협력이 그러하듯 가맹점과 프랜차이즈 사업 본사와는 ‘긴장’과 ‘협력’이라는 이중적 관계가 존재한다. 서로의 이익 배분을 위한 긴장이 존재하지만 궁극적으로 양자 모두의 성공은 소비자의 선택에 달려 있기 때문에 협력할 수밖에 없는 시장의 압력이 존재하게 된다.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한 근거는 프랜차이즈 운영사가 이들의 교육훈련 등에 사실상 표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식품 프랜차이즈 사업에서는 균일한 맛과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들은 생각보다 현명하다. 프랜차이즈 간판을 걸어놓고 가맹점이 임의로 싸구려 재료를 쓰고 숙련도가 떨어지는 종업원이 빵을 만들면 소비자들의 이탈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관리에 실패한 많은 프랜차이즈 사업들이 망해왔다.

우리의 시장이란 우리 국민 5000만명이 하루에도 수십 가지의 자발적인 선택을 하는 복잡한 시스템이다. 그 복잡한 시스템이 시장 상황에 맞는 산업구조를 진화시켜 나간다. 기울어져 있다고 믿는 운동장이 그렇게 진화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고 그 누구도 소비자의 선택 기준으로 보면 을이다. 그리고 그 구성원들은 노예가 아니다. 계약의 불이행이나 억울함을 해결할 시장적 장치들이 존재한다. 변호사가 있고 컨설턴트가 있는 이유다. 이러한 모든 거래를 정부가 일부 법규의 확대해석으로 정부 공무원의 손아귀에 넣겠다는 것은 오만의 극치다. 이 정부는 진정 남미식 사회주의 국가를 꿈꾸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만드는 사례가 파리바게뜨의 경우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기울어져도 아주 심하게 한쪽으로 기울어진 이 정부의 경제에 대한 좌편향 시각이 경제의 앞날을 어둡게 하는 진정한 원인이다.

※위 글은 본사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AJUTV 프리미엄다큐
차오셴쭈, 그들에게 미래를 묻다
뉴스스탠드에서 아주경제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