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추진 STX유럽 ‘미운오리’서 ‘백조’로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채명석 기자
입력 2017-09-24 17:46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STX프랑스, 개별조선소 수주잔량 기준 11척·169만CGT로 8위

  • STX핀란드 였던 마이어 트루크도 8척·123만CGT, 11위

  • 크루즈선 발주 호황 최대실적 거둬

STX프랑스가 건조해 미국 로열 캐리비언에 인도한 세계 최대 크루즈선 ‘하모니 오브더 시즈’. [사진=STX프랑스 제공]


채권단이 매각을 추진 중인 STX유럽이 10여년 만에 찾아온 크루즈선 발주 호황에 최대 실적을 거두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가 매월 발간하는 ‘세계 조선소 현황(World Shipyard Monitor)’ 최근호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STX유럽에서 크루즈선 건조를 담당했던 STX프랑스 생나제르 조선소는 개별 조선소 수주잔량 기준 순위에서 11척·169만6000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8위를 기록했다. 또한 2014년 독일 마이어베르프트에 매각된 STX핀란드 투르크 조선소(현 마이어 투르크)도 8척·123만7000CGT로 12위에 올랐다.

STX프랑스의 수주잔량은 STX유럽 전신인 아커야즈로 인수되기 전 프랑스 알카텔 소속으로 아틀란틱 조선소였던 2006년 11월(9척·111만8000CGT) 이후 최대 실적이다. 수주잔량이 10척을 넘어선 것도, 클락슨 리포트 순위 10위권 안에 들어간 것 역시 처음이다.

마이어 투르크 역시 아커야즈·STX유럽 소속을 통틀어 수주잔량 100만CGT를 돌파한 것은 최초다. 척수는 2007년 11월 기록과 동일하다.

두 조선소의 수주잔량을 합친 293만3000CGT는 3위를 기록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의 수주잔량 (290만1000CGT)보다 많다.

STX유럽의 전신은 노르웨이 오슬로에 본사를 두고 있던 아커야즈다. 주력 사업인 크루즈선 건조는 세계 3대 기업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며, 8개국 18개 야드 가운데 투르크 조선소와 생나제르 조선소가 핵심 조선소다. STX그룹은 지난 2007년 1조700억여원을 들여 아커야즈를 인수하며 국내 조선업계 최대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다. 이를 통해 STX그룹은 한국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크루즈선 건조사업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하지만, STX그룹에 편입된 직후 찾아온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크루즈선의 주고객이었던 미국·유럽 관광객 수가 급감하면서 선박 발주가 수년간 중단됐고, 일감 감소로 구조조정이 이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모그룹 해체의 여러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면서 ‘승자의 저주’로 낙인 찍혔다.

2014년 STX그룹이 해체된 후 채권단은 STX조선해양에 투입한 자금 회수를 위해 STX유럽 매각을 결정, 그해 STX핀란드 투르크 조선소를 비롯해 소속 조선소를 차례로 매각했다.

유일하게 남은 STX프랑스는 올 초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핀칸티에리의 모국인 이탈리아 정부와 프랑스 정부와 협의를 진행 중이며, 이르면 이번 주 내에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STX프랑스 M&A가 정부 간 협의 사항이 된 것은 이곳이 크루즈선 이외에도 프랑스군의 군함을 건조하는 방위산업 핵심 기지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STX유럽 소속 조선소 매각이 본격화된 2015년부터 크루즈선 발주가 재개되었다. 수주절벽이라 불릴 만큼 얼어붙은 상선 시장과는 달리 2000년대 들어 최대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이 시황을 정확히 분석하지 못한 채 자금 회사에만 매달려 STX유럽의 매각을 추진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과거의 데이터만 놓고 본다면 매각 결정이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2~3년 앞을 내다보고 신중히 결정했더라면 좀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
CGT는 선종과 선형이 다양하고 복잡해지면서 조선소 간 선박 건조량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선종의 부가가치 등 다양한 비교 요소를 수치화한 계수를 사용해 나타낸 단위다. 1만G/T(총톤수) 일반화물선의 CGT 계수는 1.0으로 1만CGT가 되지만, 1만G/T의 여객선은 CGT계수가 2.0이라 2만CGT가 된다. 여객선이 일반화물선에 비해 건조원가와 부가가치면에서 높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